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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하루

[도서] 지독한 하루

남궁인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님은 20186130325분에 사망하셨습니다.”

당직 의사는 자신의 뒷머리가 아무렇게나 뻗쳐있는 걸 모르는 눈치다. 아마도 자다가 호출 받고 급히 달려왔겠지. 아직 앳돼 보이는 당직 의사는 공손히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미안한 얼굴로 우리 엄마의 죽음을 선고했다.

 

죽음의 순간, 그 경계를 긋는 일”. 그것이 의사의 일이라고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은 말한다.

 

 

죽음에 대한 판단은 심장이 멈춘 사람의 종합적인 상태를 고려해, 현재 할 수 있는 처치와 노력을 감안했음에도(중략) 이 사람이 절대로 돌아올 수 없으리라 확신할 때 내릴 수 있다. 반드시 가능성이 0퍼센트여야 한다. 그렇게 모든 미련을 떨치고 확신이 들면, 의사는 모든 노력을 멈추고 사망선고를 한다.(9)

 

그날 우리 엄마의 죽음도 의사의 선고로 공식화되었다. 모든 사망 관련 서류의 시작점이었다. 

 

 

 

 

 

30대 중반부터 죽음에 대한 화두에 시달렸으나 누가 죽음을 선고하는가에 대한 질문까지는 닿지 않았던가 보다. 그날의 선고는 낯설었다. 죽음과 관련한 나만의 시뮬레이션에는 없던 장면이었던 것이다. 법적으로 의사의 선고가 있어야 죽음이 인정되는 것.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 나는 몰랐던 것처럼 낯설기만 했다. 생명의 끝은 과학적 판단에 의거한 의사의 입에 에 달려있었다.

 

 

 

 

 

 

남궁인의 두 번째 의학에세이 지독한 하루』에서 죽음에 대해 한발 더 다가섰다. 남궁인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이다. 종합병원의 응급실은 사고나 질병의 막다른 곳이다. 그곳에서 삶과 죽음의 면면들을 생으로 대면한다. 응급실로 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급한 환자들이다. 당장의 치료를 요하는 환자들이 밀려든다. 그런 상황인 만큼 나는 상상해본 적도 없는 상태의 환자들을 책 속에서 대면한다. 머릿속으로 장면을 그려본다 한들 현실만큼 처참할까 싶을 환자의 사연들이다. 폭발 사고로 인해 전신이 불타버린 노동자들, 5층에서 떨어진 남매의 산산이 부서진 몸, 뼈의 강도가 약해서 쉽게 부서지는 불완전 골형성증 여자 아이, 매끄러운 두뇌를 지니고 태어나 오직 할아버지의 헌신과 사랑으로 보살핌으로 평균 수명보다 훨씬 길게 살고 있는 11살 설희까지, 이건 현장에서 의학을 실행하고 있는 현직 의사들도 보기 드문 환자들이다. 의사 본인도 책에서만 만나던 환자들의 처참한 현실에 놀라움을 감춘 채 시급히 치료를 감행했었다.

 

 

그는 독자들에게 흥미적 소재로 재미를 주려한 것만은 아니다. 응급실의 현실에 대한 묘사는 의료진의 노력과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의료진을 향해 행사한 폭력은 여러 사람의 목숨을 쥐고 흔드는 것과 다름 아닌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라는 것이 놀랍다. 이를 넘어 소방관의 노고와 처우에 대한 이야기도 넣었고 의과 대학생들의 흉부외과나 응급의학과 전공을 선택이 적어 전국의 중증외상센터의 부족을 불러왔고 이에 파생된 여러 문제점도 지적했다. 문제 인식은 누군가 문제 제기해야 관심을 불러오고 해결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다. 이국종 교수가 재조명되면서 그나마 중증외상센터에 관한 문제점을 들어보게 된 것도 어찌보면 기적이다.  내가 겪지 않는 이상 문제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기 때문에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어쨌든, 응급실은 죽음의 문턱에 직면하여 달려온 환자들로 득실댄다. 성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응급환자는 분초를 따지는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기에 의료진의 더욱 빠른 판단과 처치가 필요한 치열한 공간이다. 그런 곳에서 일하다보면 죽음에 무덤덤해지고 회피하고 싶은 순간도 쌓여갈 것이다. 글쓰는 의사 남궁인은 머리를 흔들며 말한다. 만약은 없다고.

