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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는 맛

[도서] 요즘 사는 맛

김겨울,김현민,김혼비,디에디트,박서련,박정민,손현,요조,임진아,천선란,최민석,핫펠트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모두 그런 건 아닐 거다. 어떤 사람들은 큰 통증도, 감정 기복도 없이 보통의 하루처럼 지나가기도 한다. 그건 정말 축복이다. (P.301 핫펠트,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가라)

 

글 쓰는 사람에게 추억팔이란 숙명 같은 일이다. 원고 마감을 위해서는 삶의 어떤 시점이든지 기꺼이 곱씹을 준비가 되어있는걸. 특히나 헤어진 애인과의 이야기 같은 건 가장 꺼내쓰기 좋은 조미료와도 같다. (P.88 디에디트, 첫 양파 수프의 맛) 

 

나는 묽은 사람인 동시에 아주 미숙한 인격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알기로 미숙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 자기 신념에 너무 몰입하여 엄격해지면 자신의 무결함에 도취되기 쉽다. (p.198 요조, 저는 채식주의자이고 고기를 좋아합니다.) 

 

 

새해 선물로 핫펠트 작가님의 사인이 담긴 을 선물 받았다. 이름난 열 두 명의 작가님들의 글을 모은 이 책은, 사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여러 작가님이 참여한 책에는 각각의 작가님 '맛'이 잘 우러나지 않기 때문에 매력이 부족하달까. 그런데 이 책은 '일상 속 음식' 이야기여서 그런지 날 것 그대로의 작가님들도, 조미료 듬뿍 쳐서 맛깔나는 작가님들도 가득 들어있었다. 글 잘 쓰기로 이름난 분들인 것은 진작 알았으나, 이렇게 일상을 재미있고 맛있게 쓰실 수 있는 분들이라는 것에 새삼 놀랐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음식에는 언제나 감정이 담긴다. 누군가를 추억하는 것에도 음식이 빠질 수 없다. 어떤 음식을 먹으며 '이거 그때 00이랑 먹으며 어땠지~'하는 추억팔이는 너무 흔한 경험. 그래서일까, 책을 읽으며 웃음이 나기도 했고 코가 시큰해지기도 했다. 핫펠트 작가님의 김치 이야기에서는 엄마가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 존재인지를 생각했고, 김겨울 작가님의 요거트 이야기에서는 나도 관대한 근자감에 차올랐다. 디에디트 작가님의 양파 수프에서는 나 역시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요조 작가님의 글에서는 그 아이러니에 공감이 넘쳐서 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솔직히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라고 하면 못하겠다. 음, 엄청나게 잘 차려진 푸드코트의 느낌이랄까? 그들의 글은 재료도 다 다르고, 그것을 담아낸 그릇도 다르다. 다양한 맛과 다른 감정들이 마구 뒤섞여있는데 짬뽕 같은 느낌은 전혀 아니다. 푸드코트에서 이것 조금, 저것 조금 기분 좋게 고르고, 마침 테이블도 금방 나서 기분 좋게 차려놓고 먹는 기분이랄까? 의식주는 우리의 기본이기에 그것이 없으면 살 수 없듯, 그것과 관련한 이야기들은 역시나 수많은 이야기를, 감성을 자아내는 것임을 새삼 느낀다. 작가님들도 나도, 올해에는 더 맛있는 인생이길 바라보며, 덕분에 나의 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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