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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 클라스 의학·과학 편

[도서] 차이나는 클라스 의학·과학 편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제작진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TV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다큐멘터리나 흥미로운 교양 프로그램은 가급적 챙겨 보려고 노력한다. 그중에서 『차이나는 클라스 - 질문 있습니다』는 종래의 전문가의 일방적인 설명이 아니라 시청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연예인들이 질문을 하고, 거기에 전문가가 대답을 하는 방식이라서 쉽게 공감하며 새로운 내용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즐겨 보는 편이다. 시청자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었기에 방송의 내용들이 책으로 출간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차이나는 클라스』 시리즈이다. 올해 출간된 시즌 2의 두 번째 주제는 바로 『의학, 과학 편』으로서 신종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물론 안전과 건강한 생존에 대한 의구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점을 찾는다면 그렇기 때문에 나와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의학 정보와 실천에 무척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인데, 『차이나는 클라스 : 의학, 과학 편』은 바로 바이러스,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과 나노 물질, 환경 호르몬 등 일상에서 널리 활용되면서 동시에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물질은 물론 병원과 법의학에 대한 내용까지 다루고 있어서 누구라도 관심을 가져볼만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제를 이 책에서는 연쇄적인 질문과 대답의 형식으로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나 역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질문과 대답 위주로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적어보고자 한다.

 

차클 : 비말외에 에어로졸로 감염이 될 수 있다는 발표도 나왔던데 에어로졸은 무엇인가요?

김우주 교수 : 에어로졸 전파는 공기 전파를 뜻합니다. 에어로졸은 5마이크로미터보다 작아서 중력의 영향을 덜 받아요. 2미터 이상 멀리 날아가며 번지다 보니 비말보다 전파력도 세죠. 하지만 에어로졸은 일상적인 생활을 할 때는 잘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 p. 37 ~ 38 中에서 -

 마스크 착용과 함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하여 코로나를 예방하기 위한 캠페인이 활발히 전개되는데, 비말과 더불어 코로나-19를 전파하는 에어로졸에 대한 설명은 왜 그러한 캠페인들이 이 시대에 필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밀폐된 환경에서는 공기 순환이 잘 안 되니까 에어로졸 전파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함께 상기시켜 주기 때문에 자신을 지키는 수단이자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하지 않는 최소한의 조치로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을 절로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차클 : 헬리코박터균으로 인한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공용 반찬이나 찌개처럼 나눠 먹는 음식을 피해야 한다는데, 올바른 정보인가요?

강진형 교수 : 위벽에 붙어 있는 헬리코박터균이 침이나 위액을 통해 체외로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다른 음식을 통해 타인에게 감염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렇나 정보의 과학적인 근거는 별로 없다고 봐요.

 - p. 58 中에서 -

 마시던 술잔을 돌리거나 또 가운데에 찌개를 놓고 앞접시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자신이 사용하던 숟가락으로 직접 떠먹는 경우가 지금도 존재한다.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출연한 『13번째 전사』라는 영화에서 바이킹들이 입을 헹구고 그 물을 바가지에 다시 뱉은 이후에 그걸 다시 돌아가면서 헹구는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한 적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우리의 이러한 모습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됐든 상당히 비위생적인 이러한 밥상문화를 바꾸기 위하여 캠페인이 전개되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헬리코박터균이 옮을 수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과학적으로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하니 다소 의외였다.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어 그러한 캠페인에 수긍하고 있었는데, 과학적으로는 근거가 없으니 다른 방식으로 이 캠페인이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차클 : 광고와 달리 음이온이 몸에 나쁜 거였네요.

박은정 교수 : 음이온이 몸에 좋다는 과학적 근거는 현재까지 전혀 없습니다. 아무 효과가 없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음이온 관련 제품들이 정말 많이 팔렸어요.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요.

 - p. 91 中에서 -

 과거 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을 방출한다는 충격적인 뉴스로 인하여 시민들이 불안에 떤 적이 있었다. 침대에서 음이온을 방출시키기 위하여 음이온을 만드는 돌가루 '모나자이트'가 포함되었는데, 이 물질이 라돈을 발생시키면서 일어난 사고였다. 음이온이 몸에 좋다는 맹신이 빚어낸 사건이었는데, 전문가는 음이온이 과학적으로 인간의 몸에 좋다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한다. 이로 인하여 공기 청정기를 켜면 꼭 음이온 방출을 옵션으로 선택하는 나와 엊그제 음이온을 내뿜는 칫솔 보관함을 장만한 아내는 결국 전혀 근거없는 음이온 마케팅에 놀아났음을 깨닫게 되었다. 심지어 음이온에 대한 맹신은 도리어 라듐이라는 발암물질을 내뿜는 상황까지 만들어 냈으니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확인되지 않은 맹신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차클 : 그런데 환경 호르몬이라는 이름은 나쁜 물질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아요. 혹시 이름을 잘못 지은 것 아닌가요?

계명찬 교수 : 그런 측면이 있긴 하죠. 환경으로부터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오는 호르몬이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인데요. 사실 이 용어는 한 일본 학자가 만든 거예요. 과학계의 공식적인 이름은 내분비계 교란 물질 또는 내분비계 장애 물질이라고 합니다.

