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블로그

리뷰 부활이 죽음 만큼이나 공평하다면

삶이 존엄한 건 유일하게 공평한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부활이 죽음 만큼이나 공평하다면 삶과 죽음의 경계는 낮잠 만큼이나 가벼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리 재고 저리 재고 곰곰 생각하여 역시 죽음은 한 번에 영원에 도달하는 게 덜 골치아프다고 결론내리겠지만 만일 그 선택이, 청천벽력 같은 급작스런 죽음 앞에서라면 어떨까. 브릭시트처럼 전 인류를 대상으로한 투표로 부활의 가부가 결정된다면, 나는 어떤 편에 설 것이고 또 전 인류가 하나의 목소리로 내린 결론은 어느 쪽일까. 오버 더 판타지 전작인 오버더 호라이즌에 ...

2018.09.30 공감 횟수 21 댓글 수 48

리뷰 지질학자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빅히스토리

빅 히스토리는 거의 전 분야의 과학을 비롯하여 역사와 인류학을 총망라하는 여러 줄기의 학문을 서로 연결시켜 총체적으로 거시적으로 역사와 우주를 바라보는 학문이다. 그래서 시작은 늘 빅뱅부터다. 학문과 학문 사이에 존재하는 갭과 간극을 좁혀, 그 학문이 서로 연결된 관점에서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전체적으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잴 수도 없고, 어림해서 숫자로 표기해도 그 개념조차 아득해, 억겁인 시간과 공간은 앞으로도 뒤로도 나와 내가 아는 모든 것들을  순간적이고 찰라적인 존재로 만들기에 빅히스토리를 읽을 때는 안하던...

2018.09.27 공감 횟수 4 댓글 수 8

리뷰 협상이 아니라 애원

추석 기간 개봉한 영화 중 거의 유일한 현대물이고, 이미 명당과 안시성은 본 후라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큰 기대없이 보았는데 한 마디로 재밌어? 없어? 에 대한 대답은 재미있었다다. 잘생긴 현빈과 예쁜 손예진이 연기력까지 좋아서 재미없을 이유가 있을 리가 있나. 다만 보고 난 후 리뷰 쓰려고 생각해보니 딱히 두 명의 주인공 말고는 장점으로 언급할만한 요소가 크게 없어 보인다는 게 흠이다.협상 전문가로서 해외 유학까지 한 현지에서 잘나가던 하채윤을 팀장인 선배가 '불러온' 설정인데, 이런 설정이 가능한 설정인지 잘 모르겠다. 경찰이...

2018.09.26 공감 횟수 7 댓글 수 8

리뷰 풍수지리와 권력다툼

풍수지리에 의해 잘 선택된 묘자리가 가문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믿음은 내게는 다른 모든 종교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신앙으로 비쳐진다. 어떤 종교는 자신의 종교 자신이 믿는 신만이 유일한 신이며, 그 신의 말씀이라는 한 권의 책 만이 유일한 세상의 진리라고 말하지만, 해당 종교의 영향력을 벗어났을 때는 우리가 소위 '미신'이라 부르는 다른 신앙과 별 차이를 모르겠다. 따라서 만일 내게 굉장히 종교적인 영화를 보라고 했다면 느꼈을 교조주의적 따분함과 지루함, 그리고 약간의 거부감을 풍수지리라는 믿음에 바탕을 둔 판타지 에서는 완전히 제거했...

2018.09.26 공감 횟수 6 댓글 수 8

리뷰 양만춘 성주와 안시성 전투

식구 중 1인이 그토록 고대하던 안시성이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개봉 첫날인가 이틀째되는 날인 것 같은데,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이 영화의 테마를 대사에서 골라보라고 한다면 '우리는 물러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라고 요약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세계 전쟁사에서도 기록될 신화적 결전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점, 원톱 영웅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는 점 등을 볼 때, 몇 년 전에 천만을 기록했던 <명량>과 유사점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 다만 명량에 비해 전투 장면의 비중이 훨씬 높아서 오래 전...

2018.09.21 공감 횟수 7 댓글 수 14

리뷰 맛의 공감각을 탐구하는 가스트로피직스

가스트로피직스Gastrophysics 는 미식학과 물리학 Gastronomy와 physics를 합성한 단어로 음식의 맛을 뇌과학과 심리학 등등의 과학과 융합하여 연구하는 새로운 분야로 책의 원제이디도 하다. 똑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다른 맛을 느끼는 조건은 뭐니뭐니해도 배고플 때 먹는 거겠지만 그런 기본적인 조건 말고도 맛 이외의 감각과 함께 결합하면서 더욱 풍성한 맛과 맛에 대한 기억을 창출해낼 수 있다.저자의 연구실에서는 이렇게 요리 방식이나 재료와 같은 맛을 느끼게 하는 조건이 아닌 어떤 그릇에 먹느냐 혹은 어떤 소리가 나느냐와...

2018.09.16 공감 횟수 11 댓글 수 11

리뷰 모스크바의 신사 - 에이모 토올스

세상에는, 우리 주변에는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다. 상반되어 보이는 양 극단의 장점을 모두 포용하고 있는 성격의 사람들. 재치있으면서도 항상 누군가를 배려하고, 가을이 뚝뚝 묻어날 것 같은 감성적 표정을 지으면서도 날카로운 이성을 잃지 않는 사람. 모두에게 친절해서 모두가 좋아하지만, 일생을 통해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친밀하고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 로스토프 백작은 그런 사람이었다.내 일생을 통해 그런 사람을 두세명 정도 알고 지내는 것 같다. 그 중 한 사람은 내 삼촌이다. 어릴 때 대학생이었던 삼촌은 지금은 퇴직해서 전원...

2018.09.10 공감 횟수 11 댓글 수 14

리뷰 글로발 경제를 알아야

정부가 온갖 대책을 다 쏟아 내어도 계속해서 아파트가 오르는 이유.. 쉽게 풀어 쓴다면 유동성 자금(달러)이 투자처를 찾아 흘러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집값을 수요 공급의 법칙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국제 부동산 가격과 동반 상승 하락한다. 문제는 저자들이 '비핵심대출'이라 불리는 유동성 달러가 이런 저런 방법으로 알게 모르게 부동산 금융에 스며들고 있기 때문인 것인데 문제는 이러한 유동 자금은 밤나방처럼 약간의 빛만 보여도 몰려들지만 위험신호가 감지되면 서민들에게 치명적인 고통만을 남기고 잽싸게 가장 먼저 떠나...

2018.09.09 공감 횟수 1 댓글 수 2

리뷰 솔라 - 이언 매큐언

<보트위의 세 남자, 개는 말할 것도 없고>와 <자전거 탄 세 남자> 이래 또 웃긴 소설을 읽었다. 제롬 K 제롬의 두 소설을 읽으면서 웃는 웃음이 깔깔거림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는 피식 피식이라고 할 수 있다. 피부가 노출되면 바로 얼어버리는 북극의 살인적 한파 속에서 스노우 모빌로 신속해 이동해야 하는 상황의 한 복판에서도 신체는 그 환경과는 무관하게 한결같이 자신의 순환 사이클을 멈추지 못해서 생기는 비극이 그 중 하나인데, 그 잠시의 빙벽 배설 행위로 인해 저온에 노출된 신체의 중요한 일부가 스노우 모...

2018.09.03 공감 횟수 4 댓글 수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