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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도서]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 튜더 저/리처드 브라운 사진/공경희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창 밖으로 보이는 산과 지붕들 위에는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다. 퇴근길이 걱정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조용하고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어서 차 한잔 앞에두고 마냥 들떠있다. 타샤 튜더가 직접 쓴 유일한 에세이라는 이 책은 타샤의 봄,여름,가을,겨울을 엿볼 수 있다. 눈 내린 12월, 타샤의 겨울과 나의 겨울 중에서 교집합을 찾기 위해 봄이 아닌 '겨울'부터 읽어보았다.

 

' 첫눈은 어찌나 흥분되는지. 많이 올수록 더 좋다. 첫눈이 내리면 크리스마스와 겨울에 할 수 있는 근사한 일들이 죽 떠오른다. 난 언제나 첫 폭설이 내리기 전에 냄새를 맡는다. 대기 중에 눈송이 냄새가 분명히 배어 있다. 내게는 기쁜 일이다. 눈과 겨울은 대환영이다. p.148'

 

 내겐 첫눈이 내리는 것은 분명 흥분되는 일이지만 그 보다는 '운전'걱정보다는 덜 하다. 비가 내리기 전에는 아스팔트와 흙길에서 비 냄새를 맡을 수 있지만 눈 냄새는 맡질 못한다. 겨울은 대환영이지만 눈은 사양한다. 그러나 내가 타샤 튜더 처럼

넓고 고즈넉한 정원에 둘러싸여 살고있다 한들, 그녀처럼 겨울과 눈을 반기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천성이 부지런하다면 아마 나는 그 반대이리라.

 

 책 속에는 그녀가 아끼는 정원과 그 속의 싱그러운 풀들, 사진으로도 향긋함이 전해지는 풍성한 꽃들. 그리고 당장 끌어안고 싶은 그녀의 인형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고풍스런 그녀의 집은 내 어릴적 상상속 집의 모습과 같다.

친구들과의 놀이 보다는 혼자 공상하는 것을 더 좋아했던 나는, 타샤의 정원처럼

풍성한 꽃들과 나무들이 우거진 정원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 책을 읽는 상상을

했었다. 해가 저물쯤이면 붉은 하늘을 바라보며 어른이 된 나를 상상하는.. 

나름대로 조숙했던 나는 아시아보다는 유럽이나 미국의 생활을 동경했고 내 공상속의 배경도 언제나 서양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단번에 타샤의 정원에 마음을 빼앗겼을지도 모르겠다.

 

 타샤 튜더의 생활 신조 중에서 나를 깨우는 것이 있었다.

 

 '난 오래된 물건을 상자 속에 넣어두고 보지 않는 것보다는 차라리 매일 쓰면서 깨지는 편을 택하겠어요.' 이것이 타샤의 쾌락주의적인 철학이다. p.14

 나는 요즘도 골동품 식기를 생활에서 사용한다. 상자에 넣어두고 못 보느니 쓰다가 깨지는 편이 나으니까. 내가 1830년대 드레스를 입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의상 수집가들이 보면 하얗게 질릴 일이다. 왜 멋진 걸 갖고 있으면서 즐기지 않는담? 인생은 짧으니 오롯이 즐겨야 한다. p.141

 

 그녀는 인생을 즐겼고 자신이 사랑하는 물건들을 애정을 쏟아 아낌없이 사용하였

다. 내게도 이런 물건들이 있다. 내 수준에서는 고가인 몇몇 가방들이 바로 그것인데, 타샤의 물건들처럼 오래된 골동품은 아니지만 내게는 그 만큼의 가치가 있다.

 

평생 쓸 거라면서 장만한 가방들은 아깝다는 이유로 한동안 옷장안에 넣어두고 공기가 닿으면 부패하는양 헝겊 가방 안에 넣어 보관했었다.

그러다가 요즘에 들어서야 그 가방들이 햇빛을 보게 되었는데 전적으로 타샤 때문이다. '왜 멋진 걸 갖고 있으면서 즐기지 않는담? 인생은 짧으니 오롯이 즐겨야 한다.' 며 그녀는 '노인의 지혜'를 따르라고 조언한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을 읽었던 한여름에는 들고 다니지 않던 가방을, 눈이 내리는 지금은 기꺼이 가지고 다닌다. 타샤 튜더에게 감사하며.

 


 인생을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람들에게 해줄 이야기는 없다.

철학이 있다면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말에 잘 표현되어 있다.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 그게 내 신조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내 삶 전체가 바로 그런 것을.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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