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품있고 해학적인 르 귄의 글은 겸손하기까지 합니다. 그는 <세상의 생일> 서문에서, 그의 헤인 우주관에 대해 단편집, 자신히 딱히 그 우주를 창조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나는 그 안에서 우왕좌왕했고, 그 뒤로도 계속해 체계 없이 우왕좌왕했다.'고 밝힙니다. 르 귄의 다른 글에서도, 인물들을 먼저 떠올리고, 그들을 조금씩 구체화시키면 머리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나와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풍성한 은유로 가득찬 그의 글에서 소설이란 그렇게 플롯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많이 느낍니다. 실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