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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 대해 꼭 알아야 할 100가지

[도서] 불교에 대해 꼭 알아야 할 100가지

이일야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100가지! 라고 해서 백과사전 느낌. 여기서는 진짜 100가지의 질의응답 형태로 되어 있지만, 불교에 대한 백과사전을 읽은 듯하다. 저자는 막연히 100가지 질문과 답을 쓰는 책을 제안 받았지만 선뜻 쓰기가 어렵다고 여겨졌다 한다. 그 방대한 불교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셨을 것 같다. 출판사측에서 이 뇌섹남 스님께 왜 이 책을 의뢰했는지 알 것 같다. 인용문들도 철학까지 아우르며, 평소에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시는 게 보였다. 지식적인 측면에서도, 글을 풀어가는 방식에도 감탄했다.

100가지가 백과사전이라서 필요한 부분만 목차를 보고 뽑아서 읽어도 좋다. 관심 있는 부분을 주로 읽고, 한 꼭지씩 한 꼭지씩 습득하면 좋을 듯 하다. 하지만 반드시 전체를 일독한 후에 그리 하기를 추천한다. 백과사전 형식이라 한 꼭지씩 읽어도 전혀 상관없지만, 그런 꼭지들을 유기적으로 하나로 이어지게 쓰여져 있다. 앞에서부터 끝까지 넓은 부분에서 궁극적인 측면의 불교까지 죽 이어져 있고, 앞 꼭지에서 뒷 꼭지로 연결된다. 앞의 내용을 알면 뒤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이다. 많이 고민하시고, 구성하시고, 글을 이으셨을 게 보인다. 정성스럽고 세심하게 날실과 씨실을 엮어 이 책을 만드셨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느긋하게 하나씩 읽고, 완독에 의의를 두지 않아도 (저절로 그리 될테지만) 편하게 한 꼭지씩 읽어도 너무 좋을 책이다. 백신을 맞고 39도가 넘는 열에너지로 책을 읽었다. 이런 게 눈에 들어오냐?! 싶을 것 같지만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고, 지금 나의 상황을 잘 견뎌낼 힘이 되어 주었다.

 

이전에 읽었던 <불교를 안다는 것, 불교를 한다는 것> 이라는 책도 무척 좋았던지라 두 권을 비교하게 되었다. 둘 다 꼭 읽으면 좋겠지만, 이 책이 우선이 될 듯 하다. 이 책을 먼저 읽고 간략하게나마 전체 흐름을 잡고,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기도 하고, 배경 지식을 갖추고 <불교를 안다는 것 불교를 한다는 것>을 읽으면 더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두 권 다 이해하기 쉽고, 편하게 쓰여져 있으며 불교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게 한다. 불교를 알면 알수록 마음에 들고 책들을 읽으면서 이렇게 무궁무진한 세계가 있나 싶다. 비슷한 책이지 않을까 싶은 책들도 풀어내는 방식이 다르다 보니 새롭게 읽으며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일단 종교나 신앙이 뭔지 생각해보자. 많은 이들이 단순히 마음의 안식처이자, 의지하고 싶은 욕구로만 사용한다. 거기에 어떤 믿음으로 어떤 태도로 임하는지에 고민하게 한다.

  • 내가 왜 이 신앙을 선택해서 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의미인지 성찰하는 것이라면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한다. 다른 이의 욕구가 아니라 내 생각에 바탕을 두고 걷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 신앙은 잠자고 있던 나의 삶을 깨우는 거룩한 행위다. (98)

타종교를 무조건 배척하는 모습은 그 종교를 질리게 한다. 내가 종교가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떤 종교든 잘 사는 사람이 되게 도울 수 있는 종교가 그 사람에게 가장 좋지 않을까? 타인을 해롭게 하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믿는 종교라면 그만큼의 신빙성은 떨어진다. 내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내 삶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신앙생활이려나 싶다.

 

  불교에서는 일반 사람들을 중생이라 하고, 부지런히 수행하여 깨우치는 것이 목표인 종교이다. 종교적인 해석으로 그러하나, 불자가 아니더라도 한 인생을 보는 관점에 적용 가능하다.

