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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화났다

[도서] 엄마가 화났다

최숙희 글,그림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사이 아이에게 화를 내는 엄마를 보며 꽃향기 폴폴 풍기며 산뜻하게 차려입은 여대생이 자기 남자친구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저 엄마 왜 저래, 엄마가 저러니깐 애가 엄마 말을 안 듣는 거지. 문제 있는 부모는 있어도 문제 있는 아이는 없대. 저런 거 보면 진짜 그런 거 같애. 진짜 무식해 보인다. 그치 오빠?

진짜 이해가 안돼~’

 

아이와 손잡고 옆에 서 있는 내게도 다 들릴 만큼 큰 소리로 그 여대생은 말했다. 자신은 절대 밖에서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을 거라고 자신만만해 하는 듯 보였다. 순간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키워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유치해 보일까봐 삼키고 말았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안다. 인간이 인간을 키우는 일이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공부나 진학은 내가 노력하면 되는 일이지만, 아이 키우는 일은 절대 그렇지 않다.

내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을 어른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세상에 내 뜻대로만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겸손함을, 아이를 키우면서 배우게 되는데 미혼들은 그런 과정들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신만만함은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는 철없음으로 대치된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충분하지만 생활하다 보면 늘 웃으며 아이와 함께 할 수는 없다. 엄마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엄마가 화났다』는 아이에게 화를 엄마와 화를 내게 만드는 아이 산이가 주인공이다. 딸아이와 그림을 보면서 우리 집과 다를 바가 없구나.. 라는 생각에 우습기도 하고 마음이 찡하기도 했다.


// 산이는 좋아하는 자장면을 먹는다. 맛있게 먹는 것 까지는 좋다. 흘리는 것도 괜찮다. 그런데 아이는 한 단계 더 나간다. 만지고 엎지르고.. 식사 시간이 단번에 놀이 시간이 되어버린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때 아이는 더 흥분한다. 그래서 평소의 식사 시간과 다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엄마는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얼굴을 씻으러 목욕탕으로 들어가서도 마냥 신나게 놀고 있다. 엄마는 또 화가 난다. 미끄러운 욕실에서 넘어져 다치기라도 할까봐서. 방으로 간 아이는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종이에다도 그리고 벽에도 그리고. 그리다보니 크레파스도 필요하고, 색연필도 필요하고 물감도 필요하다. 신나게 그림을 그리지만 엄마에게는 화가 나는 상황일 뿐이다. 치우는 사람 따로 있고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는 상황이니.

엄마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고 결국 아이에게 소리를 지른다.


산이는 산이대로 엄마를 이해할 수없다. 그저 자신은 재밌게 놀았을 뿐인데 엄마가 왜 저렇게 소리치는지 모른다. 자신의 잘못은 모르고 엄마가 화를 내는 모습만 기억할 뿐이다.


뜨거운 기운이 휩쓸고 간 뒤 산이는 감쪽같이 사라진다. 엄마는 산이를 찾아 헤맨다. 후후룩이와 부글이와 얼룩이를 만나면서 엄마는 산이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고 엄마가 주저앉아 미안하다고 울음을 터뜨리자 엄마 치맛 속에서 산이가 기어 나온다. 엄마는 산이에게 사과하고 서로 꼭 안아준다. //


『엄마가 화났다』를 보며 작가가 아이를 키우는 사람인가보다 하고 짐작했던 것은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엄마들은 산이의 행동을 묘사한 그림을 보며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산이 엄마’의 상황을 공감한다. 산이가 사라지고 난 후의 ‘산이 엄마’를 보며 엄마들은 아이를 혼내고 뒤돌아 설 때의 그 죄책감을 기억해낸다.  예의 바르게 키워야 한다는 이유로, 남에게 피해주면 안 된다는 이유로, 청소해놓은 것은 다시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엄마는 아이에게 화를 내지만 늘 죄책감과 자괴감에 시달린다. 반면 아이는 전후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엄마의 ‘화’내는 딱 그 모습만 기억한다.

자신의 잘못은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화 내는 엄마의 모습에 상처받고 속상해하는 것이다.


『엄마가 화났다』는 그런 엄마들에게 먼저 용기를 내어 ‘미안하다’고 말하라고 한다. 산이 엄마를 통해 보여준다. 당신만 힘든 게 아니라고, 당신만 아이에게 화내는 게 아니라고.

우리도 한 때는 어린아이였으니 어른인 우리가 먼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라고..

그래서 이 책은 동화책인 동시에 육아서가 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아이는 엄마의 마음을, 엄마는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 마냥 철부지인 꼬맹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아이와 함께 읽으라고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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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ingin

    책리뷰를 보면서..눈물이 찔끔나서..글 남기고 갑니다..^^님의 좋은 리뷰덕분에..좋은 책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2011.12.16 14:38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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