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과 녹색의 조명탄들이 어둠 속으로 높이 올라가서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작은 곡선을 그리며 사라져 버리지 그래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즐거움을 느끼는 동시에, 그것이 금세 사라져버릴 거라는 두려움도 느끼게 돼.'
이 소설이 쓰여진 시점이 헤르만 헤세가 결혼 후 가정을 꾸리고 있을 때라고 한다. 크눌프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점잖으며 누구에게 사랑 받는 인물로 등장한다. 어디를 가든 늘 이 사람을 반겨주는 지인들은 있었고 조용히 며칠씩 신세를 지면 조용히 여행을 떠났다. 크눌프가 잠시 쉬로 무두장가 살고 있는 마을에 들른다. 헤세는 너그러이 받아주는 무두장이는 크눌프를 편안하게 해 주지만 계속해서 방랑처럼 여행 하기 보단 가정을 가지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신을 행복할까? 행복보다는 왠지 인간이 살면서 가져야 하는 순리인듯 했다. 더 나아가 무두장이 아내가 헤세를 유혹하는 장면을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렇다고 선뜻 넘어가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런 유혹을 뿌리치고 다시 여행길에 오른 크눌프다.
잠시 이곳에서 머물면서 고향을 떠난 여인을 알게 된다. 그저 같은 방랑자(?)로 고향을 떠났기에 잠시 동안 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고 처음 두려움 마음이 컸던 여인은 이제 크눌프가 떠난다고 하니 아쉬워했다. 하지만,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지 않기에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첫장은 이렇게 무두장이 마을에 머물렀던 이야기로 마무리가 된다. 그 다음은 크눌프와 같이 여행을 했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끊임 없는 얘기로 같이 있으면 새로운 사실과 놀라움이 많았던 두 사람은 이 남자가 맥주를 더 마시고 더 이런 순간을 느끼고 싶었던 것에서 틀어진거 같았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그렇듯 술이 더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 남자는 멈추지 못하고 자신이 마시고 싶을 만큼 마셨다. 하지만 다음날 크눌프가 누웠던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떠나가버린 벗에 대해 후회와 어찌되었든 자신의 실수 였음을 깨닫고 고독을 몰랐던 이 남자는 평생 고독을 옆에 두고 살았다.
마지막 부분은 크눌프 인생의 종말이다. 다시 여행길에 오르고 어릴 적 친구를 만나는데 현재 이 사람은 의사가 되었다. 바로 크눌프의 건강이 좋지 않음을 알았고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하지만 결국 그 병원으로 가지 않고 크눌프는 마지막 삶 자신이 그토록 찾고 헤맸던 것을 찾아 나선다. 죽기전 고향을 찾아와 옛 추억을 떠올리면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 어쩌면 사람에 대한 배신이 느껴지지 않았던 그때에 죽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생은 완벽한 것이 없는데 어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가장 아름답고 행복할 때 죽는 다는 것은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겠다는 말이다.
고향을 둘러보고 몸이 서서히 더 지쳐갈 때쯤 신을 만나고 두 존재는 얘기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서야 크놀프는 자신의 삶에 만족함을 느끼고 조용히 생을 마감한다. 소설은 목가적인 느낌이랄까? 번역에서도 한 몫을 했지만 문장이 포근하다. 어떤 거침 없이 스며들었고 여행길에 나선 크놀프는 인생에 고통과 아픔을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도 타인에게는 희망을 전달하는데 어쩌면 자신이 그렇게 하지 못했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아이가 있지만 입양이 되었고 친부라고 말할 수 없는 고통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그럼에도 휘파람으로 그저 그집을 지나가는 가야했던 크눌프...가정을 꾸린 재단사의 투정에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현재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느끼게 해줬다.
다른 시각으로 크눌프처럼 산다면 만족할까?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생각하고 싶으면 하염없이 생각하는...그러나 삶은 어느 쪽을 두고 좋다 나쁘다 라고 할 수 없다 그저 자신이 처한 그 상황에서 만족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