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덕분에 알게된 작가 이꽃님의 신간이 작년에 나왔다고 했을때 몹시 궁금했다. 나에겐 청소년소설도 어른 소설못지 않은 재미와 완성도가 있다는걸 알게해준 작가이기도 하다. 제목이 다소 자극적인데 그래서일까. 더 궁금해졌다.
이 책을 읽고나니 역시나 이꽃님의 소설은 재미있다는걸, 믿고 보는 작가로 다시금 나에게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어느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두고 죽은 피해자와 가해자로 의심되는 가장 친했던 친구 두명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읽어나가면서도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계속 의심하고 추리하면서 책을 읽었다.
작년 5월 뉴스를 통해 온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한강에서 발견된 정민군 사건이 떠오르기도 했다. 두 친구가 엮여 있다는점, 뉴스와 방송에서 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했을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유튜브에까지 추측성 글과 영상이 올라가고 사람들은 '카더라' 혹은 '그럴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이미 결론을 한방향으로 몰고가는 점도 비슷했다.
이 책 역시 진실보다는 정황과 두 친구를 둘러싼 소문과 주변인들의 판단과 기억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접근해간다. 아직 제대로 조사와 판결이 나지 않은 사건을 방송과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룬것도 부와 권력을 가진 악한 자와 평범하고 그렇지 못한 선한 자로 나누는 프레임을 씌운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밝혀내지 못하는 음모가 있을것이라는 점이 작년에 있었던 실제 사건을 많이 떠오르게 했다.
책의 마지막을 읽어나갈때까지 정말 범인은 누구일지. 내가 생각한 정황이 맞는건지 궁금해하며 읽었다. 그리고는 마침내 밝혀지는 마지막장에서 결론에 뒷통수를 한방 맞은듯한 느낌이었다.
작가가 다루고 싶었던 것도 진실과 믿음에 관련된 문제라고 했다.
나는 종종 진실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진실은 사실 그대로인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것인지, 이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범죄의 문제에 있어서도 모든 사람들이 누군가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이야기하기 시작할때 실제로 가해자가 아닌 당사자는 처음에는 억울함으로 화가나겠지만 모두가 그를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변호사조차 믿음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변호할때 당사자는 어떤 느낌일까.
절망을 넘어서서 자기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의심하고 내려놓게 될지도 모를일이다.
범죄에서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사실들이 얼마만큼 진실에 가까울지 우리는 받아들이고 싶은것만 보고 믿고 싶은것만 믿는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나 sns가 그 어느때보다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다양한 매체와 유튜브같은 개인이 생산하는 미디어들이 넘쳐나는 이때에 가짜 뉴스들과 진실을 왜곡하는 이야기들이 우리의 생각과 판단을 수시로 흔들어 놓는다.
때론 옳은것이라고 생각해서, 정의로운 것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행동과 말들이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진실을 왜곡하거나 덮을수도 있음을 생각해보게 된다.
한편으론 요즈음의 아이들이 조숙하고 어른못지 않은 말과 생각을 보인다고 하지만 여전히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어찌할지 모르는 어려움을 겪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이 책속 아이들을 통해 가까이에서 보는듯해서 안타깝기도 했다. 청소년 아이들에게 성장의 과정이자 배움의 과정인 관계를 배워나가는 이 과정이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고등학교 안에서 제대로 풀길없는 모습으로 밀려나는것 같은 안타까움이 더해지는듯 하다.
청소년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생각해볼 화두를 던져주는 <죽이고 싶은 아이>는 이꽃님 작가의 전작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께>와 함께 모든이들에게 추천해주고픈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