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멜표류기

[eBook] 하멜표류기

헨드릭 하멜 저/김태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하멜이 탄 배가 일본으로 항해하던 중 풍랑을 만나 제주도에 표류하게 된 때는 17세기 효종 때다. 그들 일행 30여명은 잠시 제주에서 지내다가 왕명을 받고 한양으로 올라가 왕의 근위병이 되어 비교적 잘 대우받았지만 탈출을 시도하다가 걸려서 몇개의 그룹으로 뿔뿔이 흩어져 지방 각지로 보내진다. 지방에 있는 동안은 부임하는 지방 목사에 따라 처우가 달라졌으메 때로 풍족하고 자유가 있을 때도 때로 먹고 살기 힘들 때도 있었다.

하멜의 기록은 독자의 흥미를 겨냥하한 여행 모험담이 아니었다. 책에 서두에서 원전인 하멜일지는 헨드릭 하멜이 조선에서의 억류생활 후 탈출해 네덜란드로 돌아간 다음에 쓴 기록으로 글의 목적은 조선에 억류된 기간의 임금을 동인도회사에 청구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 글은 당대 조선의 문화 관습 사회 정치 제도와 민심에 이르기까지 꽁꽁 채워 걸었던 조선의 민낯을 전혀 다른 문화 체계를 가진 한 이방인의 시선으로 잡아내었다. 낯선 이국땅 듣도 보도 못한 문화 속에 13년간 억류되어 살아가면서 온갖 감정의 폭풍을 경험했겠으나 감상적이거나 사색의 기록이 아니며 단지 보고 듣고 겪은 사실에만 집중한 기록이기에 전통 문화보다는 서구의 문화와 사상에 알게 모르게 더 가까이 있는 현재의 우리가 당대를 바라보는 시선과도 어느 정도는 닮았다고 볼 수 있다.

책의 서두에 의하면 이 책 이전에도 두 권의 하멜 표류기란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오긴 했지만 원전을 바탕으로 한 글이라기보다는 황당한 흥미 위주의 모험담이 덧붙여진 것이어서 하멜 원전과는 차이가 있다고. 이 책은 후에 네덜란드 학자가 식민지 관계 기록을 조사하다가 하멜일지와 조선국에 관한 기술 정본을 발견하여 출간한 것의 영역본을 중역한 것으로 중역이기는 하지만 하멜의 기록을 그대로 옮긴 충실한 기록이며 원전과 영역 과정에서 달아놓은 주석을 함께 실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국외 연구를 엿볼 수 있었다. 따라서 서문은 당대 영역본을 현대 영역본으로 옮긴 영어 역자와 한국어 역자 두 사람의 서문이 모두 실렸다.

하멜일지의 원제목은 ‘야하트 선 데 스페르베르 호의 생존 선원들이 코레왕국의 지배하에 있던 켈파르트 섬에서 1653년 8월 16일 난파당한 후 1666년 9월 14일 그 중 8명이 일본의 나가사키로 탈출할 때까지 겪었던 일 및 조선 백성의 관습과 국토의 상황에 관해서’이다. 겔파르트는 제주도고 당시 그들은 제주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일지는 시간순으로 주요 사건을 비교적 정확하게 그들에게는 발음조차 낯설었을 조선의 각종 지명 인명 제도와 문화 관습명 등을 포함해 날짜별로 기술하고 있다. 언어가 전혀 안통했을테지만 당시 이미 벨테브레라는 자가 수십년전 표류되어 조선에서 관직을 얻어 생활하고 있었고 조선에서 오래 살아서 처음에는 모국어를 제대로 말하지 못했으나 곧 자유롭게 네델란드어를 구사하면서 조선의 정책상 일단 들어오게 되면 나갈 수 없음을 설명하고 이후에도 통역을 맡아 초기 의사소통에는 큰 지장을 받지 않는다.

생활사는 주로 그들 이방인에게 크게 주의를 끈 부분을 위주로 서술되어 있어 그들의 조선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궁금했던 부분의 생싱한 기록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여행 중 숙식에 대한 기록과 주석은 이렇다.

‘여행자들이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여관은 없다. 여행자들은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면 비록 양반 집이 아니더라도 어느 집이든지 들어가 잠을 청하고 자기가 먹을 만큼의 쌀을 내놓는다. 그러면 집주인은 즉시 이것으로 밥을 지어 반찬과 같이 나그네를 대접한다. 여러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나그네들을 맞는데, 이에 대해 아무런 군소리도 없다.? -
(미주 : 환대는 가장 신성한 의무 중 하나로 여겨진다.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식사시간 중에 방문한 사람에게 음식을 거절하는 것은 중대한 수치일 것이다. 여기저기 먼 곳을 걸식하며 다니는 가난한 사람은 채비를 잘 할 필요가 없다. 밤이 되면 그는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호텔 |주막|에 가지 않고 아무 집에나 들어가는데 어떤 집이든지 행랑채는 방문하는 사람이 묵을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그 집에서 그날 밤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그리피스, 조선, 1905, 288~289).’

