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블로그

리뷰 [1일 1단편]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 이기호

집 바로 앞에서 허름한 텐트를 치고 거기서 먹고 자면서  1인 시위를 하는 권순찬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여름에 시작한 일이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도 해결될 기미가 없고, 춥고 불편한 권순찬을 걱정하는 ‘착한’ 마을 사람들은 그의 일을 해결해주기 위해 십시일반한다. 권순찬의 사연은 이렇다. 얼마전 죽은 양어머니가 사채를 갚아달라며 주고 간 계좌로 뒤늦게 700만원을 넣고 나니, 이미 어머니가 입금을 한 상태여서 중복 입금이 되었던 것이다. 연락할 길이 없어, 수소문한 끝에 주민등록상의 주소로 찾아와 그 어머니가 살고 있는 아파...

2018.03.29 공감 횟수 9 댓글 수 14

리뷰 [1일 1단편] 소네치카 -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이제와서 알고보니, 아직도 형제 자매들을 두고도  수십년을 이산가족인 채로 볼 수 없고 갈 수 없는 땅이 되어 버린 북한에, 그 지척에 피붙이가 있을 수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만 빼고 세계 곳곳, 특히 서구 사람들이 북한을 꽤 여행하는 듯하다. 북한에 뭔가 멋진 관광지와 볼 거리 오락 거리 때문이 아닐 것이다. 그들이 보고 싶은 것은 지구의 마지막 공산주의 체제를, 그 억압(이라고 믿고 있는)과 탄압 속에서 굴러가고 있는 공산주의의 살아있는 박물관을 보고 싶어하는 거다. 우리들의 사고와 가치관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어쩌다 ...

2018.03.28 공감 횟수 8 댓글 수 16

리뷰 [1일1단편] 12월의 열쇠ㅡ로저 젤라즈니

그들을 진화하게 만들고, 지능이라는 저주를 내린 건 바로 우리야.젤라즈니의 작품 중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작품은 표제작인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지만 맨 처음 실린 ≪12월의 열쇠≫는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딱 첫장을 펼치자마자 이 첫 작품에 대한 기대로 마음이 부풀었다. 과연 작품은 끝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읽을수록 점점 더 흥미로와진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잉태되었지만 GMI 계약 옵션에 의거 한랭 행성종(얄료날 거주를 위해 개조된) Y7 고양이 형태로 개조된 쟈리 다크는 그에게 거처를 보증해주었던...

2018.03.26 공감 횟수 7 댓글 수 8

리뷰 [1일1단편] 앨저넌에게 꽃을 - 대니얼 키스

1일1사진 1일1그림 이런거 하지 좀 마요. 그림도 못그리고사진도 별로인 사람은 글자로만 때워야자나 ㅋ라고 하려다가 1일 1단편 읽기(와 리뷰쓰기)로 따라쟁이가 되어 보기로 했다. 작심 삼일이라도 가면 갈게 갈듯. 명성을 듣고 이북이 나왔다기에 구매하려고 봤더니 어라 전에 샀던 SF 명예의 전당에도 같은 제목의 단편이 있는 거다. 단편집에 축약을 해서 때려 넣었을 리도 없고 부랴부랴 알아보니 먼저 단편을 써서 잡지사에 낸 후 같은 소재 같은 내용을 가지고 장편을 또 썼던 것이었다. (계속해서 여러 차례 업데이트 해 나갔다고 한다. ...

2018.03.25 공감 횟수 7 댓글 수 12

리뷰 모바일 작성글 영업나왔어요

이거 오늘 캘린더에도 안나와 있는건데 우연히 눈에 띄어 부리나케 구입했다. 대박. 2010년에 톨스토이 백주년 기념으로 적가정산에서 기획한 책으로 종이책 가격이 한권 확인해본 거는 1권에 1만3천원이다. 전에 이반일리치의 죽음 단권으로 창비에서 나온 거 구입했었는데 뭐 작품은 좋았지만 사고 보니 중편이어서 가격이 어땠는조 잘 모르겠는데 난 책꽂이에 얎아 빠진 책들이 굴러다니는게 싫다. 화장품도 샘플 굴러다니는거 버리지도 못하고 입구가 작아서 잘 나오지도 않는거 주지좀 말았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주면 고맙습니다 하고 낼름 받아오는데… ...

