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다. 이 커플이 함께 쓴 글이 왜 그리 좋은지. 옷깃 한 번 스친 적 없는 이들에게 어쩌다 이렇게 친밀한 감정을 느끼게 된 걸까? 장석주의 글은 오래 전부터 읽어왔다. 그의 글은 늘 어렵다. 단어의 향연. 나는 그의 글을 잘 차려진 뷔페 같다고 생각한다. 다채로운 음식을 맛 볼 수 있지만, 과식의 위험도 큰. 그의 사유의 깊이와 넓이는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시인이나 문학평론가라는 이름을 굳이 붙이지 않아도 ‘장석주’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 한하다.
반면 박연준 시인은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조숙하고 영리한, 10대 소녀가 떠오른다. 섬세한 감성이 느껴진다. 예리하지만 날카롭지 않은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다고 할까.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는 한 쪽 페이지에는 장석주의 책일기가, 다른 한 쪽 페이지에는 박연준의 책일기가 나란히 배열되어있다.
둘의 스타일이 달라서도 재밌었고 장석주의 깊음과 박연준의 부드러움이 ‘단짠단짠’처럼 착착 감겨서 참 맛있게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장석주의 책일기에 등장한 책보다 박연준의 책일기에 등장한 책들에 더 관심이 갔는데, 거기엔 내가 읽은 책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내 취향’이라고밖에 설명할 길 없는 그녀의 문체 때문이기도 했다.
좋은 글을 읽을 때에는 평범한 하루가 특별한 하루가 된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빨리 읽고 싶은 마음에, 아침부터 두근두근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나와 참 여러 도시를 함께 다녔다. 부산과 인천과 보령. KTX 기차 안에서도 읽었고,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진 호텔 방 안에서도 읽었다. 책 이야기는 물론, 글에 드러난 이들의 아기자기한 일상은 어디에서든 잔잔한 재미를 주었다.
세상에 읽을 책은 많다. 하지만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은 그것만큼 많지 않다.
확실한 건 이 책은, 후자라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