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한다. 그래서 자주 여행을 떠난다. 아직은 둘째 아이가 어려서 해외보다는 국내 여행을 즐긴다, 가장 좋아하는 곳은 제주도. 속초와 통영, 거제도 좋다. 보령, 부산은 아이 둘만 데리고 떠나기에도 좋은 여행지다. 새로운 곳을 방문하기도 하지만 이미 다녀온 곳을 여러 차례 재방문하는 걸 즐긴다. 보령은 아예 대놓고 다니는 호텔이 있을 정도.
나는 평소에는 남편에게 의지하는 약간은 수동적인 ‘여자’인데 여행만 가면 당찬 능동적인 ‘여성’이 되고 만다. 혼자 일정을 정하고, 아이들을 인솔하는 일을 척척 해낸다.
이다혜 기자처럼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고도 싶지만 조랑조랑 아이들이 딸려있어 도저히 그럴 수 없다. 대신 아이 둘을 데리고 혼자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노하우는 터득했다. 아이들에게 평소보다 더 많은 자유를 주면 된다는 게 포인트.
여행지에서 읽을 책을 고르는 일도 중요하다. 보통 여름에는, 특히 바다에 갈 때에는 대놓고 하루키 책만 고르는데 소설이든 에세이든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하루키의 책만 챙긴다. 어쩔 때는 진작 하루키의 신작을 사놓고서 읽지 않고 기다린다. 바다에 가서 읽으려고 .
일부러 버릴 책을 가지고 가기도 한다. 보통 처음 가는 지역의 처음 묵는 숙소에 갈 때. 침대 사이에 일부러 빠트리거나, 서랍 안에 넣어 두고 오는데 나는 집으로 돌아와도 그 책은 그 지역에 남아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서 또 다른 여행을 할 거란 상상을 하다보면, 생각만으로도 아련해진다.
여행을 갈 때 마다 로컬 서점에 들러 책을 사기도 하는데 여행지에서 구입한 책을 여행지에서 읽으면 나중에 집에서 그 책을 펼쳐도 여행지에서의 기분이 생생히 되살아나서 더 좋다. ‘책 샀을 때의 기분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떠오른다’고 말한 건 이다혜 작가. 그 마음 나도 알 듯 하다.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를 계속해서 놀라면서 읽었는데, 나와 정말 많이 닮았기 때문이었다. 영혼의 단짝을 찾은 기분이었다. (절대 오버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이 책을 읽은 것 같다. 나를 보는 듯해서, 나랑 너무 닮아서. 그게 내가 좋아하는 이다혜 작가의 책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