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시에서 살아가는 인류의 이야기다. 지하 도시를 유지해야만 하기 때문에 그 곳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15세가 넘으면 반드시 경제 활동을 해야 하며,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정신재활원에 보내진다.
살아가기 위해 노동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현 인류에게도 노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맞지만 그래도 노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강제로 정신재활원에 보내지진 않는다. 싫든 좋든 살아가기 위해 평생 노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끔찍하다.
노동을 하는 이유는 지하도시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필수적으로 먹어야 하는 VA2X를 구매하기 위해서이다. 지하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하루에 한 알씩 필수로 먹어야 하는 약이다. 이 약의 정확한 효능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약을 끊으면 환각, 환청,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고 발각될 경우 정신재활원에 가야 한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그렇기에 살아가기 위해 노동을 하고, 약을 구매한다.
사람은 살아가는 데에 햇빛은 필수적인 요소다. 지하도시에 살아가면서 햇빛 한 줄기 받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빠른 시간 내에 사람은 미쳐갈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 노동에 필요한 인구가 줄어들면 안되니까 그 약을 먹어야만 하는 사회를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아이를 낳기 위해선 부부의 경제 상황 등의 정보가 담긴 보고서를 제출하고 통과가 되어야만 한다. 허가를 받지 않고 태어난 아이는 결국 폐기된다.
이러한 사회 시스템으로 인해 쌍둥이로 태어난 아이 중 한 명은 부모의 선택을 통해 삶을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이렇게까지 해서 인류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내가 그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내 아이를 위해서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다. 그런 곳에서 살아가는 것은 사는 게 아니라 생을 끌고 가는 것이라고 느낄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회의 시스템과 그 시스템으로 인해 피해 보는 사람들의 삶을 아주 잠깐이라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언제나처럼 내 생각보다 사회는 더럽고 추악하다. 그리고 꼭 누군가가 희생되어야 개선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내가 그 희생자가 되지 않기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희생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간절하게.
“살아가는 건 징검다리 건너듯이 원치 않아도 어느 순서에는 반드시 불행의 디딤돌을 밟아야만 하는 것 아닌가.”
“하나의 감정만으로 삶 전체를 설명하는 건 마르코에게 어려웠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문장으로 옮겨지는 순간 전부 마음에 있을 때보다 가볍게 느껴졌다.”
“자유는 갈급할 때 달콤하거든.”
“바다로 들어간다는 건 시초로 돌아간다는 것과 같은 말일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