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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다녀왔습니다

[도서]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임경선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확신했다, 생각보다 더 많이 임경선 작가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임경선의 책은 이미 여러 권 읽어봤다. 에세이와 소설 모두. 의외로 저평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교토에 다녀왔습니다는 특히 더 좋았다. 술술 잘 읽히기도 했고, 그녀 특유의 감성이 문장에서 짙게 배어나와 밑줄을 긋지 않고는 도저히 못 배기겠더라. 이를테면, ‘샛길이 아니라 반드시 약속대로 거쳐야 하는 길처럼, 기차는 철도 위를 빠짐없이 꾹꾹 밟으며 달린다. 그 타협 없는 반듯한 전진 덕분에 나는 원래 살던 장소에서 가장 멀리 가고 있다는 아득한 기분에 젖는다.’는 문장이라든지, ‘모두가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다니는데 나만 없어서 부끄러운 게 아니라 루이비통 브랜드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그것을 가지고 다니는 부끄러움에 더 예민하다는 문장이라든지.

 

교토에 다녀왔습니다는 어린 시절 일본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 그녀가 교토를 세 번 방문하며 느낀 점을 쓴 여행에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교토에 부는 청량한 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현장감 있게 쓰여졌다는 점이다. 여기에 임경선만의 감수성이 덧입혀져 투명한 시럽이 발라진 통영 꿀빵을 먹는 것처럼 부드럽고 달콤하다.

책에 흐르는 교토에 대한 설명이 참 반듯하고 깨끗해서 오히려 교토에 한 번 쯤은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교토와 교토 사람들은 자부심이 드높았지만 동시에 겸손했고, 개인주의자이되 공동체의 조화를 존중했습니다. 물건을 소중히 다루지만 물질적인 것에 휘둘리기를 거부했고, 일견 차분하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단호하고 강인했습니다. 예민하고 섬세한 깍쟁이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의 색깔을 지켜나갔고, 내가 존중받기를 원하는 만큼 타인을 향한 예의를 중시했습니다. 성실하게 노력하지만 결코 무리하지는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스스로 만들어갔고, 끝없는 욕망보다는 절제하는 자기만족을, 겉치레보다는 본질을 선택하는 삶을 살아갔습니다.” 책의 서문에 있는 문장들이다.

교토에 대한 설명이지만,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고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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