  • 중생이란 다름 아닌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욕망에 맞추느라 삶이 늘 정신없이(mindless)흘러갈 뿐이다. (중략) 붓다는 생각대로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늘 깨어있는(mindful) 삶을 산다. 중생에서 붓다로 질적 전환을 이루는 비밀이 ‘생각’에 있었던 것이다. (369)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느냐에 따라 삶이 바뀌는 건 당연하다. 그런 삶을 결정하는 건 그 삶의 주인이다. 하지만 스스로가 자신의 삶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타인의 생각과 목표를 훔쳐다 혹은 그저 베껴 자신의 것인양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살고, 모래사장의 한 알의 모래가 되어 스러져가는 사람이 될 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살기. 질문하며 살기. 언제나 내 인생의 화두. 질적 전환을 일으킬 수 있는 생각하며 살기. 그 이유는 우리의 삶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물류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든 단단히 내 생각을 잡고 살아야 한다.

  • 삶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이내믹한 흐름 속에 있다는 것을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무상한 삶 속에서 순간순간을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 이처럼 무상에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하다. (140)
  • 원로 불교학자 강건기 교수는 어느 강연 마지막 시간에 “몸 있는 곳에 마음 있게 하라.”는 말을 남겼다. (275)

그러니 생각하고, 통찰하고 순간 순간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온전히 내 마음을 머무르게 할 수 있을 듯 하다. 너무 좋아하는 내용이기도 하고 자꾸 나에게 주입시켜 잊지 못하게 하고 싶어서 다시 정리해본다. 만트라로 정리해놓고 싶은 내용.

 

이어서 우리의 현재에 충실하면 얻을 수 있는 건 좋은 업을 쌓을 수 있어서다. 인생사 새옹지마 현재 일어나는 일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알 수는 없지만, 내가 만드는 현재의 내 모습은 미래의 내 모습에 영향을 끼치는 건 분명하다. 이 책을 통해 만난 업은 자기개발서의 습관과 같은 맥락이었다. 좋은 습관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루틴화 시키면서 좋은 행동을 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게 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 현재의 내 모습이 과거의 업보라면, 미래의 모습 역시 지금부터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있다 할 것이다. 업이란 숙명이 아니라 자유의지이기 때문이다. (196)
  • 계율을 어겼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하는 데 있다. 계율을 범하고도 참회하지 않는다면, 몸과 마음이 무거울 뿐만 아니라 깨침의 길을 가는 데도 방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293)
  • 일상을 수행이라 생각하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은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362)

굳이 전생과 후생과 같은 먼 시간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당장의 내 모습에 영향을 미친다. 살아보면 권선징악은 그저 동화 속에서나 가능하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당장 내가 잘 살기 위해서 나의 자유의지를 취하되 그만큼의 책임을 지는 태도. 그리고 일상을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수행으로 여기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면 이것이 바로 그 성장 아니겠는가?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필사를 불교에서는 사경이라고 한다. 경전을 필사하는 것. 필사를 단순히 글자 베껴 쓰는 행위라고만 여기면 결코 느낄 수 없는 모습.

  • 참다운 사경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주체가 되어 경전을 굴릴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다름 아닌 문제의식을 갖고 간절한 마음으로 사경하며 일상에서 실천하는 일이다. (354)

참다운 사경이 되게 한다는 것은, 좋은 내용을 제대로 필사하는 건 한 글자 한 글자를 내가 고민하는 부분이나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들을 생각하며 적는 다는 것이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필사 모임이 여러 모로 유용하리라는 근거에 힘이 생긴다.

 

  책에도 나오지만 우리 나라 불교를 믿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타종교에 비해 높은 편이다. 모태신앙 같은 것도 없고, 아이들의 이목을 끌만한 (크리스마 같은) 흥미로운 요소도 없다. 거기에 산속이라는 불편한 접근성과 평소 우리가 갖고 있는 차분하고, 조용한, 절제하는 이미지로 인해 젊은 사람들의 관심도 끌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불교가 정말 우리와 동 떨어진 것이라 여겨선 안 된다.

  •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불교의 가르침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성찰하는 것이었다. (16)
  • 불교는 순간적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진통제가 아니다. 힘들더라도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서 제거해야 한다. 붓다는 미신에서 정신, 즉 바른 믿음으로 안내하는 길잡이다. (157)

이 책 곳곳에서 불교가 우리의 생각에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는지가 나와 있다. 저자가 의도한대로 단순히 불교라는 종교 책이 아니라 우리 생활에서 생각하고 실천하고 고민해볼 거리들이 무척 많았다. 종교로서의 불교의 내용이 기본이지만, 자기개발서도 되고, 철학서가 되기도 하고, 힐링 에세이가 되어 주기도 했다. 많은 분들에게도 그런 책이 되었으면 한다.

  • 마지막 유훈 “너희들은 저마다 자신을 등불 삼고 자기를 의지하라. 또한 진리를 등불 삼고 진리를 의지하라. 이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덧없으니,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163)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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