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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도서] 사는 게 뭐라고

사노 요코 저/이지수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익숙할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작가, 사노 요코.

일본의 국민 시인다니카와 슌타로를 남편으로 두었던 사람이다. (두었던 이라고 말하는 건 이들이 이혼했기 때문.) 그녀는 1938년 베이징에서 태어났고 2010, 72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는 게 뭐라고는 그녀가 2003년에서 2008년 사이에 쓴 글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이미 죽은 사람의 글을 읽는다는 건 때론 강렬한 슬픔보다 깊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미 죽고 이 세상에 없는 작가의 글을 읽는 것은 흔한 일이라 특별할리 없지만 그래도 아쉽다. 그녀가 살아있었다면 계속해서 글을 썼을 텐데.. 그럼 나는 그 글을 신나게 읽어댔을 텐데. 더 이상 나올 리 없는 그녀의 글이 아쉽다.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이라는 부제가 붙었는데, 시크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독특하다. 조금 무례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지만 당당하고 개성 있는 모습이 멋지다. 글 속에 배인 위트는 또 얼마나 진한지, 읽는 내내 실실 웃었다. 자기 자신을 가지고도 마음껏 농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멋지기도 했다. 철딱서니 없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도 귀여웠고.

이를테면 교카이도리는 좁은 길이다. 내가 죽어서 길바닥에 가로로 쓰러지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나를 넘어 다녀야 할 것이다’ ‘내일은 곧바로 장갑을 사러 가야겠다. 치매는 돈이 든다.’

아나운서인지 캐스터인지, 서른쯤 되어 보이는 여자의 화장에 경악한 것이다. 눈 주변을 시커멓게 칠해서 검은자가 흰자 한가운데 둥둥 떠 있다. 인간의 흰자위란 원래 저렇게 넓은 것일까. 밥을 다 먹고 나면 나도 아이섀도로 눈가를 새까맣게 칠해봐야겠다.’ 같은.

 

이런 문장도 있다. ‘예순여덟은 한가하다. 예순여덟은 찾는 이가 아무도 없다. 예순여덟의 할머니가 무얼 하든 말든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다. 외롭냐고? 농담 마시길. 살날이 얼마 없으니 어린아이처럼 살고 싶다.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을 생각하고 싶다. ’

쉰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 말이 있다. 대체 무슨 소리인가. 한국의 성형 미녀들은 성형외과 의사에게 책임을 지라고 해야 하는 건가. ’

일흔이 가까워지니 거의 대부분의 남자가 귀엽다. 나는 섹스리스라서 할머니긴 해도 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분간이 안 된다. 사람과의 대표 혹은 부처님, 그것도 아니면 악령일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갖고 싶은 물건보다 이미 가진 물건을 닳도록 쓰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다.

동안의 얼굴을 하고서 나이보다 훨씬 어리고 젊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흰 머리에 처진 엉덩이를 하고 그 나이에 맞는 푸근함을 지닌 아줌마로 보이는 게 더 좋다.

대신 남들을 의식하고 눈치를 보지 않고 나 자신을 먼저 위하고, 아낌없이 나를 소모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한 번 뿐인 인생이고, 인간은 누구나 혼자 태어나고 혼자 죽어가니까.

사는 게 뭐라고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죽는 그 순간까지도 당당하게, 소신껏, 즐겁게 살아보자고. ‘소싯적에 나는 이런 사람이었다고 거들먹거리는 냄새나는 노인네는 되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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