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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달님은 몇 시에 일어나세요?"
일찌감치 출근한 동료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묻는다. 간당간당 턱걸이로 지각은 면했지만, 유치원 등원 시간 맞추느라 3분, 5분 지각이 잦아지던 차다.
"일이 많을 땐 새벽 4시 정도고, 피곤한 날은 6시쯤에 일어나는데도 늘 시간에 쫓기네요. ^^;"
나름 부지런하게 움직이려고 노력하지만 쉽지가 않다. 늦둥이 둘째를 낳은 후 일주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을 땐 갓난 아이를 돌보며 재택근무를 해야 했기에 정신없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바닥난 체력은 회복될 기미가 없고, 해야 할 일들은 끝없이 넘쳐난다. 쌓인 일들을 해내기 위해서는 잠을 줄이는 수밖에.
하지만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그마저도 쉽지 않다. 몸이 힘들고 불편한 기분이 쌓이니 점점 자괴감도 깊어지고, 정신력으로 버텨야 한다는 다짐과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의지박약이라는 좌절감이 반복된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라는 시간. SNS를 보면 멋진 풍경을 즐기는 사람도, 차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도 많은데 왜 나는 매일 같이 꼴딱꼴딱 숨넘어가는 기분으로 시간에 치여 살아야 하는지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는 요즘이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도 있으니 다 때려치울까 싶다가도 일과 연결된 부분이라 쉽게 접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늘 찜찜하고 불쾌한 기분을 가득 안고 살아간다.
체력적 힘듦보다 정서적 괴로움이 더 커지던 차에 <바쁨 중독>을 만나게 되었다. 2017년 NPR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말센스"를 집필한 셀레스트 헤들리Celeste Headlee의 책으로, 저자는 줄지 않는 업무에 지쳐 자신의 삶을 돌아보다 <바쁨 중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공유하고 있는 바쁨 중독에 빠지는 원인과 해결 방법은 저자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한 고군분투기이자, 독자에게 전하는 작은 선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1부 '바쁨 중독에 빠지다'를 통해서는 삶의 속도가 왜 빨라졌는지부터 여유를 게으름으로 여기며 죄악시하게 된 역사적인 배경, 실제 우리 삶에서 일을 줄이거나 늘렸을 때 나타나는 결과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한 업무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이 역사적으로 얼마 되지 않았으며, 옛적에는 지금보다 훨씬 적은 일을 했다는 점이 꽤 놀라웠다. 기술의 발전으로 일을 처리하는 속도가 빨라지기는 했지만 그것이 실제 인간이 해야 하는 업무(시간)를 줄이지는 못했다는 것에 깊이 공감됐다.
컴퓨터와 통신 도구의 발전은
각종 작업을 하는 데
시간이 훨씬 덜 걸리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
부지런히 일한다.
회사의 경영진은 21세기의 직장에서
여전히 19세기의 사고방식을 고집한다.
- 시간, 돈이 되다 中
근면에 대한 강조가 해로운 게 아니라
그에 대한 집착이 문제다.
우리는 그냥 '있을' 때는 행복하지 않고
무언가를 '할' 때만 흡족한 문화 속에 살고 있다.
- 일은 정말 필요한가? 中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며 시간이 곧 돈이 되어버린 요즘.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며 업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무의식과 나쁜 습관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스스로 깨트리고 있지는 않았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균형을 잡아가야 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2부 '여유 있는 진짜 삶을 되찾을 방안들'에서는 삶을 되찾을 6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여유 있는 진짜 삶을 되찾을 6가지 방법
1. 자신의 업무 방식을 파악하라
→ 시간을 기록하라
→ 일정표를 짜라
2. 미디어 속 삶에 집착하지 마라
→ 비교를 멈춰라
→ 비현실적인 비교 기준은 버려라
3. 책상에서 떨어져라
→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라
→ 의도적으로 휴식을 취하라
4. 여가에 투자하라
→ 비생산적인 일을 하라
→ 업무 메일 중독에서 벗어나라
5. 진정한 관계를 맺어라
→ 팀으로 일하라
→ 친절을 베풀어라
6. 안목을 넓혀라
→ 수단이 아니라 목표에 집중하라
→ 먼저 최종 목표를 명확히 하라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일이나 엄마의 역할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게 되면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들곤 한다. 하지만 삶에 있어 여유는 반드시 필요하고, 그 의미가 결코 게으름이 아님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얼마 전 읽은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를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면, <바쁨 중독>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정해진 노동의 시간(틀)에서 효율적일 수 없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적어도 시간 누수로 인해 스스로 일과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지는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과중한 업무로 지쳐있거나 일상이 버거워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특히 늘 시간에 쫓기는 워킹맘이라면 지친 마음을 환기할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https://blog.naver.com/gmlight/2223229454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