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삶을 무참하게 만드는 것은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이는 과거나 현대나 마찬가지다. 한 줄 그래 맞다 신문이든 어디든 그 사람에 대한 악의적인 한 줄만 적기만 하면 무너지고 설령 이것이 고의적인 행동이라도 다시 회복하기란 어렵다. 오늘 읽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옆에는 작은 글씨로 '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가 적어져 있다. 어설프게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가 되었고, 책을 읽는 동안 카타리나에 대한 연민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올곧은(자신을 흐트러지게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모습이 더 각인이 되었다.
소설은 1974년 2월 24일 저녁 카타리나가 뫼리 경사의 집에 찾아가 자신의 집에 기자 퇴트게스가 죽어있고 자신이 죽였다고 말한다. 뫼리 경사를 비롯 카타리나를 가정부로 두었던 블로르나 변호사와 하흐 검사 그리고 바이츠메네는 이 사건을 수사하고, 카타리나의 경로를 추적하면서 저자는 시간을 나흘 전으로 올라간다. 2월 20일 카티발 축제가 있던 날 카타리나는 한 남성과 춤을 추었고 그 남자와 하룻밤을 보냈다. 그런데 이 남성이 경찰에서도 잡으려고 했던 범죄자인 '루트비히 괴텐'이었다. 카타리나 집으로 들어닥쳤을 때는 이미 남자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카타리나는 괴텐과 함께 있었다는 이유를 심문을 받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카타리나는 평범한 가정부이지만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러 남성들과 어울린 것도 아니며 오히려 자신에게 편지와 보석, 액세서리를 주면 자신을 받아달라는 남성에게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보지 않았다 언론사 <차이퉁>은 카타리나에 대한 모습을 가볍게 묘사했고 범죄자의 연인으로 까지 표현하며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왜 하필 범죄자와 사랑에 빠졌을까? 아니 사랑에 빠져서 보니 범죄자였다 라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경찰은 괴텐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카타리나였고 여러 방면으로 설득했지만 어느 것도 얻은 것은 없다. 오히려 사생활을 파헤칠수록 흠을 잡을 수 없었다. 이런 여인이 왜 괴텐을 도왔을까? 진실과 다르게 언론은 왜곡된 내용이 가득하고 이제는 카타리나의 가족에까지 번지게 되었다. 한 기자로 인해 카타리니의 엄마는 병원에 죽게 되었고, 감옥에 있는 오빠도 세상에 들춰지게 된다. 도대체 어디까지 내려가야 세상은 카타리나를 놔주는 것일까?
첫 장면에서 카타리나 살인을 했다는 장면에서 시작으로 왜 살인까지 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 결국 이렇게 만든 것도 세상이다. 더 나아가 자신을 창녀 취급했던 죽은 기자 역시 범죄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카타리나의 명예를 실추 시켜버렸다. 시대가 혼란스러웠고 공산주의 단어가 등장하고 어쩌면 희생양이 필요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살인은 결코 어떤 것에도 답이 될 수 없지만 아....문득, 카타리나의 선택에 '그래 그럴수밖에 없어겠지..'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른 방법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시간이 거슬러 올라간다 하더라도 카타리나의 선택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카타리나는 다정함은 양쪽에서 원하는 것이고, 치근거림은 일방적인 행위인데 항상 후자의 경우였노라 주장했다. 그 차이가 그녀에게는 결정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이며, 그녀가 남편과 헤어진 이유 중 하나도 이와 관련 있다는 것이었다. 남편이 다정한 적이라고는 한 번도 없었고 늘 치근거렸다 했다.' - 31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