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 전 가졌던 선입견, 아이를 직접 낳아 키우지 않은 스님이 자식 교육에 대해 얼마나 아실까에 대한 것이었다. 게다가 난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다, 스님의 말씀에는 그다지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되는..『스님의 주례사』라는 책이 인기를 끌었을 때도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결혼도 안 해본 분이 알면 얼마나 아실까하는 단순한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때론 문제를 멀리서 바라볼 줄 아는 지혜와 제3자의 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게 자식 교육에도 여실히 적용된다는 것을 스님이 쓰신『엄마 수업』을 읽고 느끼게 되었다.
법륜 스님이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이 책을 출간하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 엄마가 나 고3때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법륜 스님은 이 책을 통해 ‘엄마’가 자식 교육에 있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존재인지를 강조한다.
엄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몰랐던 것도 아니었으면서 쿵 하고 머리와 가슴이 내려 앉아 난처했다.
법륜 스님은 아이를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의 심리가 안정되고 건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때 아이를 키울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다 싶으면 결혼도 하지 말고 자식도 낳지 말라고 하면서, 마음의 준비가 다 되어 있을 때 자식을 낳고 그 아이를 위해서 전심을 다해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엄마부터 마음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태중에서부터 아이는 엄마에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아이가 엄마에게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굳이 이론이나 학설을 내세우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례로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쌍둥이 아이가 있는데, 그 집 아이들이 경제적인 부분을 과시하고 다른 아이들을 무시하는 말을 잘한다고 한다. 그 아이들 때문에 우리 아이가 상처를 받아서 담당 선생님과 상담을 하던 도중에 선생님으로부터 그 집 엄마가 좀 공격적인 말투이고, 경제적인 부분을 과시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때 튀어나온 생각이 ‘엄마가 그러니 애들도 그렇지..’였다. ‘모든 문제는 자식 탓이 아니라 내 탓이다.’라는 법륜 스님의 말씀을 읽는 순간 그 때의 일이 떠올랐다.
스님은 자신의 어린 시절도 돌아보라고 조언한다. 엄마가 자신에게 준 상처가 평생 나를 괴롭히고 있고 그때의 애정결핍으로 지금도 고통스러워하지 않냐는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엄마가 자식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지를 바로 알 수 있다는 대목에선 EBS에서 방송되었던 대물림되는 양육에 관한 다큐가 오버랩되었다.
스님이 말하는 ‘엄마’의 역할은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는 것이다. 자애롭고 이해심 많은, 아이를 충분히 사랑하는 엄마. 그러나 생활하다보면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으로는 늘 사랑하고 있고, 말로도 사랑한다 말하지만 바쁜 아침 시간에 아이에게 윽박지르고 주말에도 좀 더 쉬기 위해 아이에게 TV를 보여주고, 키즈 카페에 데려가는 등의 방치 아닌 방치를 몇 번이나 했던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아이가 잠들었을 때가 가장 예쁘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던 적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스님의 말씀 중에는 좀 뜨끔했던 부분도 있었다.
엄마가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직장생활은 자신의 문제지, 남편과 자식 문제가 아니에요. 자기가 직장에 다니면서 자아실현 하고 싶어서 다니는 것이고, 가정을 위해 직장에 다닌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다 돈 문제예요.
사실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떠들어댔지만, 결국엔 직장 생활을 하는 것도 내 자아실현을 위해 그리고 좀 더 윤택하게 살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당장 그만둘 마음도 없으면서 전업주부들을 보면서 ‘나도 쇼핑이나 다니고 애들이랑 문화센터 다니고 싶다.’는 말을 생각 없이 내뱉었던 것은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오만 때문은 아니었던가.
종교나 육아 경험 유무有無를 떠나 스님의 말씀은 20세기 후반에 태어나 별다른 고생 없이 자란 나와 같은 엄마들이 정신을 번쩍 차릴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직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 나와 같은 직장 생활을 하는 엄마, 사춘기 중․고생을 키우는 엄마 모두에게 필독서가 될, 그리고 되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