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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도서] 파운데이션

아이작 아시모프 저/김옥수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내가 읽은 스페이스 오페라 시리즈는 《보르코시건》 과 단권으로 데이비드 브린의 《스타타이드 라이징》 등이 생각나고, 그밖에 지구밖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주제로 쓴 《세븐이브스》나 《별의 계승자》 도 읽었다. 따라서 현대 소설들과 당대 3대 거장이라고 떠벌여지는 아시모프의 가장 큰 성공작의 첫번째 책을 읽었을 때의 소회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과학 소설의 아이디어라는 것이 기존의 소설들로부터 꾸준하게 영감을 받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기에 오래된 소설과 현대 소설을 비교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변하는 과학의 개념이 바탕에 있는 과학소설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50년대 소설이라는 점은 어쩔 수 없이 아이디어와 서사 작법 모두 낡은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때로, 아주 오래된 소설에서 현대 읽어도 참신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는 소설들이 있으니, 3대 거장 운운하는 작가라면 근사한 지평을 열어주는 소설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한 욕심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물론 이 소설의 세계는 넓다. 드넓은 우주와 수백년의 시간 기간이라는 광대한 배경이 있다. 여러 이야기가 하나의 우주 역사를 흐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세계관, 혹은 독자로서 느끼기에 넓고 광대한 건 아니다. 시간 범위도 넓고 우주 범위는 상상을 불가할 정도인데 세계관이 넓다는 느낌이 안드는 건 사건의 가닥들이 단순하고 평면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배경이 우주이지만 로마시대나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중세 판타지적 배경보다 넓어보이지 않는 이유는 행성을 대표하는 몇몇 인물들의 천재적 판단과 결정이 그토록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우주 전체의 역사와 운명을 좌지하기 때문인 듯하다. 헤리 셀던이라는 한 인물이 이끄는 심리역사학이라는 마법적 과학이 광대한 우주 세계의 몰락을 예언한다는 설정 또한 아무리 아직 실현되지 않은 과학이 마법과 다르지 않다는 시각을 유지하더라도, 수만년 이후의 세계가 수만년 이후의 세계의 몰락을 예측하고, 그 몰락을 막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예측한다는 것은 서사 구조 자체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킨다. 한마디로 뭐 어린이용 만화나 B급 헐리우드 영화에서 설정한 상황처럼 유치하게 보인다는 거다.

첫번째 책 파운데이션은 다섯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단 과학 소설은 서구 로마 제국이나 식민 제국과 세습 계급에 대한 향수가 있는 것 같다. 광속을 초월한 우주선들이 빛의 속도로 항성대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시대에 세습 귀족과 왕족이 존재하고 이들이 지배하는 제국이 우주 전체를 지배하는이야기는, 그러한 세습에 대한 향수를 드러낸다. 이 소설 뿐만 아니라 미래 사회를 그린 여러 유명 과학 소설에서도 제국과 세습 귀족의 모습이 많이 볼 수 있다. 위기를 맞은 1만 2천된 은하 제국의 수도 트랜터에 제국을 통치하는 귀족들이 존재한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은하 성단의 가장자리 척박한 행성에 수립한 새로운 나라 역시 처음에는 백과사전 편찬 위원들이 실질적으로 도시를 지배하지만, 훗날 정권을 잡은 하딘 역시 세습 계급은 아니지만 시장으로서 수십년간 오랫동안 지배자로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모습은 가장 민주적이고도 선진적이어야 과학자들의 새 행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1인 독재 국가들을 연상시킨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개념은 심리역사학이라고 불리는 미래 예측 기술이다. 이 기술의 최고 권위자인 셀던이 제국의 쇠망과 앞으로 다가올 1만년의 암흑기를 예측하고 이 위기를 피하기 위해 백과사전편찬 사업이라는 새로운 행성 우주 계획을 수립하고 죽은 후 몇 세대에 걸쳐 찾아온 셀던 위기와 극복 과정이 다섯 개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제국은 500년 안에 붕괴되어 3만년의 암흑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그는 제국의 붕괴를 멈추게 하지 않고 단지 암흑시대를 1천년으로 줄이는 방안으로 '우주백과사전' 편찬을 제안한다. 위원회는 그를 침묵시키기 위해 셀던과 대부분들이 과학자인 그의 지지자들을 변방의 행성 터미너스로 보내고, 거기서 백과사전 편찬 사업이 시작된다.