 - p. 119 ~ 120 中에서 -

 『차이나는 클라스』가 마음에 드는 이유는 평소 궁금하게 여겼음에도 왠지 이런 질문을 하면 엉뚱하다거나 쓸데없는 질문이라고 면박을 당할까봐 하지 못했던 질문을 속시원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환경 호르몬'이 왜 그런 이름을 갖는지에 대한 질문은 개인적으로도 왜 몸에 좋지 않은 호르몬을 그렇게 이름을 지었는지에 대해 궁금했는데, 이 질문이 등장하였으니 상당히 반가웠다. 또한 명칭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그것이 초래하는 문제에 대한 관심의 차이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외부적인 환경에서 체내에 들어오는 호르몬이라는 뜻의 '환경 호르몬'이라는 이름이 어느 정도 납득이 되지만, 이것이 인체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의미에서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 오히려 경각심을 갖는 데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니까.

 

 요즈음에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지만, 예전에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전날의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흔히 '필름이 끊겼다'라고도 표현을 하는데, 실제 이것을 기억의 측면에서 '블랙아웃'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되면 혹시 나도 모르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 아닌가라는 당혹스러움과 함께 그러한 상황에서도 용케 집에 찾아왔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궁금하지만 차마 술을 많이 마셔서 일어난 일이라 부그러움에 쉽게 물어볼 수 없는 이러한 상황을 이 책에서는 역시 질문과 대답으로 다루고 있다.

차클 : 블랙아웃이 된 상태에서도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나누는 데 전혀 문제가 없나요?

강봉균 교수 : 해마가 없었는데도 유머 감각도 좋고 대화를 할 때 아무 문제가 없었거든요. (중략) 술을 마시고 나서 블랙아웃이 되면 다음 날 기억 못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상황이죠. 기억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해마로 가야 해요. 그런데 해마가 술과 같은 성분에 약간 취약하거든요. 정보를 저장하는 기능이 떨어져서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p. 170 中에서 -

 

 술을 많이 마시고도 무사히 술자리를 마치고 분명이 집까지 제대로 찾아왔다.(물론 술에 취해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더 크다.) 다만 그러한 행위 자체가 기억으로 남아야 하는데,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해마가 알코올 성분으로 인하여 기억 저장 기능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여 '블랙 아웃'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현상이 자주 발생된다면 해마에 손상이 가거나 그 기능이 저하되어 나중에는 치명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으니 왜 금주 또는 적당히 술을 마시는 것이 필요한지를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술에 취하여 벌어진 실수에 대하여 어느 정도 용인되는 분위기가 남아 있지만, 최근 이것이 이슈화되면서 점점 그러한 것에 대하여 강력한 처벌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니 술을 많이 마시는 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차클 : 왜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사고에 대한 조사나 통계 조사를 하지 않는 건가요?

박종훈 교수 : 실제로 의료사고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건 외국도 마찬가지예요. 대부분 의료사고라고 하면 개인과 개인 간의 문제 정도로만 생각했죠. 범사회적으로 대처하거나 정부가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영역이었습니다.

 - p. 242 中에서 -

 의료 사고에 대한 질문과 그 대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생각이 든다. 이 대목이 언제 방송된 내용인지 알 수 없지만, 최근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자는 주장의료 사고를 피해자가 아닌 의사 또는 병원에서 문제 여부를 증명하는 법안 통과가 지지부진하다는 내용을 직접적으로 질문하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의료계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의 입장을 헤아린 것인지는 몰라도 일반인이 느끼는 의료사고에 대한 인식과 의사가 느끼는 인식의 갭이 여전함이 느껴진다.

 

 병원 안에서 일어나는 의료사고의 1위는 바로 낙상 사고이고, 2위는 투약 오류라고 한다. 일반인이 뉴스를 통하여 접하는 충격적인 의료사고는 극히 드문 사례인 셈이다. 하지만 그 드문 사례 역시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러한 것에 대한 분석과 대응책의 마련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지만, 아쉽게도 거기에 대한 심도깊은 질문과 대답은 등장하지 않는다. 수술에 앞서 위험성에 대한 고지와 그에 따른 책임과 관련된 내용을 읽고 서명하는데 거기에 CCTV 촬영을 선택하고 동의하에 촬영하는 것이 정말 큰 문제가 되는 것일까? CCTV가 동작하면 수술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 과연 정말일까? 법 또는 의학적으로 그리 잘 알지 못하기에 일반인으로서 이러한 의문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데, 이 책에서도 이러한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을 실었다면 어땠을까?

 

 이처럼 『차이나는 클라스 : 의학, 과학 편』은 누구나 해볼 수 있는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잘 몰랐던 이 시대의 필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예전에 오바마 대통령이 내한하여 이루어진 기자회견 당시에 유독 한국 기자들만 질문을 하지 않아서 오히려 중국 기자가 대신 질문하려는 것을 영상으로 본 적이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기자를 배려하여 한국 기자들을 위한 질문 시간이라면서 중국 기자의 요청을 일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기자들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제대로 질문하지 못하였다. 일부 언론들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온갖 뉴스를 양산하면서 특정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던 그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하긴 그들만 그렇겠는가? 한국 사회에서 질문이란 여전히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되어 우리 역시 질문하는 것에 대하여 꽤나 인색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새로운 지식들을 쉽게 배우고 공감할 수 있으며 동시에 질문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돋보인다.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한 질문의 원초적인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하여 그 주제를 드러내고 있으니 질문의 다양한 효과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전문적인 새로운 지식의 습득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그것에 다가가기 위한 효과적인 질문의 방법과 끊임없는 질문이 하나의 진행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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