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의 작가가 기억하는 자신만의 여름을 소개하는 책.
이 뜨거운 여름에 이것만큼 적절한 책이 있을까 싶다.
8개의 다양한 여름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내가 기억하는 여름의 풍경은 어떤 것인가 떠올려보게 된다.
학창시절의 여름을 떠올리면 학교와 집이 10분도 채 안걸리는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더위에 축 쳐져 등교하자마자 땀을 식히려 책상에 엎드려 누워 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침이라 졸리고 더위에 지쳐서 유난히 몸에 힘이 없는 날이면 등교해서 엎어진 상태 그대로 1교시 수업 중간에 깬 기억도 있다. 이렇게 대놓고 자고 있는데 아무도 안 깨워주다니, 생각하며 주섬주섬 교과서를 꺼낸 기억도 난다.
또 친구들과 놀러간 것도 다 여름이었다. 겨울엔 춥고 짐이 많고 놀러갈 곳이 마땅치 않아 가본 적이 없지만 물놀이를 좋아해서 여름이 되면 가평 빠지로, 강원도 바다로 떠났던 게 참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분명 덥고 습하고 끈적거리고 짐은 무겁고 힘들었을텐데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이 미화되어 한여름 햇빛의 밝음, 친구들과 더위를 식히려 삼삼오오 모여 먹은 빙수, 서로에게 물을 튀기며 놀던 기억만 선명하다.
더위에 약해서 여름은 안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며 돌이켜보니 가장 재밌게 즐긴 계절 중 여름만한 계절이 없었다.
지금은 여름을 가장 좋아한다. 밝은 걸 좋아해서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지는 여름이 더욱 좋아졌다.
8시가 돼도 해가 쨍쨍해서 좋았는데 점점 해 지는 시간이 당겨져서 벌써부터 아쉽다.
오늘은 입추라고 한다. 입추가 지나도 한 동안 더위는 가시지 않겠지만, 한 번뿐인 나의 이번 여름이 미래의 나에게 어떤 여름으로 기억될까 궁금하다.
부디 아프더라도 조금만 아프고, 즐거운 건 배로 즐거운 여름이 되길.
“온화함에도 색깔이나 향기가 있다면, 다정함에도 무늬나 촉감이 있다면, 외할아버지는 그중 가장 좋은 것들을 모두에게 주셨다.”
“출발선 뒤에 있을 때 마음껏 꿈꾸고 사랑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