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때때로 “are you at the right place? (옳은 곳에 있는가?)”라고 질문할 필요가 있다. 만약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없다면 혹시 내게 다른 'right place'가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 어떻게 해서든지 그 'right place'를 찾아가야 한다. 너무 늦기 전에, 나중에 좀 더 일찍 그렇게 하지 못한 자신에게 미안해지기 전에. (p.117)
이 책에 대한 나의 감상을 나열하기에 앞서, 이 책이 지금 얼마나 시기적절한 책인지에 대해 먼저 말해두고 싶다. 대부분 매년 이맘때면 내가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내년에 이루고 싶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 그러나 또 대부분은 그것들을 매년 같은 내용으로 '반복'할 뿐이다. 어제나 오늘이나 별반 다를 것 없는 하루들이 모여, 작년이나 올해나 다를 것 없는 일 년들을 모은다. 겹겹이 쌓인 굴레를 깨는 법은 사실 단 하나뿐이다. 알처럼 단단해진 습관을 깨고, 내가 스스로 나오는 것. 그래서 '어제와 같은 오늘'을 벗어나고 싶은 우리에게 이 책은 참으로 적당한 때에 우리를 찾아온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처음부터 공감한 것은 아니다. '감출 수 없는 열망'이라는 제목이 내게서 이미 먼일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강산이 변하도록 몸담은 회사를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었으나, 이미 내게는 열정이라 부를 것이 남지 않은 기분이랄까. 내 몸과 마음이 여전히 완충되지 않은 느낌으로 감히 '무엇을 해볼까' 생각조차 하지 않은 내게 열망이라니. 심지어 감출 수 없는 열망이라니. 그러나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p.31)'라는 그의 말에 놓으려고 애써왔던 것들이 탁, 하고 마음속에서 불을 켰다.
나이를 먹을수록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이, 새로이 시작하기가 참 쉽지 않음을 몸소 배워가는 나이기에 이 책이 더욱 놀랍게 느껴졌다. 사실은 다소 '이미 남들보다 이룬 사람'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작가는 무엇 때문에 이토록 자신 내면의 열정에 귀를 기울였나 궁금해하며 시작한 책이었지만, 읽다 보니 어느새 '열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치 있는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갔는지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갔다.
자신이 일에 맞는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이 들어도, 느리더라도 더 큰 노력을 기울이며 걸어가라는 말이, 실천하지 않은 후회는 스스로 미안한 거라는 말이 마음을 둥둥 울렸다. 실패에 대해 매우 무정한 우리나라이기에 실패의 진짜 의미를 읽으면서 생각이 유달리 많아졌다. 그의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곱씹어본 부분은 '불편한 인생'이란 장 이야기였다.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은 어떤 삶인지 궁금해졌다. 자신 스스로 미안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나도 자신의 삶을 체계적으로 꾸려가는 책이라 생각했지만, 이 책을 덮은 뒤에서는 작가처럼 마음이 뛰는 무엇인가를 찾고, 즐거워하고, 심리적 안정을 얻었다는 느낌이 든다. 인생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다시 일어날 용기까지 덤으로 받을 수 있음을 깨달았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