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힘 빼고 쓴 것 같아 기뻤다. 공지영 작가의 이런 글, 오랜만이다.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서, 힘을 내라고 격려하기 위해서, 사회를 고발하기 위해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글을 쓸 수 있겠지만, 때로는 일기처럼 끼적인 감상 적은 메모처럼 힘을 뺀 글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사회를 알게 하고 메시지를 받아들이게도 한다. 『시인의 밥상』이 그랬다.
책에 등장하는 공지영 작가의 지인들은 담백해서 좋아 보인다. 특히 버들치 시인은 갓 만든 두부처럼 단단하고 부드럽고 담백해 보인다. 공지영 작가 스스로도 자기 것을 자기 것이라 하고 남의 것을 남이라고 하는 것이기에 버들치 시인을 좋아하고 존경한다고 말한다.
그에 관한 일화를 읽다보면 알게 된다. 공지영 작가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나 또한 존경의 마음이 들고 좋아하는 감정이 싹텄으니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독재자의 딸이 결국 대통령이 되고 난 며칠 후, 버들치 시인은 미리 약속해 둔 경남의 한 고등학교에 강연을 가야했다고 한다. 경상도 아이들 앞에서 설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학교 강연을 가지 않으려 했지만, 교장 선생님의 설득으로 결국 아이들을 만나러 고등학교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울음을 터트린 버들치 시인. 왜 경상도 아이들을 보기 어려웠는지에 대해 설명한 그에게 한 학생이 답을 했다고 한다. ‘2년 있으면 선거권이 나오니, 결코 지역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투표 잘할 테니 울지 말라고.’ 그 말에 버들치 시인은 또 울었다고 하는데, 이 에피소드를 읽으며 나 또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눈물을 쏟았다.
이 책을 모두 읽고 나니 그들과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속이 불편할 때에는 담백한 장국에 밥을 말아 단출하게 먹어야 개운하고 속이 편하다.
요즘처럼 정신이 불편할 때에는 담백한 장국과 같은 『시인의 밥상』을 읽으면 참 좋겠다.
든든하고 편하고, 개운하고, 덤으로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