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설이 안그렇겠냐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들은 대개 주제 의식이 뚜렸하다. 내가 소설을 통해 뭘 가르치려 드는 걸(왜 실명충이라는 말이 생겼는지 알겠다) 경기나게 싫어하는 터라 히가시노 게이고와 잘 안맞는 경우도 많은데 이 소설은 그게 뒤늦게 드러나기 때문에 추리소설로서의 호기심과 긴장을 비교적 끝까지 유지시켰다. 한마디로 끝내주겨 잘읽히고 간간히 코믹한 요소와도 잘 배합을 했다. 더욱이 같이 공범이 되어 시체처리를 하고 시체 훼손을 한 순스케가 호숫가 오두막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을 추리하며 사건의 본질을 캐는 과정이 아이러닉한 게, 초반부터 그는 부부동반 모임에까지 내연녀를 끌어들이는 가장 비윤리적 인간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로 비윤리적인 인간이다. 아이를 데리고 재혼한 와이프를 속이고 바람을 피울뿐 아니라 자기는 바람피우면서 아내를 의심하여 내연녀여게 아내의 뒤를 캐게하였으니 말이다.
여기 나오는 어른들은 부모의 정보력과 재력으로 아오들을 사립중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엄청난 정보력을 확보한 사람들이다. 호숫가 별장에 모인 사람들은 겉으로는 아주 친한 사람들의 평범한 부부모임 같지만 아이들의 과외 수업 그룹의 부모들로 아이들의 사립 중학교 입학을 위한 워크샵에 따라왔다. 아이들은 별채에서 과외 선생에게서 교육을 받고 어른들은 몇기의 숙소에 나뉘어 헤쳐모여 하며 어른들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때 순스케의 내연녀가 부탁한 서류를 가지고왔다는 핑계로 찾아오고 서둘러 내보냈지만 그룹의 다른 부부와 우연히 벤치에서 말을 섞다가 초대되어 다시 다소 모임에 들어온다. 난처해진 순스케는 서둘러 인근 호텔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제발 거길 떠나줄 것을 바라지만 약속 시간에 온갖 핑계를 대고 호텔 로비로 찾아갔을 때는 나타나지 않는다. 바람맞은 채로 다시 온갖 핑계를 대고 숙소로 돌아가려 전화했더니 와이프가 아 왜 갔다가 다시오냐고 싫어하는 눈치다. 서둘러 숙소에 갔을 때는 아내에게 내연녀가 살해되었는데 그것을 목격한 부부가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자들이 살인사건에 연루되고 폐쇄적인 과외모임이 외부에 알려지게 되면 곤란할 것을 염려해 살인사건을 눈감아주기로 했다고 그들과 함께 시체처리를 돕겠다고 한다.
내연녀가 죽었음을 슬퍼할 새도 없이 증거를 없애고 입을 맞추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면서 살인사건을 눈감아줄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협조적이고 모든 일의 처리를 제일처럼 여기고 처리해주는 그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살해된 내연녀가 몰래 찍어둔 사진뭉텅이를 발견하는데 곳곳에서 이들 과외그룹의 부모들이 포착된다. 그는 이게 단순히 치정에 의한 살인 사건이 아님을 의심하게 되고 차곡차곡 쌓이는 단서들을 가지고 범인을 찾기 시작하는데, 드러나는 진실이 가리키는 곳은 어디인가. 어른들은 어른들의 시각으로 사건의 해석하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립중학교 입학도 뭐도 아닌 아버지라는 존재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스케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