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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노래

[도서] 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저/방미경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아기가 죽었다. 보모는 자살에 실패했다. 간만에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일찍 들어온 엄마는 짐승같이 울부짖다 실신했다.이것이 첫 페이지의 내용이다. 소설은 아이들의 엄마가 전업을 시작한 후로 사회적 단절과 양육의 어려움 남편과 소원해진 관계 등으로 다소 우울한 모습을 하고 있는 미리암의 모습부터 돌이켜보기 시작한다. 그것이 시작이었으니까. 홀로 경력단절에 따르는 소외와 불안을견디며 두 아이를 돌보는 일이 더욱 더 초라하게 느껴지던 일련의 원인들이 있게 마련이니까.

애들이 산채로 날 잡아먹는구나(p18)

우울로 가득찬 하루하루를 쓰지도 않을 자잘한 물건들을 숍에서 훔쳐내는 걸로 풀고 풀며 지내던 어느날 헐렁하고 늘러진 바지와 낡은 부츠 헝킬어진 미리를 하고 애들과 씨름을 하던 거로에서 옛 동료를 만난다. 자기 소유의 로펌을 차린 파스칼은 빈말이라도 애들이 이쁘다는 말 한마디 않기 함께 걷다가 헤어지는데 파스칼의 다리를 잡고 나를 데려가 달라고 빌기라도 하고 싶던 심정이었던 그녀의 마음은 와르르 무너져 버렸으나 잠시후 스카웃 제의 문자를 받는다.

한 번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꼼꼼하게 면접을 보고 깐깐하개 고른 보모 루이즈는 그들에게 세상에 다시없을 구세주다.아이들 둘과 완벽하게 소통하고 아이처럼 즐겁게 놀아주면서도 마치 없는 듯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가사일까지 이중 삼중의 일을 맡아 하는 것이다. 서구 유럽에비하면 그닥 니 일 내 일 구분이 분명치 않은 우리나라에서조차 보모에게 빨래나 청소같은 가사일을 맡기는 건 염치없는 짓이고 시켜봐야 아기가 노는 방 정돈이나 아이 먹을 음식 정도를 만드는 것 정도인데 아무로 루이즈가 스스로 알아서 일을 찾아내어 한다고 하더라도 속옥을 손빨래한다거나 단추가 떨어잔 옷들을 찾아 꿰매고 헤어단 옷들을 수리하고 1주일에 한번씩 침대 시트를 갈아 호텔처럼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하고 그것도 모자라 허구헌 날 사람들 불러 파티를 하도록 음식 준비를 하게 하는 건 본인이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그러면 안되는 거였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나.

보모 비용이 변호사 초임과 크게 다르지 않아 고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렇다면 프랑스에선 변호사 월급이 짠 건가 아니면 보모 월급이 많은건가. 변호사가 되기 위해 특별한 전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지만 보모야 그닥 높은 수준의 전문 지식이 없어도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므로 이언주 같은 인간이라면 ˚보모라는 게 별 게 아니다. 그 아줌마들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다. 옛날 같으면 그냥 조금만 교육시켜서 시키면 되는 거다. 애보는 아줌마가 왜 공부 많이한 변호사만큼 월급을 받아야 하냐”고 펄펄 뛰겠지만 수백년간 혁명을 거듭하면서 쌓아온 사회 시스템이 낳은 순결한 공정함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 루이즈 혼자서 월급 받아서 싫컷 잘먹고 잘살수 있을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빚에 시달려 백인이라고는 하얀개미조차 안보이는 난민 수용 시설처럼 낡고 보잘것 없는 집에서 샤워부스는 고장나 목욕도 못하고 제때 월세도 못내고 살아가는데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루이즈는 교양있는 중산층처럼 늘 옷매무새며 치장을 잘했고 교야있게 말하고 교양 있겨 행동하며 절대 눈에 띄지 않게 없는듯 하지만 정돈된 집안, 맛난 음식, 수선되어 짐점 새것처럼 변해가는 집안 살림들, 통제되는 아이들의 모습..이 것들로 자신의 존재를 알릴 뿐이다.

속에 사이코패스가 들어앉아있는걸까. 루이즈의 시점에서 쓰인 부분에서도 아무런 단서가 없다. 가장 신경쓰인 부분은 저렇게 노동력을 착취해도 되는건가. 그리고 애 둘을 돌보면서 저렇게 슈퍼우먼같은 가사노동이 가능하기나 한걸까 하는 부분이었는데 루이즈는 한 마디로 자기가 원해서 하는 일이다. 왜. 왜서인지는 책을 덮고 나서야 천천히 추론해 볼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은 루이즈가 사심없이 착해보이기만 해서 심지어 어떤 누군가의 음모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우리 주번에서 늘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끔찍한 사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전파를 탄다. 왜 도대체 그 미친놈이 친구 딸을 유괴해서 약을 먹이고 성폭행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살해까지 했을까. 그 깊은 최초의 단서를 우리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알고 있는 건 단지 피상적인 것들 뿐. 뭐라고? 심신미약이라고 ? 헐 할말을 잃게 만드는 정신이 나갔었다는 만병통치의 심신미약. 보모가 아이들을 죽인 이유도 그렇게 쉽게 둘러댈 수 있겠다.

