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의 ‘무진기행’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고 밖에는. 그의 작품에는 시체, 강간, 자살, 살인미수, 혹은 직장에서 잘리는 이야기 뭐 이런 소재들이 동시에 나오거나 아니면 적어도 두 세 가지씩은 겹쳐서 나온다. 작품의 분위기가 상당히 무겁다. 또, 주요 인물들은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고 이를 부끄러워 하지만, 절대 상황을 돌려놓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되는대로 상황을 흘려보낼 뿐이다. 부딛친 상처가 그냥 놔두면 어찌저찌 아물어버리는 것처럼. 영웅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