내가 보르코시건을 좋아하는 이유는 광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우주 활극이지만 주인공 마일즈 보르코시건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펄펄 살아서 튀어나올 듯하게 입체적이고 개성 강하다는 점이다. 거기에 과학 소설적인 새로운 세계들과 사고 실험이 덧붙여지니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따르는 피곤함이 생길 틈이 없다. 반면 이 소설은 50~60년대 소설임을 감안해서 시대에 뒤떨어지는 과학적 요소는 제처놓거라도 작중 성격이 평면적인점, 서사가 정치적 언쟁을 중심으로 흐른다는 점 등이 나의 취향과 찰떡궁합은 아니었던 것 같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쓸 때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로마 제국이 쇠하고 망하던 시절 복잡하게 얽혀있던 주위의 왕국과 국제 관계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광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스페이스 오페라보다 더욱 광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로마를 배경으로 하는 정치적 암투와 사랑 배신 정권의 흥망성쇠를 그린 콜린 매컬로의 소설 《로마의 일인자》가 로마사에 등장하는 그토록 많은 주요 인물들에게 각자의 개성들을 풍부하게 그려넣은 것과 비교하면 정치적인 쟁점으로 흐르는 이 소설들에게서는 개인의 성격보다는 개인의 판단과 결정, 그로 인한 인과관계 중심으로 흐른다.

해리 셀던의 말처럼 서서히 제국은 몰락해 갔고, 한 이야기와 다음 이야기 사이에 수십년의 간극이 있는 다섯 개의 이야기들은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따라서 한 시대의 주요 발전과 전략이 다음 세대에 어떻게 그 사회에 위기를 초래하는지에 촛점을 맞춘다. 백과사전 편찬위원들이 이주한 터미너스 행성은 단지 변방에 위치했을 뿐만 아니라 척박하기 그지 없어서 거의 모든 자원들을 수입에 의존한다. 이러한 척박함은 동력원의 크기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의 과학 기술을 크게 발전시킨다. 광속을 날아다니는 우주시대에 원자력 기술의 유무로 행성의 과학 기술의 발전도를 평가하는 것은 흠좀무이긴 하나, 어쨌든 적대적인 다른 행성들이 제국이 남겨놓은 원자력 에너지에 기반한 유물같은 무기들로 그냥저냥 소유하고 있는 데 반해, 터미너스 행성은 높은 수준의 원자력 기술을 가졌지만, 제국에서 이탈한 이웃 행성들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모종의 딜을 해야 하는데, 바로 시장인 하딘의 아이디어로 그들에게 원자력 기술을 포함한 신기술들을 제공한다. 이러한 결정은 사자에게 자기를 맡기는 것과 같은 위험한 결정이지만 하딘의 계획은 과학을 종교화하고 신격화 시킴으로써 터미너스의 과학자들이 종교적 지도자라는 환상을 심음으로써 적국의 백성(?)들이 신격에 함부로 대항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극복된다.

기술을 종교적 진리로 제시하는 거짓종교를 통해 오랫동안 터미너스를 비롯한 주변 행성의 지배권을 장악한 하딘에게 이웃 정당인 행동주의자들은 권력에 위협이 되고, 하딘은 셀던의 또 다른 기록을 이용하여 자신의 힘을 유지하고 트레이더를 먼 행성으로 보내 광물과 천연자원을 교환한다. 이후 시간 간극이 지난 향후 스토리에서, 종교적인 선교사와 여러 전술을 사용하여 이웃 왕국들에 대한 지배를 확립하는 등 제2의 은하제국으로 자리매김한 터미너스는 상인들의 저항에 부딪힌다. 이는 궁극적으로 종교 통치를 통한 정복을 중단하고 대신 더 많은 상업적 기업을 사용하기로 결정하도록 이끌면서 재단과 주변 국가들 사이에 엄청난 갈등을 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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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난

    이게 그 유명한 책이군요. 너무 많이 들어본 제목과 작가입니다. 그러함에도 저는 제 취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안 읽었지만요.ㅎㅎ

    2019.11.28 21:43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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