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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알아야 할 주의산만증 아이 다루기

[도서] 부모가 알아야 할 주의산만증 아이 다루기

가버 마테 저/김은혜,김진학 공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예전에 내 아이가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적, 어른들은 종종 ‘품안의 자식’이란 말씀을 하셨는데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지금에서야 절실히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가 어릴 적에는 어서 자라서 함께 대화했으면 좋겠다고 바랬었는데, 막상 그렇게 되고 나니 부모로써 어떻게 아이를 통제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서 참 난처하다. 자기주장이 생긴 아이는 말끝마다 ‘싫어’를 달고, 어른들께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여쭈어보면 한결같이 ‘그 나이 땐 다 그런거니깐 이해하고 받아줘라, 그것도 한때다.’라고 말씀하신다. 6년차 초보엄마는 결국 한없이 육아서만 뒤적이게 된다. 『 (부모가 알아야 할) 주의산만증 아이 다루기』는 책 뒷표지의 “우리 애는 내 속을 뒤집으려고 태어난 아이 같아요!” 라를 문구 때문에 읽게 되었다. 그게 정말 내 마음이었으니까.


세 아이가 주의산만증(ADHD)이었고 자신 역시 주의산만증(ADHD)였던 정신과 의사가 쓴 이 책은, 주의산만증에 대해 심도 있게 기술되어 있다. 읽는 내내 밑줄을 긋고 별표를 치느라 392페이지의 책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아이가 꼭 ADHD가 아니어도 한 번쯤은 부모가 읽어보면 좋을 만한 내용들이다.


책에 의하면 아이가 부모의 뜻을 거스르는 말을 하고 행동하는 것이 ‘대항의지’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불완전하게 발달한 자아상을 가진 인간이 나타내는 자동적인 저항이며 다른 사람의 의지에 대해 반작용적으로 나타나는 경솔한 적대감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통제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자연적이지만 미성숙한 저항. 이것은 자신의 고유한 의지 즉, 성숙되고 의식적인 의지를 발달시키지 못한 사람 누구에게서나 생겨날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 유아기에 가장 극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청소년기(사춘기)에 다시 한 번 나타나게 된다는데, ‘지금 아이가 떼쓰는 걸 받아주지 않으면, 사춘기 때 가서 더 크게 고생하게 된다’는 어른들 말씀이 경험에 의한 근거 있는 사실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저자 가버 마테박사는 부모에 대한 아이의 애착이 감소하면 대항의지가 크게 증가되고, 애착의 유대감이 안정되면 감소한다고 말한다. 즉 아이는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보다는 자신이 매우 소중하게 여기며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에게 훨씬 덜 맞서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양육에 있어서 아이와의 애착관계를 최우선으로 하라고 조언한다. 

저자가 말하는 애착관계는 아이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부모가 아이와 항상 함께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아이에게 집중하면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라고 한다. 부모가 의욕적이고도 진심으로 아이와 관계를 맺으라는 것이다.

아이가 부모의 말을 거역하고 반항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불안정한 느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존중받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하면서, 심지어 이런 표현까지 했다. ‘그 어떤 사람에게 사랑을 구하듯이 부모가 아이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하는 것’이라고.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자기 조절 능력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되면 부모는 아이들이 자신에게 보내주는 반응에 집착하는 대신에 아이의 성장을 위한 크나큰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부모-조부모’의 양육 패턴을 확인해야 한다고 하는데, 조부모의 태도와 무의식적인 작용과 행동이 부모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내가 형성기를 보냈던 시절에 부모에게 영향을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란다.  영유아기에 경험한 양육자에 대한 신경학적 기억들은 과잉행동성이나 무기력, 수치심등을 유발하는데 이것은 성장하면서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어 본의 아니게 나의 자식에게도 그 여파가 미친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부모에게 있다는 것이 결론이다. ‘문제 부모는 있어도 문제아는 없다’는 육아의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부모에게 어떻게 양육 받았는지에 따라 성격이나 성향이 결정되고, 또 자신의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그래서 가정은 안전하면서도 위험한 울타리가 된다.


뿐만 아니라 가버 마테박사는 주의력결핍장애로 알려진 ADHD가 어느 정도 유전적인 기질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이런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약물 치료를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보통 아이들보다 정서적으로 예민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모가 아이에게 긍정적인 사랑을 베푼다면 약물 치료 없이도 얼마든지 아이를 양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서적 욕구의 만족은 어느 연령대 에서나 필요하다고 설명하면서, 영아기에 손상된 동물의 뇌도 감정적으로 풍족한 환경을 거치고 나면 구조적인 변화를 거치면서 성인이 되어도 보완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아이를 키울 때 아이가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사랑’이며, 충분한 관심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반항할 시기가 되어도 덜 반항하고 덜 예민해진다는 것이다. 만약 부모가 이를 모르고 방치했을지라도, 부모가 자녀에게 관심을 충분히 보여주어 정서적 욕구를 만족시켜준다면 생의 어느 순간에서든 변화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사실은 아이가 ADHD이든 아니든 간에, 끈끈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인데, 부모와 자식 사이의 애착 관계는 한 인간의 성격 형성과 자아 성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래서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살아온 환경과 과정, 그리고 내가 태어나 교육받아온 시간들을 되살펴보며 나의 양육 패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다. 그 과정에서 이것이 얼마 전 EBS에서 방송되었던 다큐 프라임에 나왔던 ‘모성의 대물림’과 일맥상통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엄마들이 어떻게 양육했는지에 따라 자존감이 높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로 성장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 책은 ADHD아동을 키우고 있는 부모 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부모들에게도 양육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책을 설명하고 있어서, 자신의 양육 태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려는 부모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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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굳이 ADHD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주의가 산만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자신이 그런 증상인 줄도 모르고 지내는 아이들도 많겠지요. 주변에 자연 대신에 삭막한 도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많아서 그렇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아이에게 있어서 부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나라 현실이 부모에게 여유를 주지 않는다는 데 있겠지요. 갈수록 범죄 뉴스가 늘어가는 이유도 사회현실이 점점 더 삭막해져 가는데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2012.10.10 23:23 댓글쓰기
  • 제니

    저 자신도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주위의 엄마들을 보면 잠시도 가만 있지를 못하더라구요. 마치 내 아이만 뒤쳐질것 같은 불안함 때문인지 몰라도 끊임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
    관으로, 체험학습장으로 학원으로 몰아대고 있어요. 아이 혼자 조용히 놀 시간을 주지 않
    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 역시 자연스럽게 산만해지는 게 아닐까 싶단 생각을 한 적도 있
    습니다. 게다가 참지 못하는 사회로 점점 더 변해가는 것 같아요. 예전엔 궁금한 것이 있
    으면 집에 와서 책을 찾아보거나 신문을 뒤적거리는 게 다였는데,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바로 검색이 가능하잖아요. 성인들도 더 급해지는 것 같고, 아이들 역시 그런 것 같아요.
    개인만 잘 한다고 되는 세상이 아닌 듯 합니다.

    2012.10.11 11:17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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