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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않는 습관

[도서] 사지 않는 습관

가네코 유키코 저/정지영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맞벌이라서 외벌이보다는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는 이유로, 시간이 돈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핑계로 조금이라도 더 빠르고 쉬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물건을 사들이곤 했다.

마음에 드는 옷은 꼭 두 벌씩 샀고, 여행을 가면 꼭 기프트샵에 들러 이런 저런 기념품을 사왔다. 자주 쓰는 물건들은 프리페어 해놓는다는 생각으로 두 개씩 혹은 세 개씩 한꺼번에 구입했고 할인을 받기 위해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까지 구입해 할인 한도액을 채우곤 했다.

그러다보니 우리 집은 물건들이 넘친다. 수시로 업데이트 되는 아이들의 장난감, 기념품들, 한 달은 지난 후에야 사용할 수 있는 샴푸와 린스, 메이크업 제품 등 물건들이 집 안은 물론이고 베란다까지 점령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건들이 차고 넘치니까 과식한 것처럼 가만히 있어도 불편하고 답답한 상태가 계속 되었다. 자꾸만 짜증이 났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과감히 정리하기로 했다.

 

깨끗하지만 어쩐지 멀리하게 되는 옷들은 분류해서 기부하고, 아이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은 아까워하지 않고 주변에 나누어주었다. 종량제 봉투에도 많은 물건이 들어갔고, 분리수거함에도 이런 저런 물건들을 넣어 처치했더니, 그렇게 속이 시원하고 개운할 수가 없었다. 두둑두둑 붙어 있던 군살을 쏙 뺀 후의 상쾌함이랄까.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물건을 사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그런 물건들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옷장을 가득 채우던 옷을 정리했는데도 불편함 없이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지냈고, 잘 쓰지 않는 식기류를 기부했는데도 식사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책상 위에 차고 넘치던 필기류들을 주변에 있는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음에도 글 쓰고 메모하는 데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때마침 사지 않는 습관이라는 제목의 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했는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속담이 이렇게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수가 없었다.

저자인 가네코 유키코는 사람들이 자꾸 쇼핑하는 까닭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보상 심리 때문에. 무심코, 습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서, 세일 상품이라서. 귀찮아서 시간이 없어서. 모두 가지고 있어서

물건을 사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처럼 느끼는 것을 여자라면 누구나 경험해 본 기분일 것이다. 무심코, 습관적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특히 편의점이나 다O소처럼 저렴한 물건들을 많이 판매하는 잡화점에서는 아기자기한 디자인만 보고 특별히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무심코, 습관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집 안이 어수선해지고, 오히려 생활의 만족도가 떨어지며 새로운 물건을 사서 공허한 마음을 채우려 하는 자기 자신을 싫어하게 된다고 저자는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조언한다. 사지 않는다고 하면 욕구를 억누르는 것처럼 느낄 수 있으니, 금욕이 아닌 디톡스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라고.

사지 않는 것은 어떤 기술도 필요치 않고, 사지 않는 것은 절약보다도 더 돈이 안 새어 나가며, 사지 않기만 하면 되므로 복잡한 고민거리가 사라진다고.

 

저자의 조언대로 몇 주 동안 새로운 물건을 사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이를 위해 몇 가지 규칙을 만들었다.

첫째. 물건을 사진 않지만 직접 만들어 먹을 식재료는 좋은 것으로 구입할 것

둘째, 아이들이 원하는 장난감은 필요할 경우 사주되, 가지고 있는 장난감 중 몇 가지를 사촌 동생에게 물려줄 것.

셋째, 책은 마음껏 구입할 수 있게 할 것.

 

새 옷을 사지도 않았고, 새 양말도 사지 않았다. 새 가방도 사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심지어 추가로 옷을 몇 벌 더 기부하고, 책을 정리하고, 신발을 버렸는데도. 사지 않는 습관은 생각보다 가뿐하고 즐겁다. 복잡한 일상이 정돈되는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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