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잘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이며 어떻게 해야 한 인간으로서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까? 최근 톨스토이의 [인생독본]를 필사하면서 그가 남긴 명언과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자들의 문장을 읽을 때면 온전한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을 얻기보단 비움으로써 더 채워지는 것을 알려 주고 있다. 오늘 만난 [삶 다시 시작이다]는 살아가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알려주는 도서다. 사실, 읽기 전까진 저자가 걸린 병으로 인해 힘겨웠을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뎌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나는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과거를 뒤돌아 보게 했다. 저자는 현재 충주열린학교 교장이며 문해교육 전문가다. '문해교육'이란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건 어르신을 중심으로 한글을 배우지 못한 분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검정고시까지 치르게 하는 교육이다. 한글을 배우지 못한 분들이 사실 곳곳에 많다는 것을 요즘 시대(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지만)는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역사를 보면 침략과 전쟁이 그리 오랜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제대로 교육받기 힘든 장애인들에게도 가르치고 있다.
인생이란 한 치 앞을 모른다고 하는 데 저자가 그랬다. 형편이 어려워 취업을 하고 뒤늦게 대학을 다니고 호주로 유학을 떠나려던 시점에 질병이 발생되었다. 그녀 나이 23살... 한 창 꿈을 키워가는 그 나이에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날이 많아지고 자신의 나약함에 사람은 무너지기 마련이지만 혼자가 아닌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위로를 해 준다면 그럼에도 일어서는 게 바로 사람이다. 저자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통과해 글을 배우고 싶다는 장애인 한 분을 만나 작은방에서 시작해 점점 한글을 배우려는 분들이 찾아오게 되면서 훗날 학교까지 세우게 되었다. 처음부터 세워진 학교가 아니었기에 방 한 칸에서 학교가 세워지기까지 무단한 노력을 했음을 알았고 또 그저 가만히 서서 도움을 받으려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이 있다면 공모전을 도전해 채웠다는 사실이다.
만삭의 배가 된 상태에서도 이사로(더 큰 곳으로 가야 하기에) 알아보러 다녔던 시간과 한 시간 넘는 거리를 마다하고 배우러 온 어르신들... 지금은 과거에 비해 배움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어 배우지 못했던(다는 아니어도) 그 감정은 당사자가 아닌 이상 쉽게 느낄 수가 없을 테다. 한글을 배워 먼저 떠난 배우자(할아버지)에게 시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한 할머니는 글을 몰라 남편에게서 편지가 오면 이웃에게 읽어달라고 했는데 이제는 답장을 쓰게 되었다. 자신의 아픈 몸에도 저자는 그럼에도 타인을 위해 부단히 움직였다. 배우자까지 만나 결혼도 하고 자녀까지 낳았다는 것을 보면 인생을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문해교육을 처음 알게 되면서 자격증을 찾아보기도 했고, 한국과 다르게 일본에서는 '조에 문해 교육'라는 정규 학교에서 교사가 수업을 가르친다. 국내에서는 아직 교육으로 인정이 되지 않아 자원봉사자만으로 된 그때 이미 일본에서는 공교육을 실시했다는 사실이다.
제대로 학교가 되기까지 수업을 듣는 어르신들의 도움과 지인분들의 힘으로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꿋꿋하게 앞으로 정진했던 것은 일본 문해 교육에서의 자극 때문이기도 하다. 그 힘든 길을 걸었기에 드디어 문해 교육 전문가가 된 저자. 한글을 배우고 싶다는 이 한마디에 20년 동안 한 우물을 팠기에 충주 열린 학교가 존재하게 되었다. 생명은 하나밖에 없지만 사는 동안 한 가지 이상을 할 수 있는 게 인생이다. 대학시절 설마 문해 교육 전문가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아픔을 기회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는 것.. 책을 읽으면서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는 것을 목격했고, 동시에 내가 살아온 삶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을 고찰하는 시간을 갖게 한 도서이기도 하다.
한글을 배우기 위해 멀리서 오는 많은 분을 생각한다. 배움의 열기로 가득한 교실을 보면서
한 분 한 분의 인생을 들으며 삶을 배워간다. 오늘도 당당한 삶을 위한 행복한 도전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