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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도서] 긴긴밤

루리 글,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수많은 긴긴밤을 함께 했으니

'우리'라고 불리는 것은 당연했다.

 

 

지난해 출간된 동화 <긴긴밤>은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흰바위코뿔소와 동물친구들과 알에서 깨어난 아기 펭귄의 이야기이다.  제21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긴긴밤>은 이 책을 읽은 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동화임에도 수많은 어른들의 마음을 울렸다.

 

작년 제주에 내려갔을때 잠시 들렀던 제주살롱 대표님도 인생동화라며 강추해주셨던 책이기도 해서 당시 더 호기심을 갖게 되었던 기억도 난다.

이 책을 북클럽책으로 선정하고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고 나니 역시나 왜 많은 어른들이 이 동화책을 추천하는지 알 것 같았다.

 


 

코끼리 고아원에서 수많은 코끼리들 사이에서 편안한 삶을 살던 코뿔소 노든은 큰 용기를 내어 고아원 바깥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그곳에서 잊을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경험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고아원밖 세상으로 나온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혜롭고 마음 따뜻한 코끼리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코끼리로 살아갈 수도 있었지만 끝끝내 자신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과 바깥 세상을 향한 희망을 찾아 떠났던 노든은 새로운 세상에서 만난 가족을 다 잃게 되는 고통과 트라우마를 겪고 다시 동물원으로 구조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얼마 안되어 그곳에서 다시 잔혹하게 코뿔소의 뿔을 노리는 뿔사냥꾼에게 하나밖에 없는 동료이자 친구 앙가부를 잃게 된다.

 

그런데 포기할 수가 없어. 왜냐면 그들 덕분에 살아남은 거잖아.

그들의 몫까지 살아야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안간힘을 써서, 죽을힘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해

 

뿔을 훔쳐가는것으로 그치지 않고 인간은 전쟁을 일으키고 결국 코뿔소 노든은 전쟁으로 파괴된 동물원을 펭귄 치쿠와 치쿠의 알과 함께 탈출하게 된다.

 


 

자신이 살아갈 이유를 펭귄 치쿠에게서, 그리고 치쿠가 떠나고 다시 알에게서 찾는 노든은 알이 부화하여 그곳에서 태어난 펭귄을 돌보며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치쿠의 알에게 베푼다.

펭귄은 물에서 살수 있는 존재이기에 바다를 찾아 떠나는 머나먼 길을 함께 하며 노든은 아기 펭귄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살아온 이야기들, 끔찍했던 기억들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와 자신이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긴긴 밤에 대해서도.

 

노든은 악몽을 꿀까 봐 무서워서 잠들지 못하는 날은,

밤이 더 길어진다고 말하곤 했다.

이후로도 그들에게는 긴긴밤이 계속 되었다.

 

노든의 긴긴 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각자에게도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있었을 긴긴 밤을 떠올려보게 된다. 말할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웠던 밤들. 그리고 노든의 인생과 우리의 인생이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순간의 기쁨과 행복 그리고 긴 인내와 고통의 시간들이 뒤섞여 만들어지는 우리 인생의 시간들.

노든의 끝나지 않을것 같은 고통은 다른 이들의 사랑으로 조금씩 회복되어 진다.

나의 삶이 오롯이 나의 힘만으로 만들어지는것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희생과 도움과 사랑으로 꽃피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때 노든의 대답이 얼마나 기적적인 것이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해도 마음 한켠에 동화가 줄수 있는 감동의 폭에 어느정도 한계를 긋고 있었던것 같다. 아이가 어릴때 함께 읽어주거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 일부러 찾아보거나 그림이 너무 좋아서 소장하고 보는 동화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동화가 어른에게 줄 수 있는 감동의 폭은 제한적이라고  생각해 왔었나보다.

 

<긴긴밤>을 읽고 난 지금, 동화가 줄수 있는 감동과 생각의 폭은 한계가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흰바위코뿔소와 그가 만나는 동물들을 통해 전하는 삶의 고통과 기쁨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느끼는 고통과 두려움, 기쁨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 책을 덮을때 즈음 한마디로 압축하기 힘든 여러 감정들이 마음 깊숙한 곳부터 솟구친다.

이 책이 남기는 긴 여운은 오랜시간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에 멤돈다.

