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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eBook] 밝은 밤

최은영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덤덤하지만 따스한 위로를 주는 이야기.

책을 다 읽고 난 후 가만히 생각을 해보다 놀란 점은 책 속의 그 누구도 삶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조모와 증조모, 할머니, 새비 아주머니, 희자, 주인공 지연 모두 한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고통을 겪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 아이의 죽음, 배우자의 죽음, 전쟁…. 삶이 고통스러워 그 고통에 체념할지언정 꿋꿋이 이겨내 앞으로 나아간다. 그들이 삶을 져버리려 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떠올려보니 그들은 모두 아이가 있었다. 내가 품고, 내가 낳아 지켜줘야 하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들은 어머니의 삶을 가장 힘들게 했으면서도 동시에 어머니를 가장 살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대의 배경, 분위기 모든 것들이 그들이 온전히 고통을 느끼고 이겨낼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들 어딘가를 금 가게 만든 것이 안타까웠다. 그저 참고 인내하고 외면하고 체념해야 지나갈 수 있었던 시간이 그들을, 그들의 아이를 비틀리게 만들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아이가 없던 사람은 지연이었다. 지연은 배우자의 외도로 인해 고통받고 희령으로 떠난다. 희령은 바다가 있는 작은 마을이다. 그 곳에서 어렸을 때 만난 이후로 본 적 없는 외할머니를 만나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 받는다.

자기도 모르게 삶의 이유가 됐던 이가 돌고 돌아 자신의 근원으로부터 위로를 받는 선순환의 구조이다.

세계에 존재하는 어느 할머니든 할머니만의 다정함을 소유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 다정함은 그들의 삶에서,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서, 사랑에서 뿜어져 나온다.

글을 읽으며 할머니 생각이 정말 많이 났다. 할머니는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힘을 가져다주는 존재이다.

 

 

“세상 어느 누구도 나만큼 나를 잔인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용인하는 일이.”

 

“인제 나는 꽃을 봐도 풀을 봐도 네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됐어.”

무엇을 봐도 당신을 떠올린다는 말만큼 낭만적인 말이 있을까. 사랑하는 순간 그것만큼 달콤한 일이 없는 것 같다. 좋은 풍경, 맛있는 음식, 예쁜 꽃, 파란 하늘 내가 보는 모든 시선과 내가 느끼는 모든 감각만큼 너를 떠올려.

 

“내가 잠든 줄 알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의 부드러운 눈빛을 나는 보지 않고도 볼 수 있었다.”

애인과 함께 낮잠을 잘 때였다. 잠버릇이 있는 내가 이불을 걷어차버리자 애인은 조용히 일어나 내게 다시 이불을 덮어주곤 내 어깨를 다독였다. 희미하게 잠에서 깨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이 좋아 계속해서 자는 채를 하다 스르르 다시 잠이 들었던 날이다. 그 순간을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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