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역사

[도서] 역사

헤로도토스 저/천병희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우리는 살면서 갑을관계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사전을 찾아보면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갑과 을은 원래 계약서상에서 계약 당사자를 순서대로 지칭하는 법률 용어다.

 

보통 권력적 우위인 쪽을 「갑」, 그렇지 않은 쪽을 「을」이라 부르는데

여기서 「갑을관계를 맺는다」는 표현이 생겼으며,

지위의 높고 낮음을 의미하게 됐다. 지금은 대기업과 협력업체, 업주와 종업원,

상사와 직원, 고객과 서비스업체까지 이 표현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갑을관계는 우리 삶 곳곳에서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비즈니스에서는 이를 극명히 따진다.

갑은 권력적 우위를 이용해 을에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요구할 수 있는 반면

을은 갑이 원하는 바를 계약한 바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따라서 을은 계약이 끝나기 전까지 갑의 눈치를 보면서

살 수 밖에 없는 신세가 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간혹 갑은 자신이 가진 권력적 우위에 지나치게 탐닉한 나머지

안하무인격이 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는 갑의 권력적 우위를 폭압적으로 사용해 포악무도(暴惡無道)의

대명사가 된 중국 하(夏)나라의 걸왕(桀王)과 은(殷)나라의 주왕(紂王)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걸주같은 놈이라는 말이 생겼다.

걸왕은 화려한 궁전을 짓고 주지(酒池)를 만들어 배를 띄워 유흥에 빠진 나머지

정사를 돌보지 않아 백성의 원성이 극에 달했다.

 

도덕군자로 알려졌던 은나라(상나라)의 탕왕(湯王)을 하대(夏臺)에서 체포하는 등

폭정을 자행했다.

이에 이윤의 도움을 받은 탕왕의 혁명에 의해 비참한 말로를 맞이한다.

주왕(紂王)은 아버지 제을(帝乙)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아 상(商)나라 왕이 된다.

 

주왕은 술로 가득 채운 연못[酒池] 주변의 나무를 비단으로 휘감은 뒤

고기를 매달아 놓고[肉林] 달기와 함께 배를 타고 노닐면서 손이 가는 대로

고기를 따서 먹었다고 한다. 주지육림이라는 고사성어가 여기서 유래했다.

충언을 고하는 신하를 불 위로 걷게 하는 등 폭정을 행하다가

강태공의 도움을 받은 무왕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근래에 신문지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모 대기업의 라면상무 사건과

우유업체 하도급 사건,땅콩회항이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갑의 입장에서 도를 넘어 을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다 못해

하인 부리듯 막 대한다. 대리점에 강매하다가 거부하니 온갖 욕설을

서슴지 않고 내뱉어 무리를 일으킨 업체 하도급 사건도 마찬가지다.

 

정규직과 계약직 차별도 엇비슷하다.

계약직은 나름대로 더 열심히 일하고도 정규직만큼 보상을 못 받는다.

게다가 한번 상사의 눈 밖에 나면 어떻게 해 볼 도리 없이 어느날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기도 한다.

 

만일 계약직이 정규직보다 더 나은 실적에 더 뛰어나기라도 하면

자신의 자리에 위협을 느낀 정규직은 계약직을 왕따시키고 비열한 음해로

회사 밖으로 내몰기도 한다.

전에 방영된 TV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다룬 계약직의 비애는

더도 덜도 없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며 슬픈 현실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단지 TV나 신문 같은 매체에 보도가 되지 않을 뿐이다. 

이렇듯 갑을관계는 인간관계를 정말 갑갑하게 만들며

종국에는 자신도 망하게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반면 윈스턴 처칠과 알렉산더 플레밍의 인연은 정반대다.

영국의 한 부자집 소년이 시골 어귀에서 수영을 하다가 발에 쥐가 나서

익사할 위기에 처한 것을 근처를 지나던 시골 소년이 구해준다.

이에 부자집 소년의 아버지는 아들을 살려준 시골 소년의 소원인

의학공부를 돕는다.

 

훗날 이 시골 소년은 페니실린을 발명하며 노벨의학상과 작위까지 받으니

그가 바로 알렉산더 플레밍이다.

그리고 부자집 소년은 영국의 명수상이 된 윈스턴 처칠이다.

윈스턴 처칠은 2차 세계대전 중에 스탈린과 회담하러 소련에 갔다가

폐렴으로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런데 다행히도 알레산더 플레밍이 발명한 페니실린 덕분에 살아난다.

은혜가 은혜를 낳은 아름다운 만남이다. 

물론 힘을 어떤 식으로 사용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폭압적으로 사용하는 힘은 절대로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순리에 따라 힘을 사용할 때만 그 힘이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2

댓글쓰기
  • 오피러샤

    옛시를 음미하다보면, 순간적인 재치와 함께
    천재적 시인의 감수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昨夜長安醉酒來 (작야장안취주래)
    어젯밤 장안에서 술에 취해 오다가
    桃花一枝爛漫開 (도화일지난만개)
    복숭아꽃 한 가지 흐드러지게 피었기에
    君何種樹繁華地 (군하종수번화지)
    그대는 어찌하여 번화한 땅에 나무를 심었소.
    種者非也折者非 (종자비야절자비)
    나무를 심은 사람의 잘못인가, 꽃을 꺾은 사람의 잘못인가 - 白湖 林悌의 詩

    어느 날, 임제는 한양에서 문우(文友)들을 만나 술에 흠뻑 취해서 오다가,
    뛰어난 미모를 지닌 객주의 주모를 보게 된다.
    임제가 관심을 보이자, 용모에 반한 주모는 임제에게 육체적 사랑을 허락한다.
    주모와 동침한 임제가 서로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는데
    주모의 남편이 불쑥 현장을 덮친다.
    주모의 남편은 자기 아내와 정을 통한 사내를 죽이려고 달려든다.
    그 모습을 보고서도 임제는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고 말한다.

    "죽일 때 죽이더라도 자신의 시 한 수만 들어 보라고."
    그 때 즉석에서 남긴 시가 바로 이 칠언 절구다. 시구에서처럼
    "그대는 어찌하여 번화한 땅에 나무를 심었소?"
    (왜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곳에 아름다운 여인을 두었느냐) 라고
    남편에게 일갈을 가한다. 거기다가 한 수 더 떠서 번화한 곳에
    나무를 심은 사람(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곳에 아름다운 여인을 두어
    꽃을 꺾도록 만든) 잘못이라고 못 박아 버림으로써
    주모의 남편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2015.01.12 17:2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심심찮게 보여지는 갑을관계의 횡포들, 정말 짜증납니다.
    언젠가부터 고객은 왕이다 라는 말이 등장하면서 고객 지들이 왕인줄 착각하는 인간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ㅠㅠ

    2015.01.20 16:14 댓글쓰기

PYBLOGWEB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