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아 선생은 수필을 일컬어 “청자연적이고 난이고 학이고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로수 늘어진 페이브먼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에 있다.”라고 말했다.
윤오영은 수필에 대해 “소설은 밤栗에, 시를 복숭아에 비유한다면 수필은 곶감乾柿에 비유될 것이다. 감이 곧 곶감은 아니 듯, 고운 껍질을 벗겨서 시득시득하게 말리면 당분이 겉으로 드러나 하얀 시설이 앉는데 곶감의 시설은 수필의 생명과도 같은 수필 특유의 것.” 이라 고 비유했다.
수필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금아와 치옹의 생각의 차이를 알 수 있는데, 금아의 것이 서양적이고 보들보들한 실크천 같은 느낌의 글이라면 치옹의 것은 동양적이고 까실까실한 모시처럼 느껴진다. 금아의 글을 읽으면 봄바람 쐬는 듯한 느낌에 괜히 마음이 들뜨는데, 치옹의 것을 읽으면 마음이 되레 차분해진다. 가을바람 맞으며 하늘 바라보는 것처럼.
윤오영의 「곶감과 수필」은 정민 교수가 엮은 것으로 교과서에 실린 《방망이 깎던 노인》, 《마고자》, 《달밤》등이 포함되어 있다. 윤오영은 수필 창작과 이론 전개에 힘쓴 현대 수필문학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수필가로 평가되는데, 특히 그는 수필이 문학의 한 장르이므로 잡문이나 만필(漫筆)과는 구분되어야 하며 타 장르의 작가들처럼 습작과 문장수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故윤오영 선생의 수필을 읽을 때면 ‘시’를 읽는 것같이 조심스러워 진다. 연잎에 떨어진 물방울이 구슬이 되어 떨어질 듯 말 듯한 위태로운 움직임을 하는 것 같은 위태로움이 느껴진다. 그것은 생기 있으면서 모나지 않고 탱탱하면서 맑고 아름다움이다.
스타일이라는 것이 개성을 말한다면, 윤오영의 글은 ‘윤오영 스타일’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의 독특함이 두드러진다. 그의 글은 무겁지 않으나 무겁다. 자애로운 표정으로 눈가에 주름이 한껏 잡히도록 웃으면서도 뼈 있는 말을 내뱉는 할아버지 같다.
책은 두 가지로 분류 할 수 있다. 빨리 읽어도 되는 책, 그리고 천천히 읽어야 하는 책. 「곶감과 수필」은 한 숨에 읽는 책이 아니라 천천히 맛과 향을 음미하며 읽어야 하는 책이다.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거의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책이죠.’
「곶감과 수필」이 그렇다. 윤오영의 글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