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무능력한 아버지와 다섯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 이제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아이들 중 누군가를 친척의 손에 잠시 맡기기로 한다. 졸지에 익숙치 않은 친척 아줌마 아저씨와 함께 살게된 소녀. 사연 있어보이는 늙은 아줌마 아저씨들은 소녀에게 너무나 친철하다. 덕분에 침대에 실례를 하기도 하고 대답도 제대로 못하던 소녀는 하루가 다르게 살이 붙고 밝아진다. 마음 속 한구석에서부터 따스해지는 낯선 감각에 어리둥절 하기도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도 점차 적응해간다.
어느 날 호기심많은 이웃 아줌마의 제보 덕분에 아줌마 아저씨에게 있었던 비극적인 사건을 알게 되고, 이웃들의 동정이나 뒷이야기들에도 시종일관 침묵으로 일관하며 묵묵히 하루하루 살아가는 두 사람의 황보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시간은 흘러 두 사람과 함께 했던 여름이 끝나가고, 엄마도 아기를 낳아 다시 집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왔다. 아줌마를 위해서 차를 준비할 생각에 농장 한 쪽 커다란 물탱크에 올라가 찰랑이는 물을 바라보다가 알 수 없는 힘이 손을 잡아당기는 듯이 물탱크 안으로 빠지고 만다. 어찌어찌 구조되어 살아나간 했지만 호되게 감기를 앓는다. 아줌마 아저씨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소녀를 더욱 애틋해하지만, 아쉬운 마음을 다잡으며 소녀의 집으로 데려다준다.
다시금 마주한 거칠고 싸늘한 집안 풍경. 소녀는 결국 아저씨네 집을 향해 달려나가고, 놀래는 아저씨를 힘껏 끌어안는다. 아저씨 어깨 너머로 보이는 성난 아버지의 모습. 그들의 모습을 보며 흐느껴우는 아줌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소녀가 내뱉는 경고의 한 마디는 누구에게 향한 것이었을까.
너무 톡특한 분위기인데, 농장 물탱크 위에 비쳐지는 소녀의 모습이 너무나 영화장면처럼 상상이 되기도 한다. 짧아서 부담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마무리가 어떻게 된건지 정말 굼금하기도. 영화 ‘말없는 소녀’의 원작이라고 한다.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이기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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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맡겨진 소녀 | 클레어 키건, 허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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