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가는 줄 모르고 단숨에 읽고 나니 예전에 무척 재밌게 읽었던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 연상되기도 했던 즐거운 읽을거리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시대 신입사원, 청춘들을 생생하고 디테일하게 그려내는 단짠단짠의 연속이었다.
사무실과 월세방을 오가는 주인공 연희는 당장 내일 출퇴근길에 버스나 지하철에서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았고 공감백배였던 시트콤의 한 토막 같은 회사 생활 이야기도 일품이었다. 원래는 연극배우가 꿈이었으나 어쩔 수 없이 취업을 준비하게 되고 결국 드림출판사에 취직하게 된 연희는 걸핏하면 소리를 지르는 ‘천팀장’과 여차하면 일을 떠넘기기 일쑤인 ‘성대리’와 고군분투 좌충우돌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이 책의 제목은 매일매일 등장하자마자 퇴장하고 싶은 삶의 무대에서 하고 싶지 않은 배역을 맡아 연기해야만 하는 모든 직장인 애환을 표현한 듯 하다.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다는 것, 그 순간이 지나가면 기억 속에만 남겨둬야 한다는 것, 연극과 인생은 닮은 구석이 아주 많다. 나를 매료시켰던 연극의 속성이 실제 삶의 무대에서는 잔인한 가르침으로 돌아와 짓눌렀다. 연극을 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 일을 겪지 않아도 됐을까. 한때의 배우 지망생이라는 알량한 자의식이 없었다면 회사생활을 견디기 좀더 쉬웠을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연극에 매달렸던 청춘의 시기를 지워버린 나의 모습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꿈을 이루지 못한 나’보다 ‘꿈꾸던 시간조차 지워버린 나’가 더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