 

죽는 것보다 무서운 것도 있어.

이제 나는 뿔이 간질간질할 때 그 기분을 나눌 코뿔소가 없어.

 

너는 매일 아침 눈을 뜰때마다 오늘은 바다를 찾을 수 있을지, 다른 펭귄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되겠지만 나는 그런 기대없이 매일 아침 눈을 떠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흰바위코뿔소의 이야기를 단순히 멸종동물의 위기를 경고하기 위한 동화라고 단정하기에는 이 책이 전하는 메세지가 너무도 크다. 뿔 사냥을 하는 밀렵꾼들과 아프리카의 잦은 내전으로 그 수가 급격히 줄어 결국 세상에 단 하나밖에 남지 않은 흰바위 코뿔소가 존재했었고 그 사실을 바탕으로 쓴 동화라는 걸 알고나서도 동물을 보호하자는 메세지보다 노든이 보여주는 삶과 인생에 대한 질문이 더 깊게 마음을 울린다.

 

노든이 평온하던 코끼리 고아원을 나와 코뿔소로 살아가기 위해 위험한 모험을 선택했던 것처럼 아기 펭귄 역시 노든과 이별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 바다로 힘차게 나아간다. 둘의 이별은 슬프지만 이 헤어짐이 서로를 위한 최선의 해피앤딩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각자에게 주어진 상황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것. 그것이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임을 알기에 깊은 바다로 홀로 나서는 아기 펭귄에게 응원을 마음을 보탠다. 아기 펭귄이 자신의 곁에 안주하며 머물지 않고 자기의 세상을 찾아 떠나도록 종용하고 격려하며 홀로 생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남겨진 흰바위 코뿔소의 묵직한 사랑에 가슴속 깊은 곳에서 따듯함이 차오른다.

 

나는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나간 노든의 아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직 죽지 않은 연인을 뒤로하고 알을 데리고 도망쳐 나오던 치쿠의 심정을,

그리고 치쿠와 눈을 마주쳤던 윔보의 마음을,

혼자 탈출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던 앙가부의 마음을,

코끼리들과 작별을 결심하던 노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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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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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삶의미소

    맞아요 동화가 주는 감동은 정말 어마어마 하죠 ~~ 아이들이 좀 컸다고 그림책도 동화책도 멀어지는데 사실 그림과 함께 하면 더 감성이 풍부해진다는 걸 왜 잊고 지낼까요 ...
    저도 정말 왜 사람들이 이 책을 강추하는지 읽어보니 알겠더라구요 ~~
    좋은 책은 널리 읽혀야한다 !!
    cyprus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

    2022.04.08 23:57 댓글쓰기
    • cyprus

      삶의 미소님도 이 유명한 동화책을 이미 만나보셨군요~! 이 책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계시다니 반가운마음이에요~ ^^ 정말 글뿐 아니라 그림이 주는 감동도 엄청난것 같아요. 좋은 책은 널리 읽혀야한다에 진심 공감해요. 이미 유명하지만 널리널리 알리고 추천하고픈 책이에요. 삶의미소님도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

      2022.04.09 01:00
  • 파워블로그 나날이

    동화, 우수리뷰 축하합니다. 이야기를 리뷰로 더 빛을 낸 듯해 읽으면서 행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 주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주어지는 포인트론 좋은 책 만나시고요.

    2022.04.13 13:16 댓글쓰기
    • cyprus

      감사합니다, 나날이님. 늘 관심갖고 찾아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진심 감사드립니다. 나날이님도 한주 마무리 잘하시고 행복한 주말 되시길 바래요! ^^

      2022.04.15 00:58
  • 스타블로거 moon77

    긴긴밤, 처음 표지를 본 순간부터 반한 작품이에요. 쉽게 마지막장을 덮지 못했어요. 리뷰 읽으니 다시 읽고 싶어지네요. 우수리뷰 선정되신 것 축하드려요!

    2022.04.13 13:57 댓글쓰기
    • cyprus

      쉽게 마지막장을 덮지 못했다는 말씀에 저도 깊이 공감이 되어요. 리뷰읽고 다시금 추억하며 읽어보고 싶으지셨다니 저도 기쁘네요. 달님, 공감의 댓글에 감사드리며 행복한 주말 되시길 바래요~ ^^

      2022.04.15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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