2018.03.22 공감 횟수 5 댓글 수 16

리뷰 왼손아 넌 너 할 일이나 하렴

피아니스트라는 한정적 범위의 기술을 가진 사람의 뇌가 특별하다는 접근 보다는 일반적인 접근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여기서 소개하고 있는 피아니스트의 뇌 발달이 반드시 피아니스트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라기보다는 뇌신경의 전반적 작동 및 발달 원리가 피아니스트에게 적용된 사례에 해당되는 것다. 피아니스트로서의 뇌를 가지고 태어나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피아니스트로서 가져야할 여러가지 기술을 연마하였기 때문에 당연히 음감이 발달하고, 해당 뇌 영역이 커지고, 일반인과 똑같이 손가락을 움직이더라도 에너지를 덜 사...

2018.03.22 공감 횟수 6 댓글 수 6

리뷰 종이에 각인된 기억을 찾아서

술술 잘 읽혀서 듣기 기능으로 읽다가(듣다가) 텍스트로 다시 읽어야 했다. 여기 실린 연작 네 편 모두가 남주가 여주를 문자 그대로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면서 생기는 일인데, 앞서가고 뒤따라가는 두 사람의 동선을 주의깊게 파악해야 전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읽히는 책은 좋은 스토리를 가져야 하지만, 튼튼한 스토리는 사설이 길다. 때문에 첫장부터 흥미를 느끼려면 매력적인 문체가 글자 속으로 빨아들여야 하는데, 이 작가의 책이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뭔가 재치있고 발랄해서 듣기 기능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

2018.03.20 공감 횟수 6 댓글 수 10

리뷰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에세이건 소설이건 하루키는 제목을 참 잘 뽑는다. 뭐 잘이라는 게 내 기준에서지만. 너무 무겁지도 너무 빤하지도 않고 평범하지도 지루하지도 않고, 살짝 쿨한듯 하면서, 한마디로 그답다.  세트 상품이라 하루키의 무라카미 라디오 3부작이라는 뻣뻣한 제목으로 상품을 팔고 있지만, 세트 내의 세 권은 다 따로따로 나온 책으로 각자의 제목이 있다.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대충 에세이에 나온 내용이다. 하루키의 이런 유쾌한 에세이들이 잘나가면서, 김중혁 작가 같은 국내 작가들...

2018.03.17 공감 횟수 9 댓글 수 19

리뷰 걷고싶은 도시의 조건

알쓸신잡이 시즌 2에서 정재승박사와 이영하 작가 하차한 후 별로 땡기지가 않아서 별로 안봤었는데 프로그램을 안보게 된 이유였던 사람의 책은 좋아하게 되었다. 유현준 교수의 공간에 대한 철학이랄까 건축과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동안 내가 여행을 하거나 거리를 걷거나 낯선 공간을 체험하면서 느낀 막연한 생각들을 제대로 설명해주는 것같다. 그만큼 공감되는 게 많았다. 예를 들어 중소 규모의 도시에 가면 나는 늘 허름하고 좁은 골목길에 매료되곤 하는데 점점 그러한 공간들이 없어져간다. 남아 있다 하더라도 새로 지은 원룸촌이 지나다니기도 ...

