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 전에 진화생물학에 흥미를 느껴 리처드 도킨스의 책들을 읽어본 적이 있다. 진화를 통해 써 내려가는 생물의 역사는 정말 경이로웠다. 진화를 통해 인간과 생물에 대해 좀 더 싶은 이해가 생긴 것 같아 기뻤다.
진화의 필수 요소 중 하나는 새로운 탄생과 죽음이다. 생물이 죽지 않고 자손만 남긴다면 그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한정된 자원과 공간에서는 결국 생물들끼리 대립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생물은 자손을 남기고 시간을 두고 죽는 것으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과론적이다. 한정된 공간이 아닌 곳에 사는 생물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생물에게 죽음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이것은 진화와 엮여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개체와 종이 반드시 존재했고, 그 덕분에 생물의 연속성이 끊기지 않고 이어질 수 있었다. 그 살아남을 수 있는 개체를 탄생시키기 위해 수많은 후보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 후보를 만들기 위한 요건은 재료의 확보와 탄생이라는 시스템이다. 바로 죽음이다.
'생물은 왜 죽는가'라는 생물학자가 생물이 왜 탄생하였고 어떻게 죽는지, 그리고 왜 죽는지에 대해서 친절히 설명한 책이다. 그저 수명이 다해서 죽을 것이라는 간단한 생각부터 생명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죽음의 메커니즘 그리고 생태계 전체에서 이뤄지는 죽음과 탄생의 순환고리를 재밌게 알려준다.
죽음이라는 소재는 누구에게나 관심 있는 소재다. 분명 언젠가는 나에게 닥칠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두려워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인간이 유독 먼 미래의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인 것처럼 더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인간은 죽음의 의미를 생태계 전체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죽음은 허망하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이고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 수 있게 된다.
죽음에 의미를 확장시킬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