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아주 유명한 부모역할훈련. 다른 독서모임에서 만나 제대로 실천하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독서모임을 꾸렸다. 매일 매일 읽으면서 실천하기. 막판에 나라 전체에 난리가 나는 바람에 요 몇 일 제대로 못했지만, 그냥 혼자 읽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얻었다. 다시 한 번 책은 읽고 실천 해야 빛을 발한다는 걸 깨달았다. 함께 해준 독서모임 회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ㅎㅎ
이 책도 워낙 유명하고 PET를 강의하시는 분도 많아서 많은 부모들이 아는 듯 하다. 사실 난 독서모임에서 들어서 알게 되었지만, 보면 볼수록 이건 읽는 책이 아니라 행동하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아이와 잘 지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론을 이야기 한다. 육아 단순 가이드가 아니다. 제목 그대로 Parent Effectiveness Training이다. 부모가 되기 위해서 효과적인 훈련 방식들이다. 실제로 사용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아이와 대화가 수월해지는 걸 느낀다.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먼저 정의한다.
- 효과적인 부모의 역할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수동적이고 ‘지도하지 않는’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1)
우리는 흔히 부모라면 아이를 좋은 사람이 되도록, 혹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고 만들어 줘야 하는 역할을 가진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일들을 책임이라는 명목으로 실천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어디까지가 역할이고 책임이며, 어디까지가 아이의 선택으로 남겨야 하는지 많은 이들이 헷갈린다. 이는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자신이 해내야 하는 역할을 다르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때 저자의 조언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지도하지 않는 게 아이에게 좋을 지도 모른다고. 아이는 사실 그 자체로 완전하니까 말이다.
적어도 아이를 대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함이다. 문제는 솔직하게 대하려면 나 자신에 대해서 내가 잘 알아야 한다. 그저 ‘기분이 나쁘다, 화가 난다’로 그 마구잡이로 분출했다간 감당할 수 없다. 이는 아이를 대할 때뿐만 아니라 어떤 대인관계에서도 참고하면 좋을 사항이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지금 느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아는 것이다. (31)
- 실제 감정과 태도 이상으로 수용의 범위를 넓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을 때에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안 그런 척 가장하지 않아야 한다. (44)
- ‘지금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든가 ‘아이의 행동 때문에 나의 어떤 욕구와 필요가 위협받고 있는가?’ 또는 ‘나의 일차 감정은 무엇인가?’ (179)
상대방에게 자신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건 오해를 만드는 기반이 된다. 자신을 속이고, 상대를 속이고 있다면 관계에 위협이 된다. 크게 다루고 싶지 않아 넘어간다면 그대로 없애야 하고, 조금이라도 추후에 문제가 될 것 같다면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해야 한다. 모든 걸 다 표현하고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 때 당시에 이야기 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추후에도 그래선 안 되는 일이고, 나중에라도 생각이 날 것 같다면 분명하게 어떤 감정이고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면 좋을 지 반드시 이야기 해야 한다.
- 부모에게 속하는 문제와 아이에게 속하는 문제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144)
- 왜 어떤 행동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이야기하면 아이에게 행동을 수정할 동기를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온전한 세 구성 요소를 갖춘 나- 메시지는 부모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적 영향’을 이야기하려고 하다 보면 때로 실제로 아무런 구체적 영향이 없다는 것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163)
이 책에서 내가 크게 도움을 받은 부분이다. 역동적인 남아와 하루 종일 둘이 집에 있다 보니 하지마라, 아니다, 안되를 달고 산다. 뭐가 그렇게나 안 되고, 뭐가 그렇게나 하면 안 되는 건지. (하루는 아이가 하지 마라 하지마~ 라는 말에 멜로디를 붙여 노래를 부르더라… 충격) 나 ? 메시지를 잘 사용하여 아이와 대화를 잘 나누기 위해 말을 가다듬는 동안 생각보다 아이가 하면 안 되는 게 많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저 내가 불편함을 느끼고, 그저 내가 싫었던 것뿐이었다. 합리적이지 않은, 아이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금지와 금지와 금지의 감옥에 아이를 가뒀다. 이 후로 나름대로 변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데, 아이는 여전히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더 실천하며, 더 내려놓을 건 내려놔야겠다.
