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가장 찬란했던 진화와 멸종의 연대기
<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
젊은 공룡학자 스티브 브루사테의 공룡에 대한 책이다. 원제는 the rise and fall of the dinosaurs 다. 공룡의 부상과 몰락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다. 물론 공룡연구의 최신성과를 보여주는 젊은 공룡학자의 완전히 새로운 얘기이기도 하지만 공룡의 탄생과 몰락까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를 모두 아우르는 책이었다.
책의 저자는 공룡의 불가사의한 기원, 장관을 이룬 번성, 경이로운 다양성, 격변기 멸종을 둘러싼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발로 뛰는 연구가 있었다. 살려낸다. 폴란드의 채석장, 스코틀랜드의 해안가, 브라질의 오지, 미국의 평원을 누비고 아르헨티나의 사막부터 알래스카의 불모지까지, 세계 곳곳에서 수집된 새로운 증거들은 공룡학계에서도 아주 센세이셔널했다고 한다.
최초의 공룡은 집고양이만 한 가냘프고 보잘것없는 괴상한 생명체였다.2억 3000만 년 전 최초의 공룡이 등장했을 때 지구는 땅덩이라곤 초대륙 하나뿐이었는데, 적도를 중심으로 한 고온다습한 열대 지옥과 광대한 사막이 대부분인 상태로 저자가 묘사하는 글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보고 온 것 처럼 독자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했다.
공룡 조상들은 쩍 벌리고 어기적어기적 걷는 대신 똑바로 걷고 달리는 사지를 진화시켜 지옥 같은 페름기 말을 견뎠다. 쥐라기가 도래했을 때 트라이아스기 말부터 초대륙은 동서로 찢어지기 시작했고, 박살난 지표면 틈 사이로 마그마가 콸콸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놀랍게도 공룡은 이 모든 역경을 이겨냈다. 그리고 신속한 대사, 미친 성장 속도, 거대한 몸집이라는 ‘초능력’을 진화시켜 지구의 지배자로 우뚝 섰다.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포인트는 공룡은 오랜 세월 동안 자연이 행동학적, 생리학적, 생물학적 이점들을 하나씩 차곡차곡 조립해 만든 것이란 얘기였다.
이 책에는 젊은 과학자들의 창의력 넘치는 기발한 실험들도 담겨있는데 공룡 골격의 3차원 디지털 모델을 컴퓨터로 구축해 거대한 용각류의 실제 크기와 무게, 습성과 운동 등을 추론하며 뼈를 으스러뜨리는 T. 렉스의 깨무는 힘을 확인하려고 청동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T. 렉스 이빨을 유압식 부하 장치에 장전한 다음, 암소의 골반을 강타해본다.
공룡이 소행성 충돌로 갑작스레 멸종한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저자는 소행성 충돌 당시의 먹이사슬에서 일부 대형 초식공룡들이 사라짐으로써 생태계가 ‘약간’ 취약해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책이 특히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점은 공룡의 진화와 멸종의 연대기는 단순히 우리의 판타지를 충족해주는 화려하고 멋진 동물들의 옛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의 인류를 비추는 거울로 기능하며 그 역사에서 우리는 겸손함을 기억해야 한다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