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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도서]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이다혜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나는 어린이날에 결혼했다. 공식적인 공휴일인만큼 학교와 유치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두 아이는 친정에 맡겨 두고 남편과 둘이 데이트에 나섰으면 좋았을 걸.. 예약된 청신경 검사를 받기위해 아침부터 집을 나섰다. 그 날, 열 한 번 째 결혼기념일에 나는 메니에르병을 진단받았다. 몹시 서글프고 후련한 결과였다.

처방받은 약 봉지를 가방에 쑤셔 박고 멍하니 앉아 있는 내가 안쓰러워보였던지 남편은 기분 전환이라도 하러 교외로 나가자고 했지만, 나는 심드렁하게 교보문고나 가자고 대답했다. 평생 고장 나지 않을 것 같던 내 신체의 일부가 하나씩 망가져 가는 것에 대한 당혹스러움과 예전과 다르게 기념일에 무뎌진 내 자신에 대한 묘한 감정이 뒤범벅되어 한껏 가라앉은 내 마음을 어떻게든 되살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줄곧 좋아했던 일을 하면 기분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문득 이런 게 어른의 삶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 얻게 된 질병, 어디든 갈 수 있는 내 소유의 차,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도 원하는 만큼의 책을 살 수 있는 경제력. 내가 꿈꾸던 안정된 어른의 삶의 민낯은 이렇게 허무하고 시시했던 거였을까.

이다혜 기자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라는 부제가 붙은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를 신간 코너에서 발견한 순간 반갑고 기뻤다. 새 책이 나온 줄 몰랐었는데, 뜻밖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이 책 한 권이면 속상한 마음이 달래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의 책 읽기에 대해, 그리고 여성이 등장하는 책읽기에 대해, 이다혜 기자는 참 맛깔난 글을 써냈다. 서평집이라고 보기엔 에세이적인 성격이 강하고, 에세이라고 하기엔 서평집이란 성격이 강하지만 읽는 내내 이다혜 작가 특유의 거침없음! 호탕함이 느껴져서 좋았고 그녀의 바람대로 읽는 즐거움과 공감의 원천이되어 좋았다.

 

오전에는 온통 좋지 않다로 가득 찼던 내 마음이 늦은 밤이 되어서야 좋다, 좋다, 너무 좋다로 바뀐 건 오로지 다혜리의 글 덕분이다.

 

그나저나.. 나는 왜 이 문장에 밑줄을 그었을까?

우리가 가장 인정하기 힘들어하는 감정은, 가깝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느끼는 질투와 나 자신에 대한 끝없는 불안이니까. 소녀를 여자로 만드는 것은 남자보다는 여자라고 생각해왔다.”(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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