심신미약이라면 왜 그녀를 애초에 그 단계로 접어들게 했는지 이해하는게 바람직하다. 그것의 시작은 그 젊은 부부 아이들이 자기를 산 채로 잡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힘든 육아를 책임진 사람이 그것 이상 수 배의 일을 할 때 루이즈 자신도 모르게 바란 대가가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한다면 심플하다. 빚만 남기고 죽은 못된 남편 엄마의 지시에 따라 없는 듯 존재해야 했던 그래서 스스로 사라져 버리기로 작정하고 가출한 딸 뒤에 남아 남은 빚에 쫒기며 그토록 남의 가정에 헌신했던 이유는 그 가정을 자기의 의도대로 예쁘고 행복하게 가꾸는 게 낙이고, 그 낙이 위협을 받으면 자신의 존재 가치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즉 미리암 부부는 그들이 루이즈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음을 알았을 그 순간부터 가정에 대한 통제를 잃고 있음을 알았어야 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누가 뭘 잘해줄 때 정말로 사심없이 잘해줄때 똑같이 잘해줄 자신이 없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조 못할 때 그에게 자신의 통제력의 일부를 대가로 돌려주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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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엘리엇

    어렵네요. 젊은 작가가 공쿠르상 받았다고 했을 때부터 궁금하긴 했는데 저는 시간을 좀 들여서 읽어봐야겠어요. 게스님 리뷰만 보고 느낀 점은... 루이즈라는 보모가 미리암 가정에 그토록 매달린 것은 관심과 애정을 쏟을 장소가 필요해서가 아니었나 싶어요. 사이코라기보다는 뭐랄까... 허한 마음이 생기면 무언가에 미친듯이 몰두하게 되잖아요. 다른 데서라도 존재 가치를 찾는 그런 거요. 그게 심해지니까 저렇게 된 게 아닌가 싶은게 미리암이 가정에 대한 통제를 잃는다고 하셨잖아요? 어떤 여성이 가사와 욱아에서 벗어나 사회생활을 할 때는 그 자리를 채워주는 또 다른 여성 노동력이 있어야 한대요. 그게 친정엄마든 시엄마든 혹은 도우미든 말이에요. 사회에선 가사나 육아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지우니까요. 그래서 슈퍼맘 증후군이 생기는데 아빠는 이런 사이클에서 책임의 사이클에서 빠져 있죠. 하지만 루이즈는 이 가족에 속할 수 없는 존재고 그걸 깨달았을 때 현실이 덮쳐와 극단적인 일을 벌인 게 아닐까요. 아기도 내가 키워, 집안일도 내가 해... 엄마가 일하는 동안 아빠는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해요. 다른 내용이지만 영화 요람을 흔드는 손 생각나요. 보모 나오는 영화들 보면 엄마 자리를 대체하는 스타일 많더라구요. 여기서 루이즈는 나이가 좀 있는 여성에 가족 구성원이 되고싶은게 아니었나 싶지만... 주인공들이 히스테릭 사이코틱한 구석이 없잖은 것 같기도 해요.

    2017.11.20 23:1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게스

      콩쿠르상이 장르로 치면 살짝 드라마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이번에 맨부커 받은 폴 비티 책과 비교해보면 좀더 아기자기한 거 같아요. 작품적으로나 천재석으로 보나 배반이 남사벽이구요. 콩쿠르상까지 받을만한 작품인지는 살짝 의심스러워요. 리뷰에는 너무 상세할까봐 안섰는데, 루이즈가 변한 이유는 루이즈를 너무 좋아해서 가족처럼 대하고 휴가도 같이 가고 하면서 거의 가족된 거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는데, 그러다가 한 두 가지로 서로 마음 상하는 일을 겪게 되죠. 아이에게 장난으로 화장을 시킨걸 아빠가 보고 노발대발한다던가, 첫째가 둘째를 깨문 상처를 나중에 발견한다든가, 자잘한 일인데 나중에 좀 더 심각한 문제를 애엄마가 발견했을 때는 이미 루이즈가 너무나 밀착된 관계에 있었어요. 한마디로 떼어내기 어려운 상태가 된 거죠. 게다가 애가 커서 유치원 갈 나이가 되어 가고, 이제 그 집안에서 밀쳐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거에요. 그래서 루이즈도 자기 살 길을 모색하는데, 흐 요기까지. 암튼 그게 애들을 죽이는 건 아니에요. 둘의 잠자리까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 자체가 웃기는거죠. 암튼 저는 첫 두세페이지에 전업으로 경력단절과 육아를 겪는 미리암의 상태가 절박한 상태가 굉장히 공감되었어요. 말씀하신 대로, 아빠는 육아의 어려움을 알아주기는 커녕, 자기도 집에서 애나 봤음 좋겠다고 하고...주인공들은 굉장히 평범하고 큰 히스테릭한 특징 없어요. 이렇게 아이를 예뻐하는 여자가 자기 아이는 거의 방치하고 살았다는 게 그 사회의 보모들의 처우 상태를 말해주는 거 같아요. 남의 애를 보는 것도 결국 일이잖아요? 자기 일을 하느라 자기 애는 어쩔 수 없이 방치될 수 밖에 없는.. 사회의 아이러니죠

