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멀쩡함’과 ‘광기어린’, 이 두 가지 시선으로만 본다면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광기어린’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뭔가에 열중하고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광기 어린’ 모습 일테니.
멀쩡함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말쑥하고 단정한 상태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 ‘광기’보다는 긍정적인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답답하고 소심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광기’어린 모습을 동적이고 활기차게 느낀다.
이러한 나의 생각은 대중매체에서의 ‘광기’라는 의미가 파격적이면서 신선하다는 의미로 포장되어서 일수도 있겠고 나 자신이 평범한 집단보다는 튀는 소수를 동경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애덤 필립스가 지은 ‘멀쩡함과 광기에 대한 보고되지 않은 이야기’는 정상적인 ‘멀쩡함’과 비정상적인 ‘광기’에 대해 복잡하고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읽는 내내 뭔가에 쫓기는 듯도 했고 머릿속이 어수선해지기도 했는데 솔직히 쉽게 읽히는 내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제목과 같이 평소 관심 밖의 사실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는 일 자체가 흥미로웠다.
책의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멀쩡함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그것에 대한 각각의 사례별로 그것에 대한 방법이나 생각을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정신적인 멀쩡함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그 중 ‘돈을 향한 광기’를 읽어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본문에도 소개되었던 ‘자신의 욕구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현대인이 품은 미친 욕구’이고 ‘현대인에게 돈은 자신의 욕망에 대한 두려움을 상징한다.’ 는 것은 프로이트의 의견이다. 어느덧 부를 이루고 사는 것이 최고의 목표가 되고, 남을 배려하고 사는 것을 가르치기보다 남보다 조금 더 잘 사는 것을 가르치는 부모가 늘어남에 따라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 조차도 물질적인 것에 연연한다.
좀 더 신기하고 자극적인 것을 갖기 위해 부모를 졸라 결국에 얻어내는 그들의 모습에서 또다른 ‘광기’를 발견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멀쩡함’을 유지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시대착오적이고 답답한 사람으로 낙인찍힐지도 모를일이다. ‘멀쩡함’을 유지 한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한다. 주변사람들에게 ‘샌님’이라고 놀림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멀쩡함’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일은 아닐 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이러한 상황이라면 ‘멀쩡함’의 개념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일수도 있다.
‘광기’를 악으로, ‘멀쩡함’을 선으로 보는 흑백논리적 시각에서는 자신의 욕구를 누르고 겉으로는 멀쩡한 척 연기하며 지내는 사람이 선이고 자신의 욕구대로 전진해나가는 사람은 악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단순 사고가 옳은 일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멀쩡함이나 광기에 대해서는 재 정의가 필요할 듯 보인다. 상황과 주제에 따라서 얼마든지 그 두 가지의 장단점이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작은 사이즈이지만 제법 두꺼운 분량에 한 번 놀라고 경쾌하게 쓰인 표지 제목과는 달리 읽기 어려운 내용이라서 다시 한 번 놀랐었다.
상당히 어려운 책임에 틀림없다. 전문적인 지식만을 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딱딱해진 나의 두뇌를 말랑말랑하게 만들기는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기에 참신한 저자의 의견을 따라가기가 어렵기도 했다. 그러나 생소하고 낯선 주제를 풀어나감에 있어 궁금증을 유발하고 관심을 이끌어 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결코 만만하게 볼 책이 아닌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