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와 담의 처절한 사랑 이야기. 그게 정말 사랑인지 다른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이름이 뭐든 중요하지 않다. 구와 담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다. 살게 하는 존재이다. 구의 생애도 담의 생애도 마음 아프지만 담의 생애에 더 공감이 가서 마음이 아프다. 담은 평생을 구를 기다린다. 어린 시절 잠시 멀어졌을 때에도, 노마가 죽었을 때에도, 구가 입대했을 때에도, 구가 일을 나갔을 때에도, 구와 함께 있으면서도 구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건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리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는 담의 상태를 안다. 이해한다.
나는 돈이 싫다. 연인의 회사가 싫다. 연인이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 가서 12시간씩 일을 하는 게 싫다. 연인을 지치게 만드는 게 싫고, 연인이 힘들어지는 게 싫고, 하루의 절반을 회사에서 보내야 하는 게 싫다. 나는 그저 기다린다. 내가 일을 하고 집안일을 하고 책을 읽고 낮잠을 자고 산책을 하면 저녁 느지막이 연인이 돌아온다. 어쩌면 그 순간을 위해 하루를 살아가는 것 같다고 느낀다. 나에게 그 시간이 없다면 나는 어떤 걸 위해 하루를 버틸까. 구가 말하는 것 같다. “그건 사랑이 아니야.” 이 감정이 사랑이 아니면 뭐라 이름 붙일 수 있을까. 아픔, 기다림, 고통, 집착, 불안… 사랑에는 이 모든 것이 다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닐까.
돈이 없어도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누구나 적당량의 노동을 한 뒤 집으로 돌아가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기다리고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졌으면 좋겠다.
담이와 구가 돈에 얽매이지 않고 소소하게 살아가는 행복한 결말이 이 세상 어딘가에는 존재하기를 바란다.
“기다림은 공장 문 앞이 아니라 구와 헤어질 때부터 시작되었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학교에 있을 때도 내내 구를 기다렸다. 만날 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때가 아니면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내 마음은 항상 대기 중이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뜻일까.”
내 마음은 항상 대기 중. 구와 담은 성숙하다. 하루 종일 구를 기다렸으면서 구에게 더 바라지 않는 담이 대단하고 담이 자신을 기다리는 것을 부담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구가 좋다. 나의 기다림이 기대가 누군가에게 부담이 되는 일은 참 마음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