만약은 없을 수 있게, 도저히 생각조차 나지 않아 내가 내뱉은 말에 어떠한 가책도 느끼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일이다.”(234).

 

우리가 만난 병원의 의사들은 냉정하고 기계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특히 대형 병원 의사는 바빠서 그런지, 너무 많은 환자들을 만나서 그런지, 정도가 훨씬 심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들도 생사를 다투는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버텨내려면 어쩔 수 없을 것도 같다. 그런 상황에서 남궁인의 소명 잔뜩 묻은 스스로의 다짐 같은 저 말은 환자 또는 보호자 입장에선 고맙고 반갑다. 저렇게 생각하는 의사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믿는다.

 

죽음에 관해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책이다. 그래서 많은 문장들이 내게 닿는다. 자꾸만 여기에 옮겨 놓는 이유다.

 

인간사에서 가장 극적인 죽음을 한낱 물리법칙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죽음은 그 횡포하고 잔인한 이미지와 놀라운 급작성, 현존 여부와 직결되는 슬픈 성질 때문에 유사 이래 계속 극화되고 신격화되어 왔습니다. 죽음은 처음부터 도저히 평등하다고 언급될 수 없는 성질을 가졌습니다.(156)

 

 

요조님의 감상문, 엄지 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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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뻑공

    가장 긴장감 있게, 생생하게 들려주는 응급실 이야기였어요.
    이분이 쓰신 두 권의 책 모두가...
    응급실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제가 가진 궁금증은 그대로였는데,
    왜 꼭 한밤중이나 새벽에 응급실로 몰려드는 환자가 많을까요?
    그러다가 새벽이 지나 해가 떠오르려고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응급실은 고요해지곤 하더라고요.
    정해진 건 아니지만, 제가 경험한 몇 번의 응급실은 그랬다고요. ^^

    2018.10.04 23:2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금비

      ㅎㅎ대부분 응급실 갈 수밖에 없는 시간대이다보니, 낮에는 일반 병동 가면 되니..아이가 아파서 간 적이 대부분이라서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언뜻 건너 듣던 얘기가 여기에 생생히 담겨 있어서 더 몰입해서 읽었네요..
      바쁜 의사가 언제 이렇게 글까지 썼는지, 참 감사하네요.

      2018.10.07 21:03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그런 일이 있으셨던 거군요...
    유난히도 폭염열대야에 덥다라는 말조차 안 나오던 올해였는데.
    응급실 상황이야 뭐...
    예전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순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요즘은...

    2018.10.04 23:5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금비

      어딜가나 조폭(양아치)들의 행세는..학교에 찾아오는 조폭도 있거든요. 특히 자기 자녀가 다닌다거나 할 때..
      그 외에도 상식 이하의 사람들이 참 많다 싶어요..

      2018.10.07 21:05
  • 스타블로거 초보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천착하기까지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새로운 삶으로 향하는 조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죽음은 늘 사람들의 화두로 떠오르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저자의 책 두 권을 모두 읽어내신 금비님의 죽음에 대한 생각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 가는지 궁금하다는...ㅎ

    2018.10.05 08:3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금비

      방향이라기 보다(방향 자체가 없어서 ㅎㅎ) 구체화 되어간단 느낌? 내가 죽을 수 있다는 게 막연한 게 아니라 구체적인 상상들을 하게 되고,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이며, 나는 사후에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등등..넘넘 진지한가요 ㅎㅎ

      2018.10.0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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