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작가가 있는데, 정지돈도 그런 것 같다. 작법과 문체가 뚜렷한 작가이기 때문에 독자는 같은 이유로 싫어하고 좋아한다. 그의 소설은 인물의 정서나 인물 간의 갈등 중심인 통상적인 소설과 다른데, 낯선 소재(지명, 인명, 역사적 사건, 예술과 문화 가십 등)들이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온다. 먼저 당부할 것은 독자가 느끼는 당혹과 거부감은 정지돈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우리 인간의 인지적 특성에 있다. 인간은 정보 과잉의 피로와 해석의 부담을 싫어한다. 정지돈이 그런 것을 감안해 글을 썼다면 지금의 모습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