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에 대해 이런저런 다양한 연구가 있다는 것은 들어봤지만, 이렇게 집요하고 구구절절하게 분석한 책은 처음 들여다봤다. 어려웠다. 중간까지 읽다가 정리가 안되서 처음부터 다시 정독하기도.
기실 ‘마음’이라는 것이 학문적으로 연구가 가능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이런 연구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해보려고 시도하는 학자들의 노력이 눈물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사람의 마음이 클루지‘라고 선언한다. ’완벽한 정답은 아니지만 어찌어찌 하다보니 그런대로 성공적으로 먹혀든 그 무엇‘ 정도라고 해석하면 되려나.
원초적으로 인간은 그리 완벽하지 않은 존재라는 전제로 글을 시작한다.
기억도 완벽하지 않고, 신념이라고 마음먹은 것도 실은 외부 조건에 오염되고 왜곡되기 십상이다. 경제적인 선택을 한다고 하지만 항상 일관적으로 경제성만을 추구하지도 못한다. 의사소통 수단인 언어 조차도 불확실하고 부정확하기 일쑤다. 행복을 추구하지만 일회성이고 단편적이며 허무함을 줄 뿐이다. 심리적으로 무너지기도 쉽고 정신분열이나 장애에 취약한 경우도 많다.
이 모든 인간 마음의 불완전함과 비합리적임의 근본 원인은 ‘진화의 관성’에서 기인한다. 자동적으로 가장 최적의 방법이 선택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이전에 미리 선택되었던 방향에서 조금 수정된 방향으로 굴곡져 발전되는 양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설픈 성공, 즉 클루지 상태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클루지스러움은 인간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반사체계’와 ‘숙고체계’ 사이의 간극 때문에 더욱 크게 부각된다. 위급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숙고체계보다는 반사체계가 먼저 활동하기 때문에 종종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반응과 의사결정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이런 클루지스러움에 대처하기 위한 13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앞서 장황하게 인간의 약점에 대해서 설명할 때를 생각하면 전략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너무 일반적이고 평범한 것들이어서 약간 실망스럽긴 했다. 살펴보니, 본인의 판단에 신중을 기하고 이성과 감성의 무게중심을 잘 잡으며 살아야 한다는 내용인듯. 언뜻 생각해보면 ’마음‘ 연구에 대한 내용은 동양철학이 더 앞선것 같다는 느낌이다.
<클루지를 이겨내는 13가지 제안>
- 대안이 되는 가설들을 되도록 함께 고려하라
-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하라
-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가 아님을 명심하라
- 여러분이 가진 표본의 크기를 결코 잊지 말라
-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라
- 막연히 목표만 정하지 말고 조건 계획을 세워라
- 피로하거나 마음이 산란할 때는 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라
- 언제나 이익과 비용을 비교 평가하라
- 누군가가 여러분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라
- 자신에게 거리를 두어라
- 생생한 것, 개인적인 것, 일화적인 것을 경계하라
- 우물을 파되 한 우물을 파라
- 합리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라
클루지 | 개리 마커스, 최호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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