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
현직 KBS 스포츠 기자이기도 한 한성윤 저자의 국내 최초 일본 고교야구 고시엔을 소재로 한 일종의 논픽션이다. 개인적으로는 프로야구 출범 이전 고교야구 인기를 부모님을 통해 전설(?)로만 들어왔는데 일본은 아직도 고교야구가 전국민의 인기 이벤트라고 한다.
이 책의 3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방대한 고시엔에 대한 스토리들과 분석글들은 아마도 TV 다큐멘터리로 구성해도 10부작은 충분히 나올듯 했고 신문 기획기사로 쓰기에도 모자랐을 것이다. 그만큼 저자의 치열한 노력이 빛을 발하는 책이었고 내용 역시 흥미롭게 엮어서 즐거운 읽을거리가 되었다.
일본은 해마다 8월이 되면 뜨거운 태양 아래 펼쳐지는 ‘여름 고시엔’의 드라마에 전 일본이 열광한다고 한다. 빡빡머리 소년들이 만들어내는 영웅 스토리는 경기 기간 내내 신문과 방송을 장식한다. 특히 저자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로서의 이야기가 아닌 100년 역사의 고교야구로 본 일본의 빛과 그림자를 펼쳐내며 일종의 문화비평이자 인문학적 접근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한국계 고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4강에 진출했다는소식에 잠시 고시엔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었는데 그와 관련된 얘기도 읽어볼 수 있었고 다양한 에피소드와 역사들이 흥미롭게 엮여있다. 또한 미국 슈퍼볼 같은 화려한 빅이벤트가 아닌 아마추어, 아날로그 방식의 정취도 있는 색다른 문화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시대에 걸맞지 않게 아직도 수기로 전광판을 운용하는 구장이 있고, 선수들의 머리는 대체로 1센티도 되지 않는 빡빡머리인데다, 공습경보를 떠올리게 하는 사이렌으로 경기 시작과 종료를 알린다. 점점 갈라파고스화되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10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고교야구가 변함없는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고민하다 보면 대한민국 사회에도 적용해볼 수 있는 시사점들이 연상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매뉴얼을 중시하는 일본 사회의 축소판으로서 고시엔, 감독과 선수, 상급생과 하급생, 주전과 후보, 남성과 여성, 심판과 선수 사이에서 나오는 수직관계의 갈등, 고교야구를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의 서로 다른 관점, 돈이 아닌 꿈을 위해 분투하는 일본 고교야구의 순수성과 예의를 중시하는 고시엔의 경기 문화, 역사와 전통 등을 읽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