13년이라면 참으로 긴 세월이다. 식습관을 비롯하여 의식주 모두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낯설고 불편했을 터이지만 탈출을 원했던 이유로는 자유에의 갈망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주된 것이다. 한편 조선인의 입장에서 거의 처음보는 낯선 사람들인데 가는 사회 자체가 폐쇄되어 있어 거주 이전의 자유 등은 일반인에게도 제한이 있었던 당시 먹을 것과 입을 것 살 곳 등을 마련해주고 탈출 시도 전까지는 왕과도 알현하고 관직에까지 오르는 등 비교적 좋은 대우를 했다. 반대의 경우였다면 노예로 팔아먹었거나 잘 해봐야 누가 거들떠도 안봤을텐데 말이다.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원전에 가까운 이 책을 알게 되어 만족스러운 독서가 되었다. 열하일기를 읽을 때는 사상가가 쓴 책이라 연암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의 생각으로 걸러진 18세기 중국을 통해 당대 조선 학자의 사고관을 짐작할 수 있었다면 반대로 17세기 동쪽 끝 나라에 대해 새카맣게 무지한 외국인의 시각으로 보는 조선은 또다른 역사의 한 뷰를 제공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13

댓글쓰기
  • 자스민

    책이 있는데 아직 읽어보진 않았어요. 남편이 17세기 하멜표류기 원본 복사해서 그 오래된 네덜란드어를 현대 네덜란드어로 다시 바꿔서 네덜란드에서 책도 냈었죠.

    2018.01.02 13:0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게스

      어머 정말요? 한국어 역자가 영역본을 번역한 이유가 영역본은 현대어로 최근 번역이 되어 있어서 그랬었던 것 같던데 네덜란드 현대어로도 번역본이 나왔다면 번역 신택의 폭이 넓어진 것 같네요. 우리는 교과서에서 이런 책이 있다라고만 배웠지 실제 뭐라고 써져 있는지는 잘 모르잖아요? 마르코폴로의 동방 견문록이 본인이 직접 쓴 것도 아니고 감옥에서 함께 지낸 사람이 얘기 듣고쓴거라 허구와
      착각이 가미되었을 것과는 달리 하멜일지는 직접 하루하루 기록한 걸 바탕으로 쓴 것 같더라구요.

      2018.01.02 14:00
    • 자스민

      제가 사실은 하도 남편이 이쪽 분야 전문가라서 질려서 안 읽어요.ㅋㅋ네, 하루하루 기록한 걸로 알고 있어요. 남편은 홈페이지도 있고 미국 대학교에서 교수님들이 강의 자료로도 썼죠.

      2018.01.02 15:11
  • 파워블로그 나난

    다른 나라에서 그리 오랫동안 살아간다는 것이 지금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 당시면 더 대단했겠다 싶어요. 다른 사람이 보는 그 때 당시의 우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2018.01.02 14:3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게스

      날짜별로 지나가고 거주했던 지명과 교류했던 인명 등을 정확히 기재한 것을 보면 매일매일 열심히 기록했던 것 같라요. 그런 기록이 가능힜던 것도 조선 당국의 배려였겠구요. 당시 우리나라를모는 시선에 어떤 편견도 담기지 않은 것이 좋았어요

      2018.01.02 14:45
  • 밤은노래한다

    내용을 읽어보니 하멜'표류기' 보다는 '체류기'에 더 맞는 것 같네요. 물론 정처없이 떠돌긴 했지만 나름 정착해서 살았으니 말이죠. 이방인의 눈에서 보는 조선의 모습은 어땠을지 궁금하네요. 나름 우리나 하멜이나 신기하긴 매한가지였겠지만.

    2018.01.02 15:4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게스

      이거 읽어보면 우리가 아니 내가 모루고 있던 조선의 풍경도 많아요. 그 와중에 또다른 네덜란드인이 이미 살고 있었다는 사실도 그렇고요. 네덜란드인인데 젊어서 왓을켄데 네덜란드어를 잊어버려서 버벅거리던 것도 재미있고닐행중 한명은 그냥 조선에 정착해 결혼도 한 거 같고 떠나지 않기를 원하기도 해요

      2018.01.03 11:43

PYBLOGWE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