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음’이 두렵다.
내가 떠난 후에 남겨질 두 딸아이, 엄마의 부재로 아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기에 죽음이 두렵다. 내가 진행하던 일들을 모두 멈추고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것도, 좋아하는 향수, 자주 들던 가방 혹은 아끼고 아끼던 값비싼 물건들을 그대로 두고 가는 것도, 우울할 때마다 듣던 노래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것도, 곱창,막창,스파게티,초밥,방어회 따위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것 또한 죽음이 두려운 이유들이다.
약간의 강박증과 약간의 건강염려증을 가진 나는, 명치가 아프면 위암이 아닐까 가슴이 답답하면 심장질환이 아닐까 다리가 퉁퉁 부으면 신장질환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부터 한다. 이 물론, 역시 죽음이 두렵기 때문에.
그렇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기에 나는 과감하다. 아낌없이 즐기려고 노력한다. 시간의 소중함을 알기에, 끊어야 하는 관계와 계속 이어가야 하는 관계를 안다. ‘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라는 프란츠 카프카의 말에 공감하며 나름대로의 삶을 당차게 꾸려나간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해 이성적으로 접근한다. 아이들을 놔두고 떠나야 하는 젊은 엄마도 없고,
성공을 목전에 두고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한 비탄함도 그리지 않는다.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 죽음이 사회적·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 여러 사람이 겪은 사후세계는 산소결핍이나 약물 투여로 인한 뇌 활동의 착각이라는 주장을 각각 전문가의 의견을 빌어 설명한다. 이런 객관적인 태도가 오히려 삶은 유한하며, 소멸은 자연의 섭리라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게 만든다. 순간순간 죽음을 기억하면 살아있는 현재에 감사하게 된다. 자유롭게 먹고, 사랑하고, 일하고,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내면에서 샘솟는다.
그렇기에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