2018.03.13 공감 횟수 7 댓글 수 11

리뷰 어릴 때 즐겨 보던 책들을 전자책으로 소장

일단 30권 세트 구성을 보면 삼총사, 폼페이 최후의 날,키다리 아저씨,파브르 곤충기,비밀의 화원,파랑새,노인과 바다 외,지킬 박사와 하이드,빨간 머리 앤,셜록 홈즈의 모험,이야기 논어,올리버 트위스트,두꺼비 영웅,둘리틀 선생 항해기,타임머신,일간의 세계 일주,정글 북,괴도 신사 뤼팽,기암성,수레바퀴 아래서,동굴의 여왕,루슬란과 류드밀라 외,원더 북,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외,쿠오 바디스,우주 전쟁,홍당무,투명 인간,아들이 된 아빠,시턴 동물기 이렇게 30권이다. 계몽사 어린이 전집은 한떄 잘나갔다. 수십년...

2018.03.10 공감 횟수 5 댓글 수 10

리뷰 우리시대의 주술

인문학이라는 용어가 책의 표지와 제목에 자주 사용되는데 적어도 학이라는 글자를 붙일 때에는 학에 걸맞는 내용을 써야 한다. 인문학과 수필 혹은 에세이 산문 등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내 생각이지만 수필에는 근거가 필요없다. 잘 표현된 말끔한 생각의 매끄러운 흐름이 필요할 뿐이다. 독자는 이해하거나 습득할 필요없이 공감하고 느끼고 감동하면 된다. 인문학이라면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뭔가 배울 게 있어야 된다. 산문에서도 다른 이의 생각을 통해 드러나는 관점을 배울 수 있지만 애초 인문학 서적이라면 생각의 탄생 과정이 공상이 아니라야 ...

2018.03.10 공감 횟수 9 댓글 수 0

리뷰 한정희와 나 - 이기호 - 씁쓸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고 있지만 유독 진보 진영의 지도자들이 미투로 지목된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에 가깝다. 믿고 있던 세계가 허물어진 느낌이랄까. 선함 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고 늘 정의의 앞에 서는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의 민낯이 더욱 사회와 시대를 부끄럽게 하는 건, 그들을 향한 믿음이다. 어떤 인간이든, 매체나 작품이나 온갖 활동을 통해 겉으로 보여지는 건 그 사람의 일부일 뿐이고, 우리가 타인의 깊은 속은 커녕 마음 얹어리조차 헤아릴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실망해야 한다. 왜냐하면 결국 마...

2018.03.09 공감 횟수 5 댓글 수 4

리뷰 작지만, 있을 건 다 있어요

전에 바뀐 정책 때문에, 3000원 미만 도서는 리뷰 써봐야 리워드 혜택이 짜서 리뷰 안쓰는데, 이 책은 하도 좋아서 쓴다. 보통 국내 요리책들은 두껍고 값도 비싼데, 비싼 이유가 또 사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종이가 두껍고 질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은 TV에서 요리 코너가 많이 있는데, 과정을 빠르게 편집해서 보는 재미가 있기는 하지만, 자기들끼리 나와서 웃고 노는 거 멍하니 구경해주는 거 보기다는 책으로 읽는게 훨씬 능동적 행위다. 물론 읽고 나서 그게 요리로 이어지느냐 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요리로 잘 이어지지 않는 문...

2018.03.09 공감 횟수 5 댓글 수 8

리뷰 마일즈 우주 밖으로

어디서 봤는데 보르코시건 시리즈는 현대 스페이스 오페라의 양대산맥 중 하나라고 한다. 나머지 하나는 폴라북스에서 달랑 한권 출간한 거 같은데 그나마 품절이다. <전사견습>은 현재 국내 번역된 작품들 중 연대순으로는 3번째지만 원작은 1편 나온 직후 출간되었으며 연대기상 중간인 <바라야 내전>은 몇년 후에 출간되었다. 하지만 국내에는 <마일드의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다른 출판사가 <명예의 조각들>을 제치고 시리즈의 첫번째 책으로 소개했는데 읽어보면 그 이유를 알 거 같다. 불꽃놀이의 마지막...

2018.03.08 공감 횟수 2 댓글 수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