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책을 읽고 싶지만 소설을 읽기에는 생각이 많아지고, 자기계발서를 읽고 싶은 기분은 아니고, 가볍게 하지만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를 읽고 싶은 날. 그런 날에 선택하면 너무 좋을 책이다.
실제로 혼자 있으면서 우울한 생각이 들거나 기분이 안좋을 때 주로 찾게 되었는데 읽고 나면 기분이 한결 산뜻해지고 가벼워졌다.
어렸을 때 투니버스에서 방영하는 ‘아따맘마’ 라는 애니메이션을 참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특유의 정다운 분위기가 좋아서 선호했던 것 같은데 이 책은 마치 혼자 사는 버전의 아따맘마 같아서 좋았다.
아마 저자의 경쾌한 성격이 글에서도 묻어나와 읽는 나의 기분까지 경쾌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본가가 있는 고향에서 태어나 그 곳을 벗어나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쭉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살면서의 외로움이나 어려움을 겪어볼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지금은 고향에서 6시간 거리에 떨어진 곳에서 지내고 있다. 북적북적하진 않았지만 항상 사람의 온기가 가득한 집에서 나와 모든 게 어색하고 낯설기만 한 이 곳에 오니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하는지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마냥 집이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는데 그 때 이 책을 만났다.
저자도 고향인 오사카를 떠나 꿈을 위해 도쿄로 상경했는데 나와 다르게 저자는 씩씩하고 경쾌하게 혼자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상경 후 몇 개월간은 늦은 오후에 일어나 아점을 먹고 뒹굴거리다 보면 저녁 먹을 시간이고, 저녁 먹고 뒹굴거리면 하루가 끝나는데 그저 ‘오늘도 하루가 이렇게 지나갔네’의 감상만 있고 뒹굴거린 하루를 반성한다거나 후회한다거나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놀라웠다.
나도 이 곳에 온 후에는 다른 가족이 생활하는 소리에 깨거나 늦었으니 그만 일어나라고 깨우는 사람이 없으니 낮밤 가리지 않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티비 보고 싶을 때 티비 보는 하루가 반복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런 하루를 보내고 난 후 오늘도 이런 의미 없는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에 기분이 안좋아지곤 했는데, 쉴 때 푹 쉬자는 마음을 먹어도 기분이 안좋아지는 건 어떻게 제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저 그렇구나 하고 넘겨버리는 저자를 보니 그 동안의 생각이 무색하게 나도 아무렇지 않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이미 지나간 하루 어쩔 것이며, 평생을 이렇게 사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일하다가 지금 잠깐 이렇게 쉬는건데 뭐 그리 마음 조급하게 먹을 것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에세이의 순기능이 이런 것이 아닐까.
저자의 무탈하게 혼자 사는 생활을 보며 나도 이 곳에 혼자 지내는 생활이 조금씩 적응되기 시작했고 적응되니 좋은 점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타지에서 혼자 사는데 조금 외롭다면, 특히 ‘아따맘마’ 같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한 사람이라면 틀림 없이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된다고 믿는 마음은 최강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이 좋다. 이 세상에 아름다운 것을 이길 수 있는 건 없을지도 모른다.”
“그때 무슨 생각을 했던가. 결국 잊을 것들을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나.”
평소 생각이 정말 많다. 과거에 대한 생각, 미래에 대한 생각 때문에 걱정하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과거에 내가 쓴 일기를 읽어보면 타인이 쓴 일기를 읽는 것마냥 기억 하나 나지 않고 생소할 때가 많다. 결국엔 잊고 잊혀질 것들을 위해 현재의 내가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무엇이 있을까. 결국엔 모든 게 잊혀질 것이라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