많은 부모들이 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이 어떻게 말하고,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거라는 걸 몹시도 잘 알고 있다.
- 아이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또 그 감정을 말로 전하는 방법을 익히고 나면 대화 과정에서 아주 강력한 기능을 할 수 있는 도구를 습득한 것과 다름 없다. 우선 아이가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줄 수 있게 된다. 또한 아이가 타고난 잠재 능력을 발달시키고 실현해 낼 수 있게 되며, 독립심을 기르고 스스로 목표와 방향성을 설정해 나갈 수 있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살면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해 나가고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마주하는 좌절감과 고통을 발전적으로 극복해 나가게끔 힘을 줄 수 있다. (58)
하지만 정말 알고 있을까? 정말 안다면 그렇게 말하고 그런 식으로 행동할 수 없다. 여러 내면 아이 치유 관련 책을 읽으며 부모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제대로 보고 있다. 더 이상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없고, 그런 식으로 행동할 수 없다.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생길지 빤히 보이는 내 행동과 말을, 내가 할 때마다 흔들리는 아이의 눈동자를 본다면 잘못된 방식으로 아이를 몰거나, 닥달할 수 없다. 그렇기에 잘 알아야 한다.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내가 하는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이 책에서 나온 실천 사항 두 가지는 적극적 듣기와 무패방법이다. 이 두 가지만 잘 활용할 수 있어도, 아이와 대화를 잘 나누고 집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가족 구성원이 함께 노력하여 해결할 수 있다.
- 적극적 듣기란 결국 청자가 화자의 감정이나 화자가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청자는 자기가 이해한 것을 자기의 말로 전달하여 화자가 확인하게 한다. 청자는 평가, 의견, 충고, 논증, 분석, 질문 등과 같은 자기 자신의 메시지는 전달하지 않는다. 단지 자기가 받아들인 화자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만을 말하는 것이다. (83)
- ‘방법3’(무패방법)을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아이가 “부모님 일에 방해되지만 않는다면 나는 이렇게 하고 싶어요.”라는 방식으로 말한다. (297)
- 똑 같은 상황이라도 다른 가정에서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핵심은 아이가 자신의 행동이 부모에게 실질적 구체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논리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아이가 그 논리를 납득할 때에만 무패방법으로 문제 해결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어떤 특정한 행동이 자신에게 어떤 실질적 구체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351)
적극적 듣기는 사실 좀 어렵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진단과 분석의 차이를 모르겠다. 분석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제대로 된 적극적 듣기를 해줄 수 없을 것 같은데, 분석해선 안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에코잉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아이의 말을 따라하기만 해서는 큰일난다. 아이의 감정선을 읽고 아이가 말하고자 하는 뒷면의 이야기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게 분석 아닌가? 사실 이 부분이 많이 헷갈려서 실천하면서도 좀 어려웠다.
이것 말고는 대부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말하기 훈련에 대한 책도 많이 읽고, 열린 자세로 임했기에 잘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아직 아이와 완벽하게 이런 방식으로 의사소통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준비가 되었고, 아이에게 조금씩 시도하다 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 그저 아직 어려서 안 된다고 생각했던 내게, 지금 충분히 말을 잘하는 아이이고 엄마가 말하면 들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가능한 방식들이다. 모임은 끝났지만, 놓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서 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진행했던 모임이지만, 생각보다 스스로에게 효과가 컸던지라 기뻤다.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이런 저런 실제 닥친 일들을 공유하면서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제3자로서 이야기들 들어줄 수 있는 이들이 있기에, 함께 공부하고 실천사항들을 봤던 이들이기에 더 잘 봐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 또한 여러 책들을 참고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었고,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관점을 확대하는 경험을 했다. 사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날이 마지막 새벽 5시 모임이었는데, 전염병 때문에 무기한 연기하게 되어서 몹시 아쉽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상기해보자. 아이의 행동이 정말 안 되는 건지, 지금 상황이 나의 문제 영역인지 아이의 문제 영역인지 고민해야 한다.
- 자기 자신을 변화시켜서 아이의 행동에 대해 좀더 관대해지고 나면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의 수를 줄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364)
내가 침범해도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으면, 내가 침범할 필요가 없는 게 있을 수도 있다. 애초에 그러지 않아도 되는 영역까지 내가 들먹거려 아이의 자존감을 깎아내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