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죽을 때, 돈도 집도 차도 연인도 가족도,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 자신이 입고 있던 옷도 끼고 있던 반지도, 무엇 하나 가져갈 수 없다.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오직, 다 가져갈 수 없을 만큼 켜켜이 쌓인 추억뿐이다. 그중에는 나쁜 추억도 있겠지만, 나쁜 추억도 죽을 때는 좋은 추억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죽기 전의 인생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드는 것뿐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본문 중에서)
지친 하루를 보내고 퇴근 할 때 문득 지난 여행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사무실에서 당장 제출해야 하는 버거운 일이 생겼을 때에는 주말에 다녀온 바다가 사무친다. 내가 지루한 일상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일상을 벗어난 곳에서 쌓은 추억 덕분이다. 확실히 여행은 일상을 윤기 있게 만들어 준다. 버석거리는 일상을 반들반들하게!
나는 아이에게 돈은 중요한 것이라고 가르친다. 돈을 벌기 위해 직업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말해준다. 그 까닭은 ‘돈’이 곧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돈이 없어도 경험을 할 수 있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두 손 맞잡고 쌀쌀해진 거리를 쏘다니는 것, 땀을 뻘뻘 흘리며 가방을 메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 모두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경험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 비행기를 타고 다른 문화를 겪어보려면, 애플망고의 맛을 보려면, 바다를 앞에 둔 통유리로 된 호텔방에서 잠을 자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나는 여행이 경험이고, 경험이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버는 일상과 일상을 잊기 위해 떠나는 여행은 결국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서로 끊어서는 생각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같은 일을 반복해야만 하는 평범한 일상도 힘을 내 버틸 수 있다. 깊게 패인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상을 견딜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