      2017.11.21 08:34
  • 파워블로그 엘리엇

    아이고... 혼자 상상했네요 ㅋㅋ 왜 게스님이 사이코같다고 하셨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요. 예전에 사랑해 파리 옴니버스 영화 있잖아요. 파리 20개 구에서 벌어지는 이야긴데 그 중 한 편이 보모로 일하는 여자 편이었어요. 아침에 다른 집에 출근해서 남의 애를 볼 동안 자기 애는 또다른 보모가 보는... 잠자리까지 뭐라 한다니 가정 내 권력을 자기가 쥐었다고 생각했나봐요. 혼자 사는 분께 도의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식사도 하고 했더니 집안 어른으로 대접받으려고 하다가(포인트는 예의가 점점 없어저는) 안타까워지는 걸 주위에서 종종 봤는데요. 여기는 고용과 노동 관계라 거기까지 생각은 못했네요. 같이 휴가도 가고... 종종 보긴 하는데 이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돈으로 얽힌 관계잖아요. 이해관계가 달라지면 잘라낼 수 있는 정을 주는 건데 가족이라는 울타리라고 생각해버리는데서 비극이 오는 듯해요. 아이를 키우고 가정의 일을 돌보면서 깊숙이 연관되지만 결국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건 아닌지 싶기도 해요. 부모 입장에선 애기들을 맡기니까 잘해주다가 어느 순간에선 컨트롤을 못한 것 같고 보모 입장에서도 너무 아기들이랑 이 가정에 빠진 것 같고 그러네요. 부모가 육아를 하며 희생(이렇게 표현하면 좀 그렇지만)하는 부분을 보모에게 미루고, 거기에 대한 보상을 하고. 보상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심리적인 부분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해져요. 애기들을 그렇게 한 이유는 책을 읽어야겠지만 조금 스트레스예요. 왜 죄없는 애기들을...ㅠ 공쿠르는 권위적인 상인데 요즘은 영 수작이 안 나오나봐요. 맨부커는 영미권 작가에게 주니까 인재 풀이 좀 더 넓은 것 같구요.

    2017.11.21 09:5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게스

      내가 읽은 것들 중 맨부커는 대부분 도입부가 난해했던 걸로 기억해요. 끈질기게 읽으면 앞에서 고생한 보람을 찾죠. 전에 읽었던 두 권짜리 그거 뭐죠? 청소년이 뽑은 콩쿠르인가 암튼 그책은 정말 좋았는데 말이죠.

      루이즈는 겉으로는 굉장히 있는 듯 없는 듯 스스로 존재감을 지워요. 자기 주장 자기 얘기 어려움 이런 걸 말 안하는 것도 특징 중 하나죠. 내성적이라기 보다는,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스스로 표현할 줄을 잘 모른다고 봐야 할 거 같아요. 앞부분은 2장 정도는 72년생 김지영의 요약판 같았어요

      2017.11.21 10:04
  • 파워블로그 엘리엇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인가? 암튼 낙천주의자 클럽이요. 최근 프랑스 상황이 어떤 낭만성 같은 걸 찾기 힘들어 그런가봐요. 슬리마니 말고 제가 마지막으로 확인한 수상작도 이슬람 문화 관련이었는데 올해는 나치 얘기래요. 공쿠르랑 르노도랑 수상작 둘 다요. 얼마 전에 폴란드에서도 무슨 행진하고 그랬잖아요. 우경화되는 유럽사회를 나치시기에 빗댄건지 이 작품들은 좀 더 서사성이 있어 보여요. 배반 말고 요번에 부커상 받았다는 책도 좀 궁금하긴 하더라고요. 미국인이라던데..

    2017.11.21 10:2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게스

      네 구제불능 그거, 제목 맨날 까먹는다니까요 ㅋㅋㅋ 구제불능이란 말 자체가 얼른 떠오르지 않는 말 같아요 ㅋㅋㅋㅋㅋ구제불능이에요. 암튼 그 때 이후로 프랑스 현대 소설은 찰싹 달라붙는 섹시한 걸 못찾았어요.

      2017년 부커상은 조지 손더스요. 12월 10일 책도 이북으로 사놨는데(신간들은 이북으로 바로 나와서 좋아요 출간 기념으로 캘린더 잘 보면 반값 대여도 자주 하죠).. ㅋㅋㅋ 언제 읽나요? 암튼 숙제 검사 해야 완독을 한다니까요. 손더슨 이분은 단편을 잘쓴다고 해요. 잘쓴 단편 읽으면 참 개운하고 기분 좋은데, 단편은 여러개 많이 읽어야 좋은 작품 몇 개 건질 수 있는 게 흠인 것 같아요. 너무 어려워 뭔 뜻인지 모르는 것도 많고. 아 전에 읽은 책 중에서 읽을 땐 이게 뭐야 정말 재미없었는데 두고두고 생각나는 단편중 하나가, 제임스 조이스에요.

      2017.11.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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