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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도서] 끌림

이병률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사랑의 열정이 그러했고 청춘의 열정이 그러했고 먼 곳을 향한 열정이 그러했듯 가지고 있는 자와 가지고 있지 않은 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그런 것. 이를테면 열정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넌 자와 건너지 않은 자로 비유되고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강물에 몸을 던져 물살을 타고 먼 길을 떠난 자와 아직 채 강물에 발을 담그지 않은 자, 그 둘로 비유된다. 열정은 건너는 것이 아니라 몸을 맡겨 흐르는 것이다.

#001


 당시 내 속은 상당히 복잡했다. 정년이 보장된 직장 이라 해도 돌쟁이 아이를 놔 두

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몸과 마음은 지쳐갔고, 남편과 이민은 아니더라도 해외 체류를

적극적으로 고민하던 시기여서 몸은 하루 일과에 맞춰 적절한 장소에 가 있었지만 마음은 늘 저 멀리 어디 론가로 둥둥 떠다니던 한 눈에도 힘들어 보이던 시기였다.


 그 때 우연히 읽게 된 이 문장... '강물에 몸을 던져 물살을 타고 먼 길을 떠난 자와 아직 채 강물에 발을 담그지 않은 자, 그 둘로 비유된다.'

비싼 학비를 치르면서까지 해외에 체류하고자 했던 건 결혼 전의 치열한 삶 속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나름의 열정 때문이었지만, 그러면서도 머뭇거린 건 편안한 삶을 선뜻 반납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동치던 내 마음을 오히려 잔잔하게 만들어 준 것이 바로 이 문장이었기 때문에 이병률이라는 사람과『끌림』이라는 책에 대한 호기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올해 2010년..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는 와중에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좀 진부한 표현이지만) 들끓어 올랐다. 그래서 나는, ‘끌림’을 다시 한 번 펼쳤다.

책장을 한 장 넘길 때마다 물 한바가지, 또 한 장 넘기면서 물 한바가지를 끼얹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그 마음을 식혔다.


 생각해보니『끌림』은 떠나지 못하는 내게 떠나라고 용기를 주었고, 위안을 주었다.


오늘도 난 여관 신세를 지기로 한다. 집이 주는 안락함은 두렵고, 생활의 냄새는 더 두렵다. 여관은 유난히 푸석푸석한 아침을 선사해주고 익숙하지 않은 욕실의 낯선 비린내를 맡게 하고 창문으로 새들어오는 햇빛에 속을 쓰리게 만든다. 모든 확률이 존재하는 여관, 방, 그 낯선 곳에서 나는 잠시 어딘가로부터 멀리 떠나온 기분에 젖어보는 것이다. 사치하는 것이다.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의 소도시 온천을 다녀오면서 굳이 호텔 패키지를 이용한 것은 당장 이 자리를 박차고 여행을 떠나는 일탈 대신 저지른 일이었다. 물론 힌트는 작가에게서 얻었고... 1박2일의 짧은 시간 동안 나는 ‘그 낯선 곳에서 나는 잠시 어딘가로부터 멀리 떠나온 기분’을 만끽하고 돌아왔다. 저자가 말한 대로 ‘사치하고 돌아온 것이다.’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멀리 여행 온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당장이라도 집으로 갈 수 있는 거리인데도 마치 비행기를 타고 멀리 멀리 여행 온 것처럼.. 심지어 집이 그리워지기까지 했다. 향수병에 걸린 고독한 여행자처럼.


 다시 생각해보니 『끌림』은 떠나지 못하는 내게 떠나라고 용기를 주었고, 위안을 주었고,

추억을 주었다.

그리고 깨닫는다.

여행은 큰 일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굳이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지 않아도, ‘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 한 것이 삶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용기만 낸다면.. 가까운 소도시로 훌쩍 떠나듯.. 세상 어느 곳도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것을..

 


 * 색칠 한 부분은 책 속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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