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랑 달콤한 맛 팝콘 사가지고 들어가느라고 조금 늦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나무를 지고, 할머니는 나무 가지 하나를 끌고 길을 걷고 있는 풍경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그 뭉클함은 가셔지지 않았습니다.

긴긴 질곡의 세월 75년을 함께 살면서 손을 꼭 잡고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을 한시라도 지우지 않은,
서로를 향한 사랑 그 꾸미지 않은 풍경은 한시간 반 내내 스카프를 적셨습니다(휴지가 없어서 목에 칭칭 감고 있었던 스카프로 코도 풀고 눈물도 계속 닦고 했더니 나중엔 젖었어요).
할머니는 6개의 어린 아이들의 내복을 삽니다.
세살짜리 것 3개, 여섯 살짜리 것 3개.... 여자아이 셋 남자아이 셋 이었던 것 같습니다. 손주들 주고 싶어서 사나부다 했습니다.
할머니는 12남매를 낳았고, 전쟁과 가난과 세월 속에 6명의 아이들을 잃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점점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할머니는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하셨던 모양입니다.
할아버지 먼저 가서 아이들에게 입혀달라는 겁니다.
이렇게 예쁜 내복을 가난해서 한 번도 사주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러니 먼저 가면 먼저 가서 아이들 만나면 입혀 주사는 겁니다.
나는 조금 더 있다가 갈테니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으라는 겁니다.
눈이 펑펑 오는 날 아침 할머니는 귀가 어두우신 할아버지에게 눈을 뭉쳐 드시라고 합니다.
첫눈을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귀가 밝아진다는군요.
"우리 할아버지 눈도 밝아지고 귀도 밝아지시오."
"우리 할머니가 준 눈을 먹으니 내 눈이 확 밝아졌어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사이 좋게 눈을 쓸어 길을 내다가 눈싸움을 합니다.
그리고 눈사람을 만듭니다.
다리가 아픈 할머니에게 할아버지는 호 해줍니다.
"할아버지가 호 해주니 내 아픈 다리가 다 낳았어요"
통통하고 정정하던 할아버지가 점점 헬쓱해 갑니다.
꽃을 따서 할머니 머리에 꽂아주던 할아버지, 숨쉬는 일이 점점 가빠집니다.
함께 기르던 공순이가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할아버지가 앉아있던 의자가 텅 비었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나도 애틋하고 아름다와서 울었습니다.
그래서 눈물이 펑펑 나왔습니다.
행복하고 따스한데도 눈물이 